제 2 편

제 3 장

3

 

김정일동지께서는 얼음이 둥둥 떠도는 물소랭이에 발을 잠그시였다. 더운지 찬지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으시였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쩌릿한 무엇이 몸으로 퍼져오시였다.

오랜 차행군으로 뻐근해진 허리를 의자등받이에 기대시자 눈이 저절로 감기고 사색이 일렁이였다.

…자령기계공장에서는 무엇을 하고있는지. 알고보니 리정은 온덕수의 아들때문에 출판사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믿어지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로동현장으로 떠밀어보낸 처녀의 어머니가 한 인간의 사랑과 존엄을 그렇게 무시할수 있을가?

전압주파수안정기는 누구에게 맡길것인가?…

물이 더워진것 같아 얼음덩어리를 더 집어넣으시였다.

…래일은 2월 16일, 인민들은 이날을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로 기념하고있다.

명절!… 안흥공작기계공장에서는 종업원들에게 무엇을 공급해주었을가? 그곳에 빈손으로 다녀온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제라도 뭘 좀 보내야 하지 않을가? 너무 늦었는가?…

살며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뜻밖에 박송봉이 어데로 떠나려는 사람처럼 행장을 갖춰가지고 나타났다. 지금쯤 집에서 려독을 풀고있어야 할 사람이 불쑥 나타나자 그이께서는 놀라시였다. 박송봉은 그대로 얼음이 떠도는 물소랭이를 보고 놀라서 오던 걸음을 멈추었다.

《쉬지 않고 왜 나왔소?》

《저도 딱히… 그저 잠이 오지 않더라니…》

자신도 왜 여기로 오게 되였는지 모르고있었다.

《하여간 잘 왔소. 그 전압주파수안정기를 말이요.》

《예.》

《련하기계에 맡기면 어떨가?》

박송봉은 얼음물만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리고 안흥사람들을 련하기계에 참관보내는것 말이요.》

《예.》

《그날 동시에 자령기계공장사람들도 보내서 권하세지배인과 아들의 상봉을 마련해주기요. 그들부자간의 의가 벌어지게 된 리유를 보아도 련하기계에서 만나는것이 제일 리상적일것 같소.》

《예.》

아무래도 박송봉이 이상했다. 말씀을 멈추신 그이께서는 거의 기계적으로 예, 예 하고있는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시였다.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니요?》

장군님, 저의 예감이 틀리지 않는다면…》 하고 박송봉은 그답지 않게 좀 주저주저하였다. 《혹시 이 새벽에 어데로 떠나시려던것은 아닙니까? 왜 그런지 저는 자꾸 그런 느낌이…》

《허허, 동문 역시 속이지 못하겠구만. 평북도쪽에 다시 갔다올가 생각하던중이요. 빈손에 갔다온게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소.》

《꼭 장군님께서 가셔야 합니까?》

《응?》

《제가 가면 안되겠습니까?》 박송봉이 정색해서 말씀드렸다.

장군님,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가서 명절을 축하해주고 경쟁도 붙이고, 맡겨주시는 과업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겠습니다.》

《됐소, 그만 억지를 부리오.》

그래도 박송봉은 물러서지 않았다.

《반디불도 모으면 책을 읽는다는데 제가 그렇게도 미덥지 않으시면 다섯사람, 열사람이라도 같이 보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 박송봉이…》

정도를 초월하는 그의 고집에 말씀이 나가지 않으시였다. 그야말로 박송봉만이 부릴수 있는 고집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저러랴 하는 헤아림에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정 이러겠소?》

순간 박송봉의 눈가에 핑그르르 눈물이 고였다.

장군님! 왜 자꾸 이러십니까. 그러시면 저는…》

박송봉은 끝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콱 쏟았다.

《제 버릇없는 행동인줄 알면서도 이렇게밖에 달리할 도리가 없습니다. 수령님께서도 나라의 경제문제를 두고 그토록 마음을 쓰시다가 너무 일찌기 가시였는데 이렇게야 어떻게 장군님의 건강을 계속 혹사시킨단 말입니까. 한번 양보하고 두번 양보하고… 이제는 정말이지 더이상 물러서지 못하겠습니다, 장군님!》

그이의 눈가에도 무엇인가 넘칠듯 출렁이였다.

《사람이 살면 백년을 살겠소, 천년을 살겠소. 나라고 왜 명이 없겠소. 옛사람들은 오복중의 한가지로 편안히 죽는다는 〈고종명〉을 꼽았다는데 나는 말이요, 우리 수령님처럼 한생 신발을 벗을 새없이 인민을 위해 뛰고 또 뛰고싶은 심정뿐이요.》

장군님!》

《됐소, 진정하시오. 허허… 내 여태 한번 결심한 일에서는 양보해본적이 없었는데 오늘 동무한테만은 지게 되는구만.》

장군님, 버릇없는 행동을 용서해주십시오.》

《아니, 내가 오히려 면목이 없소. 건강도 좋지 못한 동무에게 늘 힘든 일만 골라가며 시켰지. 정 급한 일이 아니면 동무를 찾지 말자고 했다가도 또 무엇이 제기되면 송봉동무…》

장군님, 제가 어떤 때 제일 겁나는지 아십니까. 어렵고 중요한 일이 생겼는데도 장군님께서 저를 찾지 않으실 때입니다. 그때는 꼭 사는 까닭을 잃은것 같은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서러움까지 들고… 장군님께서 아무 일감도 주시지 않는 사람이 무슨 일군이겠습니까. 앞으로도 저에게는 큰것이든 작은것이든 그저 일감만 많이 맡겨주십시오.》

《그래, 줘야지.》

그이께서는 책상우에 놓인 송수화기를 드시고 인민무력부의 한 책임일군을 찾으시였다. 이어서 박송봉에게 필요한 지시를 주시였는데 인민군대에서 생산한 닭고기를 오늘중으로 안흥공작기계공장에 실어다주라는것, 밤이 열둘이라도 공급을 끝내고 래일 아침에는 푸짐한 음식이 집집의 밥상에 오르게 해야 한다는것, 인민군대의 운수구분대를 동원하되 밤길이니 조심하라는것 등이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운수기재들을 동원하여 물자를 옮겨싣고 수백리길을 달려가 세대별로 공급까지 하자면 어지간히 서둘러야 했다. 하직인사를 올린 박송봉이 급히 돌아서려는데 그이의 음성이 걸음을 멈춰세웠다.

《이제 떠나면 아침도 먹을지말지겠는데… 이거라도 가지고가다가 요기를 하시오, 굶고 다니지 말고. 알겠소?》

박송봉은 경황없이 그것을 받아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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