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2

 

1988년 9월 6일 오후 5시.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공작기계전시관의 넓지 않은 마당 한가운데 멎어섰다. 차문을 열고 한발을 내디디신 그이께서는 잠시 그채로 어데선가 풍겨오는 칠감냄새를 달게 맡으시였다. 기세좋게 벌려선 구호와 직관판들에서 풍겨오는 신설의 기운이였다.

아침부터 전시관에 나와있던 박송봉이 기계공업부장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앞세우고 달려왔을 때 그이께서는 벌써 중앙홀을 지나고계시였다.

《박송봉동무가 안 보인다 했더니 앞장치기를 했댔구만.》

그이께서는 박송봉의 인사를 웃음으로 받으시였다.

묵직한 체구에 워낙 표정이 굳은 연형묵이까지도 입가에 가득 주름을 지으며 그이를 뒤따르고있었다. 잠바옷차림에 맑은 안경을 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곧바로 기본전시구역으로 향하시였다.

잔걸음으로 뒤따르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이 수첩을 번지며 전시회의 규모와 특징, 성과자료들을 요약해서 말씀올렸다.

《1985년 8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 결정에 따라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을 힘있게 벌려온 결과 3년남짓한 사이에 대형 및 특수기계를 포함하여 2만여대의 공작기계를 새끼쳤습니다. 그중 이번 전시회에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설명이 계속되자 다 알만 하시다는듯 한손을 들어 멈춰세우시였다. 18세기 후반기 최초의 공작기계가 발명된 때로부터 백여년이 지나 소재가공의 일부를 자동적으로 할수 있는 선반이 발명되였다. 이 시기에 나온 캄식, 여닫개식 등의 자동설비들은 대상제품이 바뀔 때마다 복잡한 재조작을 거쳐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있었다. 그후 기술준비가 간단하고 모든 공작기계들에 공통적으로 쓰일수 있는 자동화방법연구가 심화되여 1950년대에 일명 수자조종(NC)공작기계라고 하는 새형의 기계가 나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콤퓨터에 의한 조종기술이 널리 파급되여 수백년래 기계제작공업의 고전적구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리하여 한때는 국제기계전시회들에서 금메달을 수여받고 사회주의나라들의 수요를 독차지했던 《안흥3》호나 《희천5》호선반들도 점차 인기가 떨어지고있었다.

이러한 실태로부터 김정일동지께서는 제2차 7개년계획수행이후 1985년 6월부터 대형공작기계와 특수공작기계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1만대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을 벌리도록 하시고 그 성과에 토대하여 이번 전시회를 크게 열도록 해주시였던것이다.

《희한하구만! 바다요, 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우에 두팔을 엇걸어올리시였다.

《전시회장소를 여기에 잡기 잘했소.》

《예, 교통이 편리하고 명절계기로 평양에서 진행되니 더욱 좋아들 합니다. 전문기계제작부문은 물론 체신부, 화학공업부, 인민무력부에서까지 출품했습니다.》 하고 기계공업부장이 말씀드렸다.

희천공작기계에서 내놓은 각종 연마반들과 가공중심반, 룡성기계의 155미리보링반, 만경대공작기계공장에서 출품한 반자동유압다인선반과 라남탄광기계공장의 110미리정밀보링반 등을 천천히 살펴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른쪽행렬중심에 점잖게 자리를 잡고있는 《안흥104》호선반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미남이요, 잘났소!》

《100여개의 가공프로그람을 기억시키고 아무때나 호출하여 제품을 가공할수 있습니다. 7급기능공이 만능선반으로 1시간동안 깎던것을 3분동안에 떨굴수 있습니다.》

기대옆에 도면을 펼쳐놓고 손침을 꼭꼭 놓아가며 기대공에게 지시를 주고있던 중년의 사나이가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안흥공작기계공장 설계사업소 실장 한유준입니다.》

《기계를 좀 배우자고 왔습니다. 작업준비가 끝났습니까?》

《예, 방금 기대공에게 도면을 넘겨주던 참입니다.》

이번에는 좀 후렁한 작업복을 입고 몸이 빳빳해서 서있던 기대공이 모자를 쓴채로 꾸벅 인사를 올리였다.

《어려보이누만. 몇살이요?》

《열여덟살입니다.》

《오, 그럼 중학교졸업생이겠구만?》

《예, 작년에…》

《작년에?》 그이께서는 기대공이 손에 말아들고있는 도면을 가리키시였다. 《어디 그 도면을 좀 보기요.》

한유준이 선자리에서 그려준 도면은 허리가 잘룩한 주전자모형이였다. 도면우에 시선을 두신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이걸 보고 프로그람을 짤수 있나?》

《예, 짤수 있습니다.》

《몇시간이면 되겠소?》

그러자 지금껏 긴장해서 서있던 기대공이 씩 헤식은 웃음을 짓더니 《요런건 이삼십분이면 넉근합니다.》 하고 말씀올렸다.

《이런, 우리 로동계급의 막냉이가 뭐라고 하는가 보오. 요런거라오, 요런거! 하하하!》

좌우에서 웃음이 뒤따랐다.

이때 한유준이 한걸음 나섰다.

《이 동무가 쇠깎는 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땐데… 하루는 직장장이 소년단원들이 참관을 온다면서 낡은 기대들에 도장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다 되도록 손도 대지 않아 붙잡아왔더니 하는 말이 할아버지 분바른다구 청년이 되겠나요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때 생각이 많았습니다. 신입공들이 오면 부디부디 낡은 설비들만 골라가며 이것은 어느때부터 가동해오는 자력갱생기대다, 공장의 얼굴이다 하고 자랑해왔으니 제 량심앞에 부끄러웠고 저 사람들 세대앞에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래…》 하고 긍정하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저 새 세대 기대공의 말이 옳다. 로동계급의 세대는 바뀌였으나 우리 기계공업은 아직도 그 아버지세대와 함께 늙어가고있다.

솟구쳐야 한다. 돌파해야 한다! 하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이 아름차고도 력사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마음속에서는 세찬 바람과 강물이 굽이치는것 같았으나 흘러나오는 음성은 나직하고 따뜻하시였다.

《재작년이였던가?… 그때 외국에서 이 비슷한 기계를 들여온 일이 있었는데 저 연비서랑 그렇게 조르는걸 난 보지 않겠다고 했댔소. 그러면서 남의것은 싫다, 우리 로동계급이 만든것이라면 따라가서라도 보겠다, 이랬댔지. 생각나오? 연형묵동무.》

《예, 그날이 바로 10월 4일이였습니다. 그래서 새로 개발한 기계의 자호를 〈안흥104〉호라고 달았습니다.》

《부분품들중에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것은 어떤것들이요?》

《조종장치와 사보전동기, 볼나사 같은것들입니다.》

고개를 끄덕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전시구역으로 자리를 옮기시기에 앞서 한유준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같이 돌아봅시다. 혼자서야 무슨 재미에 보겠습니까.》

일행이 로보트전시구역에 이르렀을 때 한유준은 덜미가 오싹해지는것을 느꼈다. 봉화기계공장의 소재공급용로보트가 나타났던것이다. 또 무엇이 비정상인지 구부정해서 돌아가는 사람은 온 전시관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온덕수였다. 워낙 다리가 휘여든 그는 찌글써한 구두뒤축때문인지 더욱 꼴불견이였다.

그이께서는 로보트를 살펴보시느라 허리를 굽히시였다.

《원통자리표식로보트구만. 유압구동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째서 이런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까?》

《사실은…》 온덕수가 좀 주저주저했다. 《설비가 동작하지 않아 밀려났댔는데 다행히 퇴치하고 이런 자리나마 얻었습니다.》

《퇴송된 로보트들이 많습니까?》

《70여종이 출품되였다가 22종만이 남았습니다.》

박송봉이 미안쩍은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렇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동무.》

부르심을 받은 일군이 앞에 나섰다.

《전자자동화분야의 기술이 왜 추서지 못하는것 같습니까?》

《예,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하게는 저희들이 과학기술정보사업을 잘하지 못하고있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동향을 제때에 파악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부차적인 문제인데…》

《일없소. 말해보시오.》

《책을 많이 보지 못하고있습니다.》

《책? 거 반가운 소리요. 인민대학습당을 지을 때…》

그이께서는 두손으로 합각지붕을 그려보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일부 사람들이 돈보관은 잘하면서도 책보관은 떨떨히 하고있다, 사실 돈 같은것은 다시 찍어낼수도 있지만 책을 잃으면 다라고 하시면서 인민대학습당에 책보관시설부터 갖추어놓도록 친히 설계를 수정해주시였소. 지금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자금이 긴장하지만 책을 사오는데는 반대없소. 돈을 뚝 떼주겠으니 자질구레한것은 말고 이왕이면 인민대학습당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최신기술서적들을 들여와야겠소. 재삼 강조하지만…》

일군들은 부지런히 그이의 말씀을 받아적었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정보사업을 하다가는 우리 과학이 눈감고 초불을 들여다보는 격이 될수 있소. 일부 일군들은 인민경제계획을 미달한데 대해서는 되게 문제를 세우면서도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수행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눈도 돌리지 않고있소. 지어 그것을 도의적인 과제처럼 생각하면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하고있는데 앞으로는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인민경제계획과 같이 철저히 집행하는 엄격한 규률을 세워야겠소.》

작달막한 키에 긴 팔을 내뻗친 로보트가 춤추듯 움직였다.

입가에 가위손가락을 받쳐드시고 로보트의 동작을 흥미있게 살펴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대옆에 서있던 온덕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오자 그에게로 약간 자세를 기웃하시였다.

《이 로보트도 프로그람계통에 오유가 생겼댔는데 김책공업종합대학연구사동무가 꼬박 밤을 밝혀가며 이틀만에 살려냈습니다.》

《김책공대? 어떤 동무요?》

박송봉이 사연을 말씀올렸다.

《리정이라고… 군사복무를 마치고 실험공으로 일하면서 야간학부에 다녔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학 로보트공학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일하고있는데 열아홉살인가 스무살에 벌써 〈임풀스흐름길의 기초〉라는 소책자까지 써냈다고 합니다.》

《리정, 그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까?》

당장 찾으실듯 그이께서는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이런 경사가 있을줄은 모르고 저랑 우리 당비서동지랑 등을 떠밀어서… 아마 지금쯤은 세상모르고 자고있을텐데…》

온덕수가 자기 일처럼 안타까와했다.

《그러니 여기에 없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박송봉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종이를 한장 주시오.》

박송봉이 수첩갈피에서 뜯어낸 자그마한 종이장우에 그이께서는 활달한 필체로 《리정동무! 알고 지냅시다. 앞으로 꼭 만나게 될것입니다.》라고 쓰시였다.

그것을 온덕수의 손에 쥐여주며 말씀하시였다.

《그를 만나거든 전해주시오, 내가 아쉬워하더라고.》

《알겠습니다. 제 꼭…》

김정일동지께서는 로보트가 옮겨놓은 합금소재를 하나 골라드시고 무게를 가늠하듯 추어보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지금 어떤 사람들은 무슨 과업을 주기가 바쁘게 돌아앉아 연, 아연이 얼마, 마그네사이트가 얼마 하는 식으로 돈계산을 하고있는데 원료자원을 그대로 팔아먹는것은 사실 죄악입니다. 애국가를 보시오. 거기에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은 결코 이 나라에 자원이 많으니 마음대로 캐먹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군들은 여전히 수첩장에 눈길을 박고 부리나케 펜들을 달리고있었다. 무엇을 저렇게 자꾸자꾸 쓰기만 하는가?… 그이께서는 안타까와 주의를 환기시키시였다.

《자, 이것 보시오. 수첩장에 자꾸 적어놓을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론의를 해봅시다. 그래도 여기엔 나보다 기계공부도 많이 하고 직책상 련관이 있는 동무들이 왔는데 어디 우리 나라 기계공업의 현대화작전안을 세우는셈치고 방도들을 내놓아보시오.》

대답이 없자 그이께서는 《한유준동무!》 하고 찾으시였다.

《주인들의 말을 들어봅시다. 〈안흥104〉호같은 기계를 한해에 몇대씩이나 만들수 있겠습니까?》

《우리 공장 능력으로 보면 그, 여라문대가량…》

《아예 전문분공장을 하나 크게 지으면 어떨것 같습니까? 한 2만평방쯤 되게. 가공중심반이랑 5면가공반이랑 필요한 설비들도 일식으로 차려놓는다면 말입니다.》

《아, 그렇다면야!》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던 한유준은 어떤 만용이나 부릴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표정이 굳어졌다.

그이의 말씀은 너무도 미래적인 웅지였던것이다.

《제가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송봉이 심각해서 입을 열었다.

《더 발전할수 있은 우리 기계공업이 현재로 머무르게 된것은 지금까지의 기술개건사업이 전망적인것으로 되지 못하고 그시그시 땜때기식으로 진행된데도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계기때마다 몇가지 시제품이나 내놓고는 당에 기쁨을 드렸다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역시 박송봉이야!) 하고 그이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수령님께서도 늘 걱정하시는것이 그 《만세병》이였다.

《공업국가가 기계공업의 로후화를 방관한다는것은 결국 자기의 존망을 내던지는것이나 같습니다. 때문에 나는 수령님께 보고드리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자고 합니다. 오늘 참관은 이를테면 그 준비사업의 동그라미 둘째라고 할수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이였는가, 그것은 이미 수령님께서 마련해주신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이며 준비된 로동계급과 지식인들입니다. 오랜 나날이 바쳐진 사업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이번 전원회의를 준비하는데 수십년세월을 바친듯한 기분입니다.》

어데선가 기계를 시동시키는지 윙- 따따따! 하는 둔중하고 련속적인 소음이 들려왔다. 그이께서는 음성을 높이시였다.

《우리에게는 세계으뜸의 자원, 무진장하고 충실하며 대를 이어 물려갈 자원이 마련되여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식자원입니다. 그 지식자원이란 구체적으로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그 연구사동무와 같은, 여기 이 한유준, 온덕수동무들과 같은 우리 수령님과 당이 키워낸 인재들입니다. 나는 이렇게 확언합니다. 누가 하는가? 사람이 한다! 무엇으로 하는가? 사람으로 한다!》

진지하신 그이의 음성은 웃으시는 표정과 어울려 그지없이 아름답고 숭엄한 느낌을 자아냈다. 각오한 투쟁이 찬란한 미래와 잇닿아있음을 내다볼줄 아는 위인만이 지으실수 있는 표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제6기 제4차전원회의 준비와 관련하여 수령님께 보고드릴 문건초안을 구상하시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전시관을 떠나시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