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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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눈이 내린다》는 각이한 의견의 엇갈림우에 놓여 창작가의 마음을 긴장시키고있었다. 한편의 노래를 짓자고 평생의 힘을 경주한 리면상이였다. 부정하고 또 부정하여 선률의 혼탁속에 빠져 허덕이기도 하였다. 노래 한편을 안고 해를 넘겨본 일은 없었다. 별의별 이야기까지 남기며…

로년기에 들어서면서 위병으로 애를 먹는탓에 안해는 한끼한끼 식사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였다. 그날은 안해가 당콩밥을 먹음직하게 지어 상에 올렸다. 시집간 딸이 찾아와서 마련한 특식같았는데 가장이 실수를 하였다. 밥을 한창 먹느라니 불쑥 선률이 떠올랐다. 저도 모르게 당콩알들을 골라 상우에 놓으며 음부를 대신하게 하였다.

《어머니, 아버지가 당콩밥 싫다는 말씀을 못하시여…》

곁에서 딸이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눈길을 드는데 어느새 손녀가 캐드득거리며 《나 당콩 맛있네. 내가 먹을래.》 하며 냉큼 집어가는통에 급한 소리를 냈다.

《내 눈노래를 훔쳐가다니…》

이런 변이라구야, 밥상앞에서 찾은 선률이 두벌자식 입안으로 훌떡훌떡 들어가지 않는가. 온 집안이 떠들썩 웃어댔다. 딸은 손녀의 등을 두드리며 나무렸다.

《얼른 뱉아, 할아버지 노래를 먹다니…》

리면상은 난처한 처지를 모면하려고 서둘러 손녀를 안았다.

《괜찮아, 할아버지 노래를 먹었으니 음악가가 될게다. 허허…》

그 일을 김옥성에게 말하였더니 좋은 노래가 나올 징조라고 했다. 좋다는 두마디로 된 평가를 받는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누구도 《눈이 내린다》에 대한 평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리면상은 무던히도 고심한 작품이여서 반향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조였다.

사무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리면상은 고개를 들었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렴필재였다.

《안녕하오, 위원장동무.》

《어서 오시오, 부상동무.》

리면상은 렴필재의 몸에서 열기가 식어간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는 지금의 모습도 침착성은 잃지 않았지만 지친것 같이 보였다.

렴필재는 담배를 꺼내여 자호를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본 다음 붙여물었다. 담배연기를 날리며 바라보았다. 재능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이 리면상이라고 여겨왔다. 인간적면에서 이 사람은 자기를 감추고 사는것이란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자기가 관여된 모든 자료들에 대하여 지나칠만큼 허심하게 인정하였다. 어떤 결과가 차례지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솔직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자기의 주장은 그 어느 하나도 철회한것이 없다. 《이오씨프곰방대》가 리면상은 음악가동맹 위원장사업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였다. 아직은 두고봐야 할 문제지만 자기들이 바라는대로 일이 진척될 전망은 보이지 않았다. 놀라운것은 강선으로 내려보냈던 류진이 다시 올라와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임명되였다.

《이건 청천벽력입니다. 리해할수 없단 말입니다.》

렴필재는 상급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불만을 터뜨리였다.

《바로잡힐거요. 리면상은 새로운 과오를 범하고있단 말이요.》

불이 죽은 곰방대가 높이 쳐들렸지만 상급의 어조에는 맥이 빠진게 알렸다. 반수정주의깜빠니야공세를 주도한 인물의 그와 같은 태도는 저으기 불안을 자아냈다.

렴필재는 자기의 심리는 감추고 넌지시 물었다.

《새로 창작한 노래를 들었소. <눈이 내린다>를 말이요. 위원장동문 자기의 노래에 대하여 만족하게 생각하오?》

리면상은 조심스럽게 두손을 마주잡으며 소심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의 작품의견을 들을 때마다 항시 짓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한 웃음이 얼굴에서 떠돌았다.

《얼굴을 보지 말고 생각되는건 다 말해주오. 허허… 내 선률이라는게 그러루한거지만.》

《여전히 목가적이요. 서정만을 추구하는…》

《늘 말하지 않소, 나는 농사군의 자식이라구.》

《어떤 사람들은… 음악론의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축들의 의견인데 모르겠다는거요. 어정쩡한 소리긴 하지만… 위원장동무의 노래이니 의견을 말하기 조심하는것 같소. 또 누군가는 공허한 사색의 추구라고 말했소. 선률이 너무 처져서 졸린다는 사람도 있더란 말이요. 내 생각은 그와 달랐소. 나는 노래 그자체보다 위원장동무가 자기의 위치를 봐서 내놓지 말았을걸 그랬다는 유감스러운 생각을 하였소.》

리면상은 아무 말도 못하며 앉음새만 바꾸었다. 얼마나 고심하며 지은 노래인가. 그가 누구이든 감상한 소감을 말하는것이기에 흘려서 들을수 없는것이다. 한뉘 한편한편을 내놓을 때마다 가슴을 조이며 오늘처럼 살아온다. 듣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그 노래에는 반드시 결함이 있는것이다.

《부상동무가 선률분석을 좀 해주시오. 오늘은 변변치 못한것을 내놓지만 래일은 좋은 노래를 지어야 하지 않겠소.》

리면상의 솔직한 진심을 듣고난 렴필재는 이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하긴 노래만 지으면 만족하다는 인간이다. 사람이 아무리 음악에 미쳤다 해도 이렇게 산다는것은 쉽지도 않은 일이다. 리면상의 성격적특질을 새삼스럽게 찾아본 렴필재는 자기는 남길것이 무엇인가 하는 허무한 감정도 같이 맛보며 서둘러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뭘 안다고 위원장동무의 노래를 이렇다저렇다 하겠소. 내가 오늘 온건 말이요.》 하고 말허리를 꺾은 렴필재는 리면상의 안색을 살피였다.

《사업상문제요. 이를테면 우리 음악의 방향이랄가…》

그는 어조에 힘을 주는것으로 심중성을 강조하려고 하였다.

허심한 자세로 자기 작품의 의견을 들으려던 리면상은 렴필재의 말에 고개를 쳐들며 눈을 감았다. 어덴가 허전해하는 속마음이 얼굴에 내비치였다. 창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수 없는 아쉬움을 숨김없이 드러내는것이다.

렴필재는 우리 음악예술이 인민대중의 정서적요구에 충족을 주지 못하고있는 실태를 실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나서 외국의 고전물들을 재현하여 무대에 올리는것이 필요하다는데 대하여 설득시키려고 하였다. 《카르멩》이나 《에스메랄드》와 같은 작품들이 공연되면 이채를 띨것이고 사람들의 문화적인 소양을 높여줄수 있다는것을 부언하였다.

《나는 우리의 예술이 문명에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보오. 우리에겐 이렇다하게 내놓을 작품이 너무도 없단 말이요.》

묵묵히 듣고있던 리면상이 렴필재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상대의 의견이 리해되지 않았다. 보다는 인간개체를 납득할수 없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아득히 흘러간 옛시절의 모양으로 앉아있는것 같이 보이였다.

가을바람이 처량하게 불던 밤, 락엽이 구우는 소리마저도 구슬픈 노래소리같이 들리였다. 주막집 남포등은 마주앉은 두사람을 비쳐주고있었다.

리면상은 렴필재가 이끄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따라왔다. 지금껏 지내면서 이래 본 일이 없었다. 얼굴은 넓어도 제 돈 내고 친구를 술자리에 앉힌적이 없은 사람인데 웬 일인가. 린색하다고 할수도 없었다. 누구하고 마시든 자기가 마신 술잔은 계산하였다가 어김없이 한푼도 곯지 않게 내놓았다. 돈을 놓고는 양보가 없는 가문에서 자라며 배운 타산이 그런 생활습관을 붙여준것 같았다.

카프련루자로 옥살이를 이태가까이 하고 나온 렴필재는 《자화상》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론의가 분분하였다. 추상파문학으로 후퇴한 시인의 목소리는 끝없는 허무를 읊조린것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였다. 예술평론계에서 프로레타리아문학의 기치를 들었던 론조는 찾아볼수가 없었기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겼나?》

《마시세.》

리면상은 궁금한 마음으로 잔을 비웠다. 렴필재는 두번째, 세번째 잔도 침묵을 지키며 마셨다. 그 모습에서 《자화상》의 《네 어이하여 세상에 났더냐. 바로 걷지도 못하며 낳아준 원망만 하니 지지리 못나고 버러지보다 못한 몸이라 살아있달뿐 죽어지내는 나로되…》 하는 구절이 흘러나오는것만 같았다.

고개를 숙인채 한숨을 내뿜던 렴필재가 입을 열었다.

《없네, 없어. 물려받은것이 있다면 만리장성이 생겨나기 이전에 남들이 죽음을 빚어내며 지은 경전이고 말총으로 엮은 갓과 울며 부르는 기생의 청승맞은 노래가락뿐이네. 남은것이란 벌거벗은 산천이고 살아있기에 산다고 하는 나 같고 너 같은 인생들이 전부이니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있는가. 망국의 수레를 노예되여 굴려가는 무맥성의 극치, 세상풍물에 놀라 초풍만나 떨어대는 베잠뱅이신세가 된 가난, 대대로 문맹을 떨쳐온 무지의 자랑… 우리 2천만은 우주만물이 억년을 쓰고도 남을 인류공동의 소유인 공기속에서도 산소가 모자라 질식되여 죽어가고있네. 사람은 세월을 잘 만나야 한다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왜 이 땅에서 태여났나, 왜? …》

리면상은 텅 빈 가슴을 치며 허무의 개탄을 뿜어대는 렴필재를 지켜보다 부르르 몸을 떨며 소리를 쳤다.

《그만하게, 미친 넉두리를! 자네 제정신인가?!》

남포등보다 더 희미하게 보이는 동공이 힘을 모아 빛을 내려고 했다. 감옥살이를 하고 나오니 옥살이보다 좀 나은 안해의 드살찬 품이 기다리였다. 풍각쟁이 바람쟁이 아닌걸 못 봤다며 치마바람을 일구면서 따라다니다 못해 무대우에 뛰여올라 장고를 밟아뭉갠 녀자였다. 살겠으면 아버지한테 무릎꿇고 돈동냥을 하라고 앙탈질하다 못해 끌고가려고 하기에 네년과는 못산다는 말이 터져나오고야말았다. 안해는 자식과 함께 떠나갔고 가산이라고 해야 할 집을 팔아버리고 술을 마시는 그였다.

《아무것도 남은게 없네. 가야지. … 가련다. … 이름마저 조상의 선산에 묻고 가버리련다. …》

렴필재는 이렇게 나서자란 제 나라 땅을 떠나갔었다. …

《위원장동무, 무슨 생각을 하오? 노래가락이 떠오른건 아니요?》

리면상은 쓸쓸히 웃었다.

《아니요. 그저… 지나간 일을 좀… 허허.》

《의견을 말해보오.》

《나는 부상동무가 일관하기를 바라오. 남의것에 대한 리해가 이전에는 지금 같지는 않았기때문이요.》

《고전음악작품도 이색적인것으로 보는건 아니요?》

《나는 어떤 주의를 론하자는것이 아니라 내것과 남의것에 대한 리해를 옳게 하는것이 필요하다는걸 말하고싶을뿐이요.》

《남의 좋은것을 섭취할줄 모르면 진보에로의 걸음은 그만큼 늦어질거요.》

《보다는 부상동무가 정신적으로 퇴보하는걸 보기때문이요.》

렴필재는 짐짓 긴장한 낯색을 지으며 습관된 동작으로 두손을 벌려보이고나서 어서 말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날에는 나라를 빼앗겼던탓에 민족을 허무적으로 대했고 우리 민족이 이루어놓은 음악조차 남의것보다 못한것으로 여기였소.

나 역시 다를바없었소. 그러나 우리 인민은 어제날의 짓밟히던 민족이 아니요. 오늘은 강해졌으며 존엄이 높은 민족이요. 동무는 우리의것이 변변한게 없다는데 나는 리해가 안되오. 남의것을 들여와야 문명에로 나갈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나의 마음에는 들지 않소.》

《여전히 편협한 자기의 고집을 내세우는구만. 나는 큰 형식의 음악작품창작을 말하는거요. 고작해서 <춘향전>이 아닌가 말이요. 우리도 세계명작들을 무대우에 올려놓을수 있지 않소. 나는 음악가동맹 위원장인 동무가 이런 사업을 마땅히 설계하여야 한다고 보오.》

《아니, 나를 완고하다고 해도 좋소. 보수적이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소. 음악에서 자기 민족의것을 중시하며 우위에 올려놓고 발전시켜야 하오. 이에 대한 나의 립장은 달라질수 없소.》

《좋소. 동무가 결론하는 문제는 아니니까. 다만 나는 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하자고 찾아왔을뿐이요.》

리면상은 굳어진 표정으로 한손을 내젓기만 하였다.

《물론 나는 무엇을 결론할 사람이 못되오. 그러나 우리 음악의 피가 혼탁되는것에 대해서는 작곡가의 한사람으로서 반대할것이요. 끝까지!》

《위원장의 이름으로 그와 같이 대변했더라면 실수에 그치지 않을거요. 기다려봅시다,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지.》

렴필재가 간 후 리면상은 울적한 기분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자기의 노래가 잘되지 못했다고 하니 실망을 지울수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있는 그였다. 렴필재 한사람의 불만이 아니라는것을 알고있기에 괴로웠다. 저녁무렵이 되여오는데 사무실문을 열고 류진이 김옥성과 함께 밝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섰다. 예술창조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그였다. 며칠전에는 새 집까지 받았다. 그날 강선에서 로억만이 작업반원들을 데리고 올라와 한바탕 들었다놓고 돌아갔다.

《옥성동무! 어떻게 된 일이요,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

입원중에 있는 김옥성이지만 한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위원장동지가 보고싶어서요.》

《하? 그러지 않아도 일요일에 면회를 가려던 참인데…》

《류진동무가 어디 가만 놔둡니까. 허허…》

리면상은 두사람이 나타난데는 어떤 연고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권했다. 류진은 별스레 눈치까지 보고 김옥성은 슬며시 손짓을 해보이며 뭔가 부추기는것이다.

《이걸 좀…》

가방에서 총보지를 꺼낸 류진이 조심스럽게 책상우에 내놓았다.

《작품인가? 예술단에서 먼저 봐야지 않나.》

《관현악곡을 만들어봤습니다. 위원장동지의 의견을 받는것이 옳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옥성동무가 본것 같은데, 들고 다니긴.》

김옥성은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기우뚱한 리면상은 총보를 내려다보았다. 《관현악과 합창 <눈이 내린다>》, 달필로 휘갈겨쓴 제명이 보이자 그의 미간은 좁아들었다. 하필이면 류진이가 하는 의문과 불만이 솟구쳤던것이다. 등뒤에서 무슨 비난이 울리는지 알기나 하는가.

《우리 위원장이 작곡한 노래를 들어봤나?》

《깊은 감상에 잠겼다 깨니 졸았더군.》

《늙으셨어, 하품을 하거던.》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류진이 앞에 나서서 그 유명한 음악리론을 뿜어댄다네. 허, 눈이 간지러워. 그런걸 두고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가족주의라고 한다는게야.》

《누가 위원장 되지 말래? 입건사 바로하구 곱게 보일 궁리나 하는게 좋아요.》

《천만에! 이 사람, 이래뵈도 원칙이 있다구. 지켜보자는거야. 다시 곪기는 때가 올지 알겠나. 명곡은 못 뽑아도 원칙이야 지켜야지.》

시비군들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무능한 인간들이 아첨저고리에 원칙바지를 차려입고 뒤발차기재주를 곧잘 부리는것이다.

리면상은 류진에게 눈길을 쳐들었다.

기다리느라 지쳤는지 등받이에 기댄 불만의 대상은 태평한 생각에 잠겨 꽈올린 다리까지 흔들거리며 부아를 돋구었다. 사람의 속에 거만이 들어앉으면 성격으로 돼버리는게 아닌가, 지휘봉을 다시 잡기 바쁘게 이전 모습이 되살아나는걸 보면.

《옥성동문 먼저 본것 같은데 난 보지 않겠소. 반대요!》

리면상이 총보를 밀어놓고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눈을 감자 두사람은 아연해졌다. 한번 아니라던가 모르겠다면 그 고집 또한 여간 아니여서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지금같이 눈을 감으면 문제다.

김옥성은 리면상의 심중을 넘겨짚어보려고 하며 말했다.

《개성이 있는 선률이 틀에 박힌 음악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소리로 들리기마련이지요. 새것이란 파괴자나 같거던요. 우선 편곡자의 수고를 헤아려보고 의견을 나누는게 좋겠습니다.》

여전히 눈을 감은 리면상이 손만 내저었다.

류진은 지금과 같은 리면상을 처음 보았다. 괴벽스럽게도, 편협하게도 느껴졌고 측은한 감정도 불러다주었다. 한생을 조심스럽게 산다. 음정처럼 정확한 생활에는 수양도 있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오유를 범한다는 소심성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예술 그자체가 예민한것으로 하여 결과를 예상할수 없기때문일것이다. 자칫하면 뒤에서 무슨 시비가 생겨날지 모른다는것을 알면서 편곡을 하였다. 이번 자기의 창작은 특수한 조건과 환경에서 진행되였기때문이다. 불과 며칠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완성했고 지난 시기 같으면 몇사람에게 보이고 만족했으련만 자신이 없어서 김옥성에게 들고 갔던것이다.

《위원장동지가 자기 작품을 편곡했다고 의견이 있다면 저의 잘못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동의를 얻었어야 했는데 뛰여넘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보지도 않겠다면 이건 단순한 무시가 아닙니다.》

류진의 침착한 목소리를 통하여 전달되는 의미가 담긴 말을 들으며 리면상은 화가 나기까지 했다. 어쩌면 저렇게 분별이 없는가. 자기가 어떻게 회복되여 무대에 다시 서게 되였는지 모른단 말인가. 내가 지은 노래가 명곡인가. 한다하는 지휘자라면 가려볼 안목을 가졌어야지. 리면상의 노래를 류진이라는 사람이 편곡을 했다누만 하는 소리를 그렇게도 듣고싶은가.

《류진인…》 금시 튀여나오는 말을 삼키며 《지휘자동문 말입니다.》 이렇게 눌러서 서두를 뗀 리면상은 눈은 떴지만 마주앉은 사람들을 보지 않았다.

《대작주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량심적으로 창작한다면 인민이 사랑하는 명곡들로 큰 형식의 음악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없으리라고 보는데…》

랭철하려고 애쓰며 말하는 리면상의 심중을 류진은 알수 있었다. 자기의 감정을 교묘하게 감출줄 모르는 인간이기에 착잡한 마음이 그대로 비껴있다. 그것이 오늘은 못내 불만스럽다. 사람은 심중해야 하지만 심중한다고 하면서 옳은 일도 돌다리를 두드려보며 걷듯 해서는 안될것이다. 더우기 음악가동맹 위원장이 아닌가. 음악운동을 앞장에서 이끌어야 할 일군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극히 옳은 말씀입니다. 지난 기간 공명심에 들떠서 교향곡을 만들어냈던 접니다. 그러나 수정주의물을 먹었던 류진이란 인간은 전기로에서 강철이 되여 돌아왔다는것도 알아주십시오. 위원장동지는 말씀했습니다. <너의 음악? 인민의 음악이다!>, 오늘은 저도 그 말을 반복하고싶습니다.》

《뭐라구?! …》

리면상이 눈을 번쩍 뜨자 김옥성이 류진의 어깨를 툭 쳤다.

《아, 흥분하지 말구. 위원장동지, 진정하십시오.》

리면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원장이 아닌 작곡가로서 말하네. 이건 동무가 할 일이 아니야!》

《해야겠다면은요?》

《20년, 아니 30년후에 하겠으면 하게!》

바로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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