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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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왕성실과 오일선에게 맡겨두다싶이 하고 대구에 내려가있은 진옥련이 어제 올라왔다. 그곳 경찰서에 강무현이 구류되여 예심을 받고있었다. 리면상도 몇번이나 찾아갔지만 면회는 거절당했다. 사상범인것으로 해서 외부와의 련계를 일체 차단한다는것을 로골적으로 알려주기까지 했다. 다만 아직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수 있을뿐이였다.

진옥련은 자기가 경찰서장을 만났다는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 왔다. 녀자가 모질게 마음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는것 같다. 차입도 면회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그는 경찰서마당에서 열흘낮 열흘밤을 고소했다는것이다. 때려서 내쫓으면 기여서 들어가고 죽기로 마음먹고 울고불고 야단을 치니 하는수 없었던지 하루는 어떤 방으로 끌어갔다. 털벙거지를 뒤집어쓴것 같은 경찰서장이 재판날자와 개정시간도 알려주었다. 오늘이 6월 12일이니 열이틀후에 강무현에 대한 공판이 대구지방법원에서 집행된다. 진옥련은 변호사를 찾겠다며 매일과 같이 두주먹을 부르쥐고 뛰여다녔다.

세칭 새별회사건으로 알려진 비밀결사건에 대한 소송행위가 드디여 법정에 이르게 되였다. 반년이 넘도록 골몰한 일본검찰의 기소장은 겨우 십여페지에 불과했으며 피고석에 앉힐 사람은 강무현뿐이였다. 경찰의 예심과정은 상상하고 남음이 있었다.
리면상과 진옥련을 따라 조령출이 대구로 내려왔다. 공판이 진행되는 공회당은 경찰들로 살벌하였다. 입장시간을 앞당기여 사람들을 가두어넣다싶이 하고는 주변에 경계진을 쳤다. 개정 30분전에 수인차가 나타나더니 용수를 씌운 죄수를 끌고 들어갔다.
피소자에게 직계가족이 한명도 없기때문에 대구지방법원은 변호사의 청원을 수락하고 진옥련과 함께 리면상, 조령출의 참석을 승인한것이다. 방청으로 온 사람이 수십명에 불과하여 공회당의 앞자리나 겨우 채웠다.

한산한 공판장안은 저기압에 눌리운채 지루한 시간을 흘러보내고있었다. 진옥련은 창백한 모습으로 눈길을 내리깔고 움직일줄 몰랐다. 반년이라는 세월이 그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셔내고 실주름을 무수히 그려놓았다. 웃음이 사라져버린 녀자였다. 서울에 내려와서 변호사를 물색하느라 밤낮없이 눈물을 안고 뛰여다녔다. 조갈이 든 입술은 부르트고 찢겨져 곱던 이전 모습은 찾아볼수 없고 수심의 안개가 뒤덮인 눈동자는 정기를 잃어갔다.

진옥련의 옆에 앉은 리면상은 강무현에게 다가온 가혹한 운명을 놓고 무거운 상념에 잠겨있다. 변호사는 기소장의 일부 내용과 예심과정에 있은 일들을 알려주었다. 경찰기관은 수사와 예심과정에 새별회의 존재는 알아냈지만 범인의 완강한 침묵과 부인으로 비밀결사의 조직형태는 물론 조직성원에 대해서 한명도 밝혀내지 못하였다. 결과 한사람으로 제국을 위협하는 테로단체라는 저들의 론거를 립증할수 없게 되자 불법적인 무기소지와 렬차에서 공무집행중인 경찰을 사살하고 도주한 사건에 목표를 겨누고 예심강도를 높였으나 피심자의 강한 부인에 도전당하여 당시 죽은 녀자의 실체조차 밝혀낼수 없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취조관들은 하나같이 당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면 사형을 언도받을것이라는 맥빠진 소리를 하고 물러섰다.

강무현이 죽음을 각오했다는것을 리면상은 의심치 않았다. 야수를 릉가하는 일본경찰들과 맞서 지금과 같이 사건을 결속하게 만들자니 반주검이 되였으리라.

법정의 왼쪽문이 열리더니 두명의 경찰이 옹위한 피고가 들어섰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인복을 입은 강무현은 아무에게도 눈길을 보내지 않으며 자신감에 넘친 걸음으로 피고석을 찾아 걸어왔다.

진옥련은 두손으로 가슴을 누른채 온몸을 떨기만 했고 리면상과 조령출은 동시에 찾았다.

《무현군! …》

걸음을 주춤 멈춘 강무현은 실눈을 지으며 잠시 바라보았다. 구류장에서 오래동안 밝은 빛을 보지 못한탓에 사람을 가려보기 어려워하는게 알렸다. 간간히 울려나오는 진옥련의 흐느낌을 듣자 고통스러운듯 고개를 돌려버리더니 피고석에 앉았다.

《기립!》

지옥의 뿔나팔소리같은 목청이 울리자 우줄우줄 사람들이 일어서고 까마귀떼를 방불케 하는 무리가 저마다 거만을 부리며 재판석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어 서슬푸른 검사가 나왔고 변호사자리에는 두루마기를 입은 늙은이가 앉았다.

증인들이 자리를 잡고 법정의 무거운 정숙이 찾아들자 운두가 높은 검은 모자를 쓴 은테안경쟁이 수석판사가 자기앞에 놓인 나무망치를 내리쳐 재판시작을 알리고는 턱을 가슴에 묻었다.

철판을 긁어대는것 같은 거센소리가 《대일본제국》을 반대하여 무장을 소지한 죄와 불온사상전파를 목적한 조직과 주동인물의 징계와 기타 형법조항에 불복한 피소자 강무현에 대한 본 지방법원의 재판심리를 시작한다는것을 알리였다.

인류의 성문법이 생겨난 후 오늘에 이르러 고정격식화된 절차대로 검사가 기소측의 쇠소리나는 발언을 하였다. 강무현의 본적지와 출생지, 나이와 경력을 간단히 언급한 다음 일본식법률적론거를 거침없이 제시했다.

피고는 일본이 조선정부와 국제법적요구에 맞게 체결한 모든 조약들을 불법무도로, 침략국의 강도적행위라고 공공연히 선동하였는바 이것이 사상동향이다. 이에 대한 본인의 인정과 확인된 증거자료, 원산, 인천, 부산, 일본의 혹가이도 등지에서 암암리에 파업과 폭동을 선동한 사실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과 피고의 시인자료, 대구로동조합파업과 배후에 대한 경찰의 수사자료, 요시찰대상으로서 자취를 감춰가며 비밀결사의 일원으로 움직인 사실에 대한 피고의 강한 부인자료, 렬차에서 총격전과 제국경찰관에 대한 사살행위와 그에 대한 인정자료, 서로 모순되는 진술을 집요하게 고집하며 동행자의 실체를 고백하지 않는 불복행위와 함께 소지했던 총기류와 렬차사건당시 고착한 사진자료와 현장검증자료를 제시하였다.

《피고, 체포될 당시 무기를 휴대하고있었는가?》

판사의 질문이 시작되였다.

《그렇소.》

《무기는 어데서 획득하였는가?》

《훔쳤소.》

《법앞에서 진실만 말해야 한다. 정확한 대답을 하라!》

《훔쳤소, 당신네 경찰이 근무중 총을 벗어놓고 술을 마시는 기회에…》

방청석에서 가벼운 웃음이 떠오르자 판사는 사건기록을 들여다보고나서 증인자리에 앉은 사복차림의 일본인남자를 불러일으켰다. 그 사람이 무기분실자였다. 경찰자격을 잃고 법정에 불려왔던것이다. 당시 정황을 련상시켜주는 증인진술은 웃지 않고 못견디게 하였다. 백주에 술을 얼마나 마셨으면 총을 벗겨가는것도 몰랐겠는가. 제국경찰관의 수치라고 엄하게 추궁한 판사가 피고에 대한 심문을 계속했다.

《무기를 소지하려고 한 목적을 말하라.》

《자기를 지키고 적을 죽이기 위해서였소.》

《적이란?》

《민족의 원쑤요.》

《정확히 표현하라.》

《당신과 같은 인간이요.》

《뭣이?!》

침묵속에 틀고앉았던 수석판사가 망치질을 하였다.

《법정을 모욕하지 말라!》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석판사의 동의를 얻고 피고의 앞으로 걸어왔다.

《재판관선생들, 저의 질문에 주의를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중한 태도를 지어내며 증거물로 제시한 권총을 들고 강무현에게 물었다.

《이건 나간권총이다. 당신이 이 총으로 렬차에서 총격사건을 일으키고 도주하였는가?》

《그렇소.》

검사는 증거물이 놓인 곳에 가서 사진과 종이에 싼것을 가지고 와서 보이는데 총탄이였다.

《사살된 경관의 몸에서 뽑아낸것이다. 브로닝총탄! …》

강무현은 귀가 먼 사람같이 듣는둥마는둥하였다.

《피고는 무지한 부인을 할것이 아니라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렬차에서 뛰여내린 녀자의 사진이다. 누군가?》

《검사나리, 흥미가 없을거요. 죽은 사람은 아무 진술도 할수 없기때문이요.》

《아니다. 대답하라!》

《동지요. 그 이상은 말할수 없소.》

리면상은 랑패감을 지우지 못한채 제자리로 가는 검사를 보며 이상야릇한 통쾌감과 함께 자기가 지금껏 알고 산 강무현에 대한 자랑이 가슴뿌듯이 자리잡는것을 느꼈다.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던가. 얼마나 큰가. 삶도 죽음도 마음대로 지배할수 있는 저렇듯 큰 심장을 나도 지닐수 있을가. 사람이 살면 천년을 살랴. 애국의 지조를 지켜 떳떳이 살수 있는 무현은 행복한 인간이다. 속세의 갖은 욕망을 서슴없이 버릴수 있는 저와 같은 경지에 우리 백성이 모두가 올라선다면 망국의 한은 풀리고야말리라. 자기의 목숨을 초불처럼 태우며 그 빛으로 만사람의 눈앞을 밝혀주고있는 강무현의 모습은 심장에 간직할 고귀한 넋이였다.

수석판사의 안경알이 번뜩인다.

《피고, 국경대안의 보천보를 불지른 공비들의 란동을 선전한게 사실인가?》

《공비가 아니라 조선인민혁명군이며 란동이 아니라 전쟁, 일본침략자들에 대한 공격이며 조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세상에 알린 선언이요! 그렇소. 나는 이 엄연한 진실을 내 민족에게 알려주었을뿐이요. 당신들의 말대로 굳이 선전이라 한다면 그에 대해선 당당히 인정하오.》

《피고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형을 언도받는다는것을 아는가?》

《모르오. 선동죄로 몰아붙인다면 일본의 신문들도 이 법정에 끌어다 앉혀야 할것이요. 나는 신문을 보고 알았으며 사실대로 전달했을뿐이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 피고는 자기를 새별회 성원이라고 진술했다. 그 결사의 강령이 무엇인가?》

《일본을 반대하는 싸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궁극에 민족의 자결권을 되찾는것이요!》

《좋다, 나간권총따위를 들고 제국의 비행기, 함선, 땅크와 맞서보라! 그래 요란한 강령을 내건 결사에 어떤 계률이 있는가?》

수석판사가 달랐다. 피고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감정을 촉발시키는 숨은 목적이 뱀처럼 고개를 쳐들고있었다.

진옥련은 재판이 시작되여서부터 줄곧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하고있었다. 부디 무서운 판결만 내리지 말아다오. 설사 감옥안이라 해도 살아만 있으면 된다. 총독부 법무국의 한 관리가 사형을 면하면 감형도 병보석도 있다면서 엄청난 돈을 요구했다. 사람을 살릴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

한가닥의 기대를 안고 애태우는 마음을 수석판사의 높아진 목소리가 뒤흔들었다.

《대답하라!》

돌부처처럼 앉은 강무현의 입에서 짤막한 말이 울려나왔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하는것이다.》

반쯤 일어나던 수석판사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검사도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씻고있다. 변호인에게 언권이 부여되자 진옥련은 황황히 고개를 돌렸다. 변호석에 앉았던 풍채좋은 중늙은이가 일어섰다.

그는 기소내용에서 의문되는 점들을 검사에게 문의한 다음 변호인 발언을 하였다. 피고의 적색선전에 대한 기소에서 보천보소식을 리용했다고 주장한다면 리치가 맞지 않는다. 글을 볼줄 아는 사람이 신문 한장만 사서 읽으면 누구나 알수 있다는 사실, 사람은 사변적인 현상에 접하면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기식으로 보태여 전하는 심리적습관을 가지고있다. 언론이 공개한 사실을 사상의 전파로 법적추궁을 한다는것은 과장된 기소이다. 또한 로동조합은 합법적인 단체로서 시위나 파업 같은 행위를 수단으로 삼는다. 파괴나 방화를 동반하지 않았는데 어느 나라에나 있는 로동운동의 형태를 불법으로 본다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수 있으므로 기소측에서 고려할 사항이다. 총기류소지와 경찰관에 대한 사살행위는 엄중한 범죄가 틀림없다. 그러나 피고가 월경도주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렬차에서 총격사건은 자기의 행위라고 시인하고있는것은 모순이다. 월경도주를 목적하지 않았다면 그 당시 어떻게 렬차안에 있을수 있었는가. 가장 중요한 사건조사가 모순을 안고있는것은 법률적소송의 불충분을 말해준다. 최소한 일본경찰관을 사살한 무기라도 정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나간권총이 아니라 브로닝권총을 물증으로 내보일것을 요구한다. 변호사는 증거부족으로 재판을 연장시키려고 기도하면서 발언을 마쳤다.

얼굴이 불깃불깃해난 검사가 탁을 두드리며 변호사의 발언에 열변을 토했다. 《대일본제국》이 지배하는 땅에서 로동조합이란 친목활동이나 하라는것이다. 그 어떤 사소한 소요를 일으키는 경우를 불문하고 강권이 적용되며 불법행위로 형사책임을 질것이다. 피고는 보천보소식을 만주에 가서 고의적으로 입수했으며 대구로동조합의 간부들과 로동자들이 모인 장소에서 여러차례 강연을 하였다. 신문은 피고가 자기의 죄과를 덜기 위해 칭탈을 부리는 조건일뿐이다. 완전히 성립되지 않은 렬차사건은 불보듯 뻔하지만 피고의 강한 부인에 의하여 이 법정에까지 연장되여온것이다. 두명의 제국경찰관이 사살되였다. 죽인자가 누구이든 피고스스로가 시인한 조건에서 상기의 건 하나만으로도 중형을 언도할수 있으므로 본관은 《대일본제국》 형법에 따라 피소자 강무현에게 사형 내지 무기징역형을 구형한다. 검사의 완강한 태도에 수석판사를 비롯한 검은 법의들이 고개를 맞대고 수군덕거렸다.

기회를 노린 검사가 미련을 가지고 강무현의 앞으로 왔다.

《피고, 새별회 성원 한명을 내놓으면 형량은 절반으로 줄어들것이다.》

법정의 마지막순간까지 회유하는 검사를 바라보며 강무현은 말했다.

《제 생명을 꺼버리기 두려워 당신들의 법이 내리는 형벌을 나눠 가지려 한다면 어찌 사내대장부라 하겠는가! 검사나리, 부디 오래 사시오!》

피고의 당당한 자세와 검사에게 안겨주는 조롱이 통쾌하여 청중은 웃음으로 이에 호응하였다.

《조용하라! 피소자 강무현, 할 말이 없는가? 언권을 준다.》

법정망치를 움켜쥐고 노려보는 수석판사의 시선앞에서 강무현은 살아온 짧은 인생을 더듬었다. 봉건구습을 박차고 뛰쳐나왔건만 10년세월 갈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였다. 망국의 수난을 감수할수 없어 무모한 반항은 그 얼마나 하였던가. 부두로동판에서는 일본놈감독을 때려눕히고 두더지같이 숨어 살아야 했고 비밀결사라고 무은 조직의 성원으로 온전한 싸움을 한번도 못해보며 배신자들때문에 겪은 위기는 얼마인지 모른다. 마침내 인생의 참된 길, 투쟁의 진로를 찾은 5년, 그것이 오늘의 존엄 당당한 이 자리에 세워주었다. 내 헛되이 버릴번 하였던 삶을 보람있게 마치게 되였으니 무슨 여한이 있으랴. 망국의 칠칠흑야가 마침내 걷히고 독립의 서광이 비쳐들 새날을 바라볼수 있거늘 그것을 모르며 백년을 살라면 나는 그 백년을 검불처럼 버리리. 애국의 절개를 지켜 나는 간다. 해방된 삼천리금수강산을 안고 나는 웃으며 마음속으로 민족의 번영과 무궁한 행복을 기원한다. 잘 있으라! 사랑하는 사람이여, 잊을수 없는 벗들이여, 나의 혈육인 겨레여! 두손으로 가슴을 덮은 강무현은 한걸음 나서며 법정을 둘러보았다. 인생에 차례진 마지막시간을 아깝게 여기며 한마디, 한마디를 골라내였다.

《변호를 맡아준 선생과 이 재판에 참석한 여러분들에게도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나는 죽어야 하는 까닭에 죽으려고 할뿐입니다. 망국의 수난을 묵묵히 감수하기에는 나의 피가 그냥 두지 않으며 심장이 명령하는 한 나의 행위는 지금과 달라질수 없습니다. 나는 죽음이라는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단군민족은 죽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일본법률이 나 하나는 죽일수 있지만 2천만동포는 죽일수 없고 민족이 살아있는 한, 백두의 서광이 삼천리를 밝게 비치여 조선독립의 날은 반드시 올것입니다. …》

《피고, 발언을 중지하라! …》

수석판사가 망치를 두드리며 고함을 질렀다.

《언권을 준 이상 마지막말을 하겠다. …》

강무현은 청중을 향해 두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조선독립 만세! …》

경찰들이 달려나와 피고에게 수갑을 채우고 매질까지 해대며 자리에 앉히자 인파가 뒤설레고 분노한 울부짖음이 법정을 뒤흔들었다.

수석판사가 서둘러 판결문을 내리읽었다. 사형을 언도했다. 피고에게는 상소권을 주며 기일을 15일이라고 밝힌 다음 까마귀떼를 이끌고 퇴정하였다.

《무현아! …》

리면상이 일어나 두손을 내밀고 찾았다. 경찰의 저지를 물리치며 다가온 강무현이 진옥련을 바라보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사나이의 가슴을 찢었다. 수갑을 찬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밀더니 눈물을 더듬더듬 닦아주었다.

《나를 용서하오. … 사랑은 주지 못했어도 마음속에 안고 가도록 해주오. …》

《아니예요! … 안돼요. … 원통해요! …》

강무현의 두손을 와락 싸쥔 진옥련은 넘어지듯 무릎을 꿇고 앉으며 고개를 들고 피타는 웨침을 쏟았다.

《무현이! … 둘도 없는 내 동무…》

리면상도 목이 메여 말을 더하지 못했다. 강무현은 리면상과 조령출에게 의미있고 절절한 웃음을 안겨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면상, 꼭 자식을 많이 낳으라구! 그리고… 잘살게! …》

마지막길을 웃으며 가는 강무현의 얼굴을 심장에 새긴채 리면상이 화답하였다.

《자네같은 아들딸들이 많이 자라날거야! …》

진옥련의 머리를 살뜰히 쓸어준 강무현은 수갑을 찬 두손을 높이 쳐들고 걸어나갔다.

진옥련을 부축한 조령출은 눈물을 흘리며 즉흥시를 읊었다.

《조선의 넋이 걸어간다 길을 비켜라! 죽음도 두렴없다 애국의 절개 피로써 새기는 글발을 읽으라 청사에 이렇게 간이 몇몇이더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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