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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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채운 대형거울에는 지휘자의 급격히 변하는 얼굴표정과 느리고 빠르게 유연하면서도 격정적인 두손의 박자유지, 선률의 감정과 리듬전달과 같은 률동이 비치고있다. 조용히 눈을 감은채 지휘봉을 거의나 멈추었다가 갑자기 열정적으로 휘두르며 왼손주먹을 움켜쥐고 꾹꾹 내리누르다 휙 돌아서서 거울속에서 사라져버린다. 열정을 폭발시키던 지휘자는 사색적인 걸음으로 걸어가 피아노앞에 앉더니 건반을 눌렀다. 시내물이 흐르는듯 한 화음이 경쾌한 리듬을 타고 울려나온다. 희고 검은 건반우로 오가는 두손은 점차 선률의 발전을 마련하더니 지휘봉을 들었을 때처럼 격정을 참지 못하며 맹렬하게 두드린다. 그러자 고요히 시작된 선률이 장엄한 화음전개의 고조를 이룬다. 절정에로 치달을것 같던 연주가 웬 일인지 뚝 끊기웠다. 지휘자가 건반에서 손을 뗀것이다. 천정이 높은 공간으로 사라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있던 사람이 책상우에 놓은 총보지앞으로 재빨리 옮겨앉으며 수정작업을 진행한다.

지휘자 류진이다. 그는 지금 교향곡 《초원의 가을》의 결함을 극복하려고 고심하고있었다. 자기가 작곡한 작품이여서 그는 자신에 대한 요구를 끝없이 높이는것이다. 그것이 연주가들에게는 강도높은 반복훈련으로 재현되고있었다. 여보게, 저 챠이꼽스끼주의자만 보면 자살하고싶을 지경이야 하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말말게, 내 손은 현을 너무 훑어서 피가 맺혔네. 다시! 하는 구령이 뒤따른다. 모든 연주가들의 심리적파동을 듣고있는 류진이다. 그때마다 장하오, 바이올린1번수동무. 나는 동무를 영예의 단상에 올려세울것이요! … 이것이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그의 고무이고 격려였다.

한손으로 더듬거려 잔을 찾아쥔 지휘자는 다 식어버린 커피를 물처럼 마시면서도 수정작업을 계속한다. 그의 음악세계는 신비하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다성음악의 수림속에서 지칠줄 모르는 행군을 계속하고있었다. 자기의 교향곡이 무대우에서 울릴 때 사람들은 진정한 예술의 향기에 잠기게 될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마땅히 조선의 교향곡도 감상해야 도리가 아닌가. 그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아침 8시가 되여온다. 지난밤도 새우며 총보수정을 하였다. 오늘부터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안해가 올 시간이 되였다. 식사시간을 어기는것을 질색하는 녀자다. 자신은 참으로 행복한 남자다. 인민이 사랑하는 녀가수와 한가정을 이룬지도 스무해가 되여온다. 노래처럼 따스한 사랑은 언제나 창작의 생명수로 가슴에 흘러들었다. 그 사랑을 쟁취하던 날들이 돌이켜질 때면 자신의 초라했던 모습이 떠오르군 한다. 17살부터 나팔통을 둘러메고 서울의 흥행극단들에서 불어댔다. 그 시절의 안해는 류진 같은 존재는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쟁쟁한 인기가수였다. 어찌 보면 그의 사랑도 나라의 해방이 가져다준것이라고 해야 옳을것이다.

1945년 마가을 류진은 리면상을 따라 북으로 들어왔다. 음악을 시작한것도 리면상의 영향을 받은것이다. 해방전 류진의 집에서 하숙한 리면상이다. 그들은 남남이 아니라 친형제처럼 살았다. 류진의 어머니는 암흑천지였던 이 나라에 바라고바라던 날이 찾아오자 음악공부를 하겠으면 형님을 따라가서 끝까지 배우라고 아들을 떠밀어 보냈던것이다.

《이 사람, 자네가 류진일 친동생으로 여기고 소원을 풀어주게.》

리면상은 어머니의 손을 잡은채 말했다.

《어머니, 년세도 있는데 몸을 잘 돌보십시오.》

《걱정말라구. 나라가 해방을 맞지 않았나. 서울서 평양은 하루길이니 내가 찾지 못해도 게서 처와 애들을 데리고 오게나. 헤여진지 오래서 보고싶네.》

《어머니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 자리에는 평양출신 가수들인 왕성실과 오일선 그리고 진옥련이 있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는 작별마당이였다. 북남삼천리에 해방의 환호성이 넘쳐나던 시절이였던것이다. 류진은 과거시험에 나선것처럼 으쓱해서 녀동생 연이에게 오빠의 당부를 남기였다.

《어머닐 잘 모셔야 해.》

당돌하기로 소문난 연이는 고운 눈망울을 쳐들고 퉁을 놓았다.

《빨리 형님을 어머니앞에 세우기나 해요. 내가 모를가 해서… 채우기만 해봐요. 집에 들여놓지 않을터예요.》

그 소리에 모두 즐거운 웃음발을 날리였다. 동생에게서 보기 좋게 면박을 당한 류진은 황급히 사람들의 얼굴을 피하다 오일선과 눈길이 부딪쳤다.

고개를 소곳이 떨군채 서있던 오일선은 떠나면서 어머니에게 남달리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는데 눈가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렇게 헤여졌다. 언제나 부르면 오가며 만날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작별이였는데 어느새 스무해라는 무정한 세월이 가로질러갔다. 과연 이같은 생리별이 언제면 끝나는것인가.

《작곡가선생님, 아침진지를 드십시오.》

청청한 목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류진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일어섰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팔짱을 끼고 선 왕성실이 안경낀 눈으로 심각하게 바라보고있었다.

《누님이 어떻게…》

지나간 시절에 올린 말버릇이 저절로 나왔다. 고작해서 두살우이지만 이 녀자와 마주서면 한다하는 지휘자인 류진도 노상 꼼짝을 못했다. 가정에서 남편은 어느 위치에 서야 하는가, 안해를 대하는 례절은 바로 지키는가, 지어는 집안에서 좀스럽게 구는 일은 없는가까지 따져가며 물어대는데 꼭 기승스러운 가시어미같은데도 싫지 않았다. 그것이 일찌기 부모를 잃은 안해와 자매처럼 지내온 정임을 알기때문이였다.

《지휘자선생님, 뇌수라는 세포도 단백과 기타 필수적인 영양소들을 흡수해야만 정상적인 사고를 할수 있다는것을 알겠지요. 왕자연하지 말아요. 섬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가요. 게다가 무슨 입이 그리도 까다로운가 말이예요. 류학을 갔다오더니 변한게 아니예요?》

왕성실의 입에서 이 아침의 훈시가 드디여 시작되였다.

《언니…》

창문쪽 상우에 날라온 아침밥을 차리던 오일선이 그만하라고 찾는다.

안해가 와있는것을 그제야 본 류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일선인 가만있어. 내 눈은 못 속여. 이상한 냄새가 나거던. 녀자의 본분으로서의 성실한 공대인가, 아니면 일종의 강요된 순종인가. 녀성공훈배우에게 밥곽을 들리운다? 자기는 말그대로 지휘자인가? 무슨 지휘를 하려는가. 남녀평등권이 발표된지가 언제인데 남자는 지체를 휘두르고 녀자는 심부름군노릇을 하는가!》

《누님, 누님! 나 장가보낸게 누구요?》

더는 지겨운 굴레를 쓰기 힘들어 류진이 아이같은 불만을 터뜨리자 왕성실은 팔짱을 풀고 손벽을 쳐댔다.

《누구긴? 저희들이 천생배필이여서 눈맞아 돌아갔고 매듭을 풀지 못해 징징대길래 내가 뚜쟁이아닌 뚜쟁이노릇을 했구 잔치날에는 언니로서 동생둘러리를 섰지. 장가보내준건 내가 아니야. 그러나 일선이한테는 내가 언니자 엄마나 같다는걸 알아야지.》

《예? 예. 누가 감히 누님을… 아, 장모님을… 몰라볼수 있습니까.》

류진의 익살스러운 너스레에 두 녀가수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안해가 정성껏 차려온 아침을 먹고나자 방안으로 리면상이 들어왔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왕성실의 뒤를 따른것처럼 나타난 리면상을 바라보며 류진은 그 어떤 예감을 받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안해와 왕성실이 리면상에게 인사했다.

《역시 가수는 비길바 못되는 지휘자구나. 위원장동지가 다 찾아오시는걸 보면.》

류진을 걸고들며 재빨리 청진기를 내드는 왕성실에게 리면상은 《부부간이 정을 나누는데 불청객은 왜 왔는가.》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나서 자리를 잡았다.

《처형, 장모자격인데… 안됩니까?》

《하? 너무 요란하다. 처형은 모르겠는데 장모라니 비린 맛이 나.》

《방금전에 이 지휘자선생이 저를 장모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하하, 그럼 난 일선이한테 시할아버님쯤은 되겠는걸.》

오랜만에 약속도 없는 자리에서 만난 그들은 옛시절처럼 허물없이 즐거운 마음을 나누었다.

《그런데 위원장동지가 어떻게 아침에 오셨습니까?》

류진은 다 먹고 거둔 그릇을 보며 면구스러워 물었다.

《오늘은 일요일이 아닌가.》

촉기가 빠른 왕성실이 제꺽 말했다.

《위원장동지, 무슨 반가운 소식을 가져온게 아닙니까?》

왕성실의 호기심을 일부러 외면한 리면상은 류진에게 낯을 돌리며 물었다.

《그래 창작이 잘되나?》

《오셨던김에 좀 봐주십시오. 수정을 하느라고 하지만…》

류진이 총보를 가져오려고 하자 리면상은 그의 팔을 잡아 옆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창작가의 형상중인 작품을 난 보지 않네. 자칫하면 음악의 상이 파괴될수 있거던. 너무 무리하지 말라구. 눈이 다 충혈되였구만.》

리면상의 다심한 걱정에 왕성실은 시샘이 동한 얼굴로 끼여들었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건 우리 녀자들이지. 날라다 주는 좋은걸루 꽁꽁 배를 채우면서도, 흥.》

《하? 이거, 왕성실이 어제밤 잠을 설친게다. 광물학자선생이 소박을 하는게 아닌가?》

리면상이 부채질을 해주기 바쁘게 왕성실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았다.

《이 집 서방님처럼 곁에 있어나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남자 소개해줘서 인사를 하자던 참입니다. 싫다는데 잔뜩 춰올리는 바람에…》

오일선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말그대로 왕성실의 코대는 높다는 정도가 아니였다. 공업대학 학생이 매일저녁 극장앞에서 기다리기를 반년이 넘도록 계속하였다. 어쩌다 마주서서 한마디 하려면 《학생동무, 가서 공부나 하세요.》 하고 돌아서버렸다.

어느날 왕성실이 리면상이 찾아서 그의 방에 가니 책상우에 큼직한 돌덩이 한개가 놓여있었다. 이게 뭔지 아는가 묻는데 노래나 부르는 왕성실이 광물학이라는 말을 어데서 들어봤겠는가. 멍청해 서있자 기막힌 인물이 나타났다느니, 박사감이라느니 난데없는 말을 하며 무작정 이끌기에 따라섰다. 그들이 간 곳은 대학이였고 머리에 흰서리 내린 선생들까지 학생들과 같이 마중나와 맞아주었다. 그들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부르고나자 여러명의 대학생들이 꽃다발을 안겨주었는데 그속에 자기가 랭대했던 청년도 있었다. 이렇게 왕성실은 리면상의 중매로 오늘의 광물학자와 가정을 이루었다.

《너무 좋아하는 투정질이니 듣기도 좋구만. 교수선생 부인이면 어덴가. 출장이 잦은 사람이긴 해도 돌아오면 저녁마다 극장에 와서 모셔가지 않나. 뒤에서들 얼마나 부러워한다구. 일선이, 그렇지?》

리면상이 눈을 끔쩍여보이자 오일선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아, 그럼요. 우리 누님이 교수선생과 팔을 끼고 걸을 땐 멋을 부립니다. 공작부인같은 걸음으로, 이렇게… 턱은 약간 쳐들고 눈길은 내리깐채 세련된 미소를 그윽히 담고… 걷습니다.》

때를 만났다고 생각한 류진은 머리를 흔들어 쳐들며 녀자의 걸음새를 흉내내는데 배우를 찜쪄먹을 동작이여서 왕성실은 기겁하여 발을 굴렀고 리면상과 오일선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였다.

류진은 멋들어진 연기를 하고나서 아무런 구애없이 왕성실의 팔을 끼며 《부인, 지휘봉도 입을 가졌고 무기라는것을 아시겠지요?》 하고 한층 약을 올렸다.

넌덜머리를 치며 팔을 뽑은 왕성실이 《위원장동지, 색다른걸 보시지요? 어데다 비기는가 보십시오. 뭐, 공작부인? 기가 막혀서… 토장먹고 자란 순종이 변이되여온게 분명합니다. 틀림없다니까요. 빠다냄새가 풍깁니다! …》 하고 웨쳤지만 상대는 천연스럽게 마주보며 시물시물 웃고만 있었다.

생활은 멀리로 흘러왔다. 과거로부터 오늘로. 자기들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를 모르며 산 인간들이였다. 노래를 부른것은 세상에 났기에 살기 위한 생존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얼마나 달라진 사람들인가. 자기를 알며 민족을 아는 가수로, 음악가로 살고있다. 이 기슭으로 오지 못하고 탁류속에 휘말려 사라진 사람은 얼마인가. 해외교포사업을 맡은 일군의 이야기를 들으며 리면상은 정처없는 인생이 된 옛시절의 벗들을 다시 그려볼수 있었다. 나서자란 제 나라를 떠나 방랑객이 되여 헤매고있다. 그들중에는 이국의 거친 땅에서 지켜주는 사람도 없이 림종을 맞은이도 있었다. 누가 그들을 버렸는가. 진옥련도 불우한 인생들속에 든 한 녀성이다.

자기앞에서 밝게 웃고있는 사람들을 보며 리면상은 갈린 소리를 냈다.

《사람이 한생을 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야.》

느닷없는 이야기가 나오자 오일선이 제일먼저 반응했다.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이 생겼지요?》

《우리모두가 잊고 산 사람을 찾았지.》

세사람은 리면상의 표정을 주시하며 기다렸다. 그가 들려주는 이름으로 하여 닥쳐올 충격을 예감하며 그러나 자신들도 알수 없는 어떤 불안으로 주저하면서 무엇을 물으려고 하지 못했다.

《진옥련이 이제 조국에 온다고 하더구만. 나도 해당 부문 일군들을 만나서야 구체적인 사연을 알았지.》

반가움을 안은 눈빛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내비치였다. 류진의 얼굴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두 녀자는 놀랐지만 그는 알고있는 사실을 확인하고있었다. 이틀전 련습실에 렴필재가 찾아와서 창작정형을 료해하다가 진옥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꼭 방문하게 되겠는가는 알수 없다면서 사람이란 만나야 할 사람을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나고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주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는걸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생활의 론리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못하다고 하였다. 오늘 그 말이 상기되면서 렴필재가 리면상에게 전달해주기를 바란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였다. 그때는 총보수정에 여념이 없어서 스쳐들어 넘기였다. 지금 다시 새기게 되니 리면상과 진옥련의 관계가 마음을 긴장시키였다.

《옥련언니도 이젠 늙었을거야.》

《만나봤으면… 언제쯤 오게 됩니까?》

오일선의 물음을 받으며 리면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헤여질 때는 지척이였는데 오늘은 지구의 한끝에서 온다.

극장을 나선 리면상은 버들꽃 피는 계절의 대동강가로 나갔다. 봄바람을 벗삼고 마음은 친구와 함께 걷고있었다. 원산에서 류치장신세를 지며 사귀였고 대구의 공판정에서 마지막리별을 하였다. 죽음을 맞받아 사나이답게 걸어간 강무현이다.

리면상은 강무현과 마음속대화를 나누었다.

《내 고향 성천의 진달래꽃이 보고싶구나. 맑은 강물에 비끼던 푸른 산, 노고지리 우짖던 푸른 하늘과 밤나무 늘어선 향촌, 초가집 이영을 따라오르며 피던 박꽃향기가 그립다. …》

《나는 오늘도 자네를 다 알지 못하는게 안타까워. 알자고 애쓰지만 세월의 갈피를 번지기는 어렵구만. 알테야. 꼭 알아내여 후세에 전하겠네.》

《그만두게. 나같이 간 사람이 그 얼마인가. 우리 새별회는 비밀조직이였네. 자기의 이름마저 감추고 살았거던.》

《아니야. 혁명사적을 대대적으로 발굴정리하고있네. 난 자필로 대구에서 왜놈들이 벌린 공판내용을 해당 부문에 제출했네.》

《고맙네. 새별회 성원들중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겠나. 우리모두에겐 이름이 없었네. 이름을 남기는것은 명예를 꿈꾸는 사람들의 허욕이지. 우리의 념원은 오직 하나 나라의 독립이였지. 그것만 이룩된다면 목숨은 깃털보다 가벼운것이였네.》

《이보라구, 옥련이가 자네의 넋을 찾아오겠다고 하네. 듣나?》

《저승에서도 통탄하는 일일세. 나라의 독립을 바란 우리가 분렬을 보고있으니 말이네. 기어이 하나가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하네.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져 살아서는 안된다는걸 잊지 말라구. 면상, 노래를 불러도 겨레가 념원하는 노래를 부르게. 내가 생각날 때면 내가 바라는 노래를 짓게.》

리면상은 걸음을 멈추고 봄물이 넘쳐나며 바다로 흘러가는 대동강을 바라보았다. 명상속의 흰 돛배가 보였다. 추억의 노를 저으며 멀리 저물어간 기슭의 옛 노래를 찾아가고있었다. 파아란 하늘빛 신기루에서 소복자락이 날린다. 흰 저고리고름마저 고운 새가 되여 지저귀는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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