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4

 

시인들과 작곡가들이 백두산으로 떠난다. 혁명전통주제의 새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였다. 리면상은 김옥성의 건강이 념려되여 몇번이나 입원할것을 권고했지만 병원이 아니라 새로운 선률을 찾기 위하여 선렬들의 행군길을 따라나선것이다. 창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량심인것이다.

안해가 준비해준 구럭지를 량손에 갈라든 리면상은 렬차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평양역을 향해 걸음을 다그치고있었다. 자기도 작곡가들과 함께 백두산에 가자고 마음먹었지만 일감이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요즘은 사무실문이 고생한다. 료해요, 확인이요 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대극장 청기와추녀에는 저녁노을이 눈부시게 실려있다. 여기에 서면 수도의 중심도로가 모란봉을 향해 곧게 뻗은것을 볼수가 있다. 모란봉의 풍치는 얼마나 수려한가. 금수산마루에 솟아 네굽을 안고 창공을 찌를듯 날아오르는 천리마동상은 시대의 기상을 떨치고있다.

저녁풍경에서도 이채로운것은 줄지어 소년단넥타이를 노을속에 불태우며 가창대대렬이 흘러가는것이다. 《소년단행진곡》을 부른다. 이 나라의 미래는 얼마나 밝고 창창한것인가. 구김없이 맑은 목소리를 합쳐 부르는 저 노래속에 더 좋은 앞날이 마중 오고있는것이다.

걸음을 멈춘 리면상은 가슴뿌듯한 기쁨과 긍지를 맛보았다. 천진무구한 저 깨끗한 심장들과 함께 대렬행진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신을 보는것만 같았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 저애들에게 노래를 주었구나. 희망에 넘쳐 소리높이 부르는 노래를 지었으니 바랄것 없구나.

《위원장동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인사말을 대신하여 묻는 녀자의 목소리에 리면상은 대뜸 상대를 보지 않고도 알아맞히며 미소를 지은채 돌아섰다. 중년기의 녀성이지만 온몸에 탄력이 넘쳐나는 왕성실이다. 무대우에 선듯 한 얼굴표정은 얼마나 밝은가. 이 가수를 만나면 무겁던 가슴도 열리고 보통말도 롱담으로 하게 되였다.

《왕동무생각을 하면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던중이요.》

《아유? 정말입니까? 저같이 민요가락이나 뽑아대는 가수야 얼마나 흔합니까.》

입심이 좋기로 유명한 녀가수의 림기응변의 말재주가 시작되자 공연한걸 다쳐놓았다는 후회로 리면상은 성급하게 손을 내둘렀다.

《어델 가던 길이요?》

《여기에 계실줄 알았습니다. 할 말이 있거던요. 사무실을 찾아갈수도 없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시간을 내주실수 있겠지요? 위원장동지가 아래사람들의 의견을 듣는것도 중요한 사업이 아닙니까.》

한마디면 될 물음도 장바같이 늘어놓으니 언제 이야기가 끝날지 모르는 형편에 부닥친 리면상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어서 말하오. 요즘은 비판을 받는 때니까. 무슨 의견이든 제기하오.》

왕년의 그 시절에는 이 녀가수의 창법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설레이는 바다와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이름이 쟁쟁한 가수다. 무대에 오르면 관중의 심금을 그러쥐고 민요의 흥취나는 세계에로 이끌어간다. 노래를 잘 부르는것처럼 언어로 생활을 류창하게 엮는 재간도 뛰여났다.

《기가 막힙니다. 정신이 핑핑 돌아 어지럽고 멀미가 나서 땅짚고 서있기가 힘이 들답니다. 어떻게 된겁니까, 선생님. 우리 민요가수들을 문화유적으로 만들려는거는 아닌가요? 점점 밀려나니 말입니다. 세상에 눈뜨고 봐줄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이니 어떻게 리해해야 합니까. 공연종목에 끼여들 자리가 없어지고있답니다. 참고참자니 어디 견디겠습니까. 어제 저녁에는 종시 한바탕 뒤흔들어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구요? 쩍하면 무슨 감투씌우기를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씌우다 씌우다 못해 이제는 말 못하는것들한테까지… 모두 정신이 나갔는지 추태를 부린다니까요. 글쎄 공연에 참가도 못하기에 방에 앉아서 시름시름 앓고있는데 복도에서 들썩 볶아대는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열고보니 이건 기막힌 한장의 만화예요. 가야금이며 북, 저대, 퉁소 등을 장작단을 나르듯 하는 젊은패들이 기세를 부리지 않겠습니까. 그건 어데 가는 이사짐인가고 비꽈 물으니 복고주의를 청산한다는겁니다. 억이 막히여 그 꼴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혈압이 올라서 더는 참지 못하겠더군요.

<이녀석들아, 너희들 어깨우에 올려놓은게 골통이냐, 북통이냐?>

<아무리 입심이 세기로서니 모욕하지 마시우, 누님. 골님이웨다.>

<좋은 골님을 건사해서 그 모양들이야? 복고주의! 그 알량한 골통에 자리잡은 주의나 청소들 하지 죄없는 악기들에 복고주의모자를 씌워? 모자라는 바지저고리들아, 썩 사라져!>

한바탕 애매한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해댔지만 속이 내려가야지요. 그길로 단장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위신스끼단장이 무슨 영문인가 바라보는데 대고 지금껏 부른 음역을 벗어나 최고음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민족악기를 복고주의자들의 무장장비라면서 남쪽창고에 장작무지처럼 쌓아두게 하는 장본인이 단장동무인가요? 동무도 제정신을 가진 예술가예요? 동무가 도대체 뭐길래 민족음악에 복고주의감투를 망탕 씌우다 못해 나라의 재산인 악기까지 장작다루듯 하는가 말이예요. 민요가수인 나도 복고주의장작개비란 말이예요? 좋아요. 동무 같은 사람들의 집 아래목을 덥히는 장작개비는 되지 않을테니 다시는 찾지도 말아요!>

급해맞았는지 단장이라는 량반이 허둥거리며 구구히 변명했지만 역겨워 듣지도 않고 방에서 나와버렸습니다. 위원장동지, 어쩌자는겁니까?》

들으니 눈에 선히 떠오르는 광경이다. 얼마나 희귀한 놀음이 유치한 광대극으로 번져가는가. 무엇인가 잊고 빚어내는 일이라면 이전에는 알고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그 무지는 알고있은것을 잊은것이 아니라 애초 모르고 저지르는 행위여서 망동인것이다. 만용이다.

《위원장동지, 류진동무는 어떻게 됩니까?》

《왕동무의 생각은 어떻소?》

《제가 언젠가 극장에서 말씀드렸지요, 개량된것 같다고. 빠다냄새가 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무심히 들었을테지만.》

《누구나 자기의 립장을 명백히 가지는게 중요하오. 자, 난 바빠서… 옥성동무를 역에서 만나야 하오.》

《저의 립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왕성실과 헤여진 리면상은 깊은 생각에 잠겨 걸음을 옮겼다. 어떤 사람들은 딴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법없이 산다던 호인도 돌변하며 한시간전의 친우를 향해 사자처럼 책상을 두드린다. 목소리를 높여야 자기는 복고주의도 수정주의도 다같이 반대한다는것을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왕성실의 기질로 그런 장소에 나서면 하늘이 무너져내릴지도 모른다.

안해의 말을 듣기를 얼마나 잘했는가. 역에 나와서 사려고 했더라면 맥을 뽑을번 하였다는 생각이 들자 리면상은 간이매대쪽을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판매원들이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고있다. 줄을 선 손님들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소리를 치기도 한다. 모두가 바쁜 사람들이다. 시간이 아까워 시간과 달리기를 하는 심정들은 어데서나 엿볼수 있었다.

그는 역대합실에서 작곡가 김옥성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아니, 이건 뭘 다… 위원장동지도 참… 내가 어린앱니까. 야영을 가는것도 아닌데…》

《우리 집사람이 보내는거요. 그속에 약도 넣었다오. 그 약은 꼭 보내줘야 한다면서 떠밀어대더군.》

《허허, 고맙습니다. 부인님에게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내 지난해 혁명전적지답사일행에 망라되여 험산준령을 넘고 천고의 밀림속을 헤치며 좋은 노래를 지을 결심을 하였지만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있네. 면목이 없거던.》

《눈을 노래하고싶다고 했지요? 곁에서 부산을 피우는건 보지도 말고 노래를 지으십시오. 내 백두산에 갔다와서는 심화요, 료해요, 투쟁이요 하고 돌아치며 창작을 방해하는 량반을 향해 <결전의 길로> 같은 노래포를 안길텝니다.》

《허허, 투쟁도 해야지. 난 정말 고민이 많네. 옥성동무가 곁에 없으면 그리워질거요. 요즘같이 의지를 바란적은 없었네.》

침통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김옥성은 한숨을 쉬였다.

《류진동무가 과오를 범한 후 그의 집을 누구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가자고 했는데 이렇게…》

리면상은 김옥성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오일선은 재능있는 가수이지만 생활에서는 매우 단순하였으며 음악처럼 남편을 믿으며 사는데 습관된 녀성이였다. 그 남편이 오늘은 실망하게 하였다. 인간은 위선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생각으로 그지없이 괴로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의 고뇌를 감수하게 되자 마음은 서서히 믿음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오고있었다.

이무렵 류진은 두문불출하며 집안에 박혀있다싶이 했다. 고집이 센 정도가 아닌 사내가 풀이 죽었다. 밤을 새우며 무엇인가 쓰고 또 썼다. 물으면 스스로 자체검토를 한다고 대답하였다. 속이 답답해선지, 고뇌를 이겨내기 위해선지 안해의 일손이라도 돕자고 부엌에 나가 밥까지 지었다. 지휘봉밖에 모르던 손에 쌀함박을 들자니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오일선은 오늘 공연도 없기에 일찍 집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앞에서 남편이 벙글 웃음을 짓고 맞아주기에 아연해났다. 웃음을 잊고 사는지 오랜 사람이였던것이다.

《웬 일이예요?!》

《당신 오기를 기다렸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상상할수 없는것을 만들어내는것이 예술의 매력이 아니겠소.》

오일선으로서는 그 말의 의미를 미처 알아차릴수 없었다. 남편에게 이끌려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며 눈이 둥그래졌다. 가수인 그의 귀에 무척 거슬리는 음향이 들려왔던것이다. 부엌에서 풍기는 냄새조차 류달랐다. 자기 집이건만 꼭 낯선 집 문지방을 넘어서는 기분이였다.

불안에 대한 예감을 실증하듯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눈같이 흰 상보를 씌운 식탁, 빠다를 바른 빵들과 쏘세지, 두사람분의 밥과 남새국, 접시우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 그우로 떠도는 화려한 음악…

《이건… 이건 도대체 뭐예요?!》

오일선의 숨결이 높아진 물음에 류진은 서둘러 대답했다.

《이제… 설명하겠소. …》

《저걸 끄세요, 지긋지긋한 저 음악부터…》

《모짜르트의 야상곡이요.》

《아직도 정신이 덜 들었어요?》

《지금도 극장에서는 쇼스따꼬비치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되고있소.》

오일선은 자기가 리성을 잃기 시작한다는것을 알수 없었다. 그저 가슴은 숨이 막힐듯 답답해났고 형언할수 없는 혐오의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도대체 이게 뭔가 말이예요, 이건?! …》

안해의 심리가 폭발전야로 치달아오르자 류진은 얼떠름해서 중얼거렸다.

《사실은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나자신을 보여주자고… 이건 모두 외국인호텔에서 사온것들이요. …》

맥락없이 이어지는 말을 더듬으며 류진은 도저히 자기 심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것을 느꼈고 그로 하여 당황해지기까지 하였다.

《이게 바로 당신이예요. 이것이 내가 모르고 산 당신의 진면모예요! 아예 얼이 빠져버렸군요. … 저주해요! …》

부축하려는 남편의 손길을 뿌리친 오일선은 더듬더듬 걸어가 팔걸이가 없는 걸상에 주저앉으며 두손으로 싸쥔 머리를 무릎우에 맥없이 떨구었다. 터져나오는 설음을 씹어삼키면서 조용히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지만 두사람은 귀 먹은듯 한동안 움직일줄 몰랐다. 류진은 《내가 나가보겠소. …》 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서 출입문쪽으로 걸어갔다. 이 저녁 자기 집을 찾아준 사람들로 하여 그는 난처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였다.

《어떻게 두분이?! …》

《왜, 못 올 집에 왔나?》

리면상이 앞서서 방안으로 들어가다 주춤 멎어섰다. 집안모양에 어리둥절한 그는 조령출을 돌아보며 탄식을 내뿜었다.

《하, 우리가 집을 헛갈린가보오.》

《이건 도대체 무슨 연회상이요?!》

뒤따른 조령출도 눈을 크게 뜨며 어깨를 으쓱 추겨올렸다.

이왕 벗어보인 일이라고 생각했던지 류진은 너스레를 떨어댔다.

《여기… 어서들 자리에 앉으십시오. … 이게 바로 수정주의연회상입니다. 선생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드리지 못한것은 사실 우리 부부를 위한…》

수정주의란 말이 얼마나 람용되는가. 음식상에까지 붙여놓으니 말이다.

《그만해요! 역겨워요.… 미쳤습니다. 저인 어데가 잘못되였어요. 아?》

고개를 쳐들었지만 누구도 바라보지 않으며 말하는 오일선의 얼굴에 절망이 어려있었다.

《초라한 연회상이요.》

조령출의 말에 리면상은 랭소가 비낀 눈으로 류진을 바라보았다.

축음기쪽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류진은 웃고있었는데 어딘가 처량하게 보였다.

《흠, 두루마기 입구서 탕고 추겠다! 으음.》

야유의 채찍을 휘두른 리면상은 보지 못할것을 본 때처럼 눈을 감아버렸다. 창작경향을 비판하니 돌아앉아 자기의 본태를 자랑하자는것인가, 고약한 놈같으니.

《옳습니다. 제가 바로 그 꼴이였습니다. 음악은 유럽을 지향해야 한다고 여길만큼 얼이 나갔습니다. 몇달째 비판을 받고있지만 인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자신과 싸워이기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의 뜻도 알게 되였구요. 오늘은 제모습을 안해에게만은 보이자고 했던겁니다.… 포크와 나이프로 조선밥을 먹으려 한 저였습니다.》

《지루한 연주는 그만하게!》

음정처럼 생활도 정확할것을 바라는 리면상이여서 류진의 말이 횡설수설같이 들렸고 그로 해서 화가 더 났다.

《뉘우치는 인간의 행위로는 리해할수 없어서 그러는거요.》

조령출은 너그럽게 좋은 말을 골라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것을 다 말하는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은 리해하기 어려운 존재인가 봅니다.

사상은 드러나기도 하고 숨어있기도 합니다. 함께 사는 안해도 저를 몰랐습니다. 민요와 같은것은 음악유산으로 보관해두면 된다고 한 내 말을 무심히 들었을테니까요. 이 류진이라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적라라하게 표현되고있습니까. 음악은 예술적재능의 발현만이 아니라 창작가의 사상의 전달입니다. 저는 안해에게 그리고… 지금도 이 아들을 기다리고계실 어머니에게 배은망덕한 몰골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용서를 빌려고 하였습니다.…》

말허리를 뚝 꺾은 류진은 신음소리를 삼키며 온몸을 떨었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겨보려고 애쓰는것이 알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실은 오늘이… 어머니 생일날입니다. 70돐이 되는…》

류진의 고뇌가 내뿜는 소리에 세사람은 각이한 자세로 억이 막힌 소리를 냈다.

오일선의 눈길이 외면했던 식탁을 다시 훑었다. 역겹게만 보았는데 참으로 괴이하다고 해야 할 범벅차림이다. 외국음식이 놓였기에 놀랐지만 다시 보니 어떤 의미가 담긴것 같기도 했다. 빠다와 빵때문에 조선밥과 김치그릇을 보지 못했던것인가. 아니, 보려고 하지 않았다. 상우의 음식모양처럼 얼룩진 자기를 서슴없이 드러내려고 한 남편이였으리라. 남녘땅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딴전을 피우려 했다면 어찌 효자라 하겠는가. 오일선은 두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울음을 터치였다. 추태로 여긴 남편의 행동이 가슴미여지게 리해되였던것이다. 세상에 아들만 한 며느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해엔 감감히 잊고 산 시어머니 생일날이였다. 언제 생각해볼 겨를이나 있었던가. 뜻밖에 닥쳐든 생활의 타격앞에서 정신을 못 차리며 살았다. 제모습그대로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려 했다니 남편의 진정이 눈물겹게 가슴을 쳤던것이다.

《과시 류진이답거던, 신의도 없는 인간!》

조령출의 입에서 노여움이 흘러나오자 리면상은 손을 힘껏 내저었다.

《안돼! 어머님 생신날을 이렇게 보내선 안돼! 아, 오늘을 보신다면 어머님이 나를 얼마나 원망하실텐가. …》

그 말과 함께 오일선은 격정으로 더욱 세차게 몸부림쳤다. 리면상은 손더듬질로 걸상을 찾아 금시 천근으로 무거워진 몸을 부리웠다.

조령출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일선동무, 울지 마오. 사랑하는 사람을 알았다면 기쁜 일이 아니겠소. 이렇게는 어머니 생일을 쇨수 없다, 그러면 언제 차려드리는가. 류진동무가 자신을 뉘우치고 인민이 사랑하는 음악을 창작하는 그날, 그날에 차린다! 이렇게 수정하기요. 어떻소, 위원장동무?》

눈귀를 훔친 리면상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반대없소!》

《그렇다면 나도 연회탁에 앉겠소.》

방안의 분위기를 돌려세운 조령출이 자리를 잡자 오일선이 눈물을 훔치며 축음기를 끄려고 일어서는데 리면상이 말했다.

《놔두오. 좋구만, 모짜르트… 명곡이요. 얼마나 우아한 선률이요. 12살때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음악신동의 한생은 가난속에 헤매였다고 하오. 오죽했으면 벽난로에 땔 나무마저 없어서 추위를 이겨내자구 안해와 춤을 췄다는 일화를 남겼겠소. 음악만을 사랑했기에 숨지는 마지막순간까지 인간의 령혼을 위로하고저 온넋을 바쳐 음부를 새겼지. 모짜르트의 <진혼곡>은 들어봤을게구… 35살, 차거운 세상은 그에게 너무도 린색했거던. 이건 결코 오래전에 생을 마친 다른 나라 사람이야기가 아니지. …》

모짜르트가 안아오는 선률의 배에 몸을 싣고 리면상은 말했다.

조령출이 물었다.

《류진동무, 이렇게 기발한 착상을 어떻게 했소?》

남편곁에 앉은 오일선은 민망스러운 눈으로 흘겨보았다.

《자신을 보았고 자신을 알았습니다. 류학을 하고 돌아오니 함께 예술을 창조한 사람들이 모두 작아보였습니다. 야심이 불타올랐지요. 사실상 그것은 창작적야심이 아니라 일종의 시위감같은것인데 시작은 교만이였습니다. 그런 인간의 사고란 남의것을 제것으로 만들기 쉽고 부끄러운짓을 하고도 꺼리지 않는다는것입니다. 두루마기 입고 탕고춤을 추려 한다는 비유가 적중합니다. 전 왈쯔에 빠져버린 얼치기음악가였습니다. 교수선생의 집에서 자주 야회를 가졌지요. 저의 짝패는 올가라고 하는 교수의 딸이였는데 언젠가 귀속말로 이야기하더군요. 자기 아버지가 나를 칭찬하면서 귀국하지 않고 떨어지겠다면 희망대로 해주겠다는것이였습니다. …》

《그만해요!》

듣기 거북했던지 오일선이 낮으나 쳐갈기듯이 말했다.

《난 발병원인을 사실대로 말하자는거요. 그리고 감히 여쭈는데 조선에만 춘향이 있는것도 아니라는걸 알아두오.》

부부간이 나누는 말마디를 듣던 두사람은 유쾌하게 웃었다.

《아주 생활적이면서 의미가 깊소. 류진은 올가의 유혹을 물리치고 조선의 춘향인 일선동무의 품으로 돌아왔다. … 어떻소? 사랑의 드라마가 아니요? 뿌슈낀도 메리메도 사랑을 주제로 읊었소. 우리 민족의 사랑은 고유한 향기가 있단 말이요.》

좌중에는 사랑과 음악, 시가 맥박치고있었다.

《위원장동지도 아시겠지만 오늘 드디여 저의 문제가 결정되였습니다.》

류진의 어조에 비끼는 무거운 감정을 제일먼저 느끼는 사람은 오일선이였다. 얼굴빛이 해쓱해나며 약간 서둘러 물었다.

《어떻게요? 어서 말해요!》

《나자신도 지금같은 자리를 마련하는것이 잘못된것이라는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안해앞에 그지없이 부끄러운 접니다. 현실을 아는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왕 체험을 할바엔 강선의 로동계급을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의 결심을 쾌히 수락해주더군요. 고마웠습니다.》

리면상은 류진의 모습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았고 그로 하여 고마왔다. 사람이 자기와 싸워이긴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괜찮아요. 어떤 배든지 함께 타면 되는거예요.》

오일선은 두손을 모아 꼭 잡으며 고개를 수그리였다.

《나를 따라 내려가면 안되오. 당신은 노래를 불러야 하오. 난 그렇게 제기했소.》

《눈물이 나도록 고맙군요. 누가 당신 혼자서 그런 결심을 하라고 했어요?》

《부탁이요. 당신마저 무대를 떠나게 할수는 없소. 어머니에게 두번 죄를 짓게 하지 말아주오. 사실 오늘 우리 둘이라면 당신앞에 무릎꿇고 빌려고 했소.》

류진의 절절한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오일선이 대답했다.

《안돼요! 난 가수이기 전에 녀자이고 당신의 안해예요.》

두팔을 벌리고 선 류진은 자기로서는 설복할 힘이 없다는것을 느끼며 서글픈 웃음을 지은채 말했다.

《두분이 마침 오셨는데 말씀들을 좀 해주십시오.》

무거운 침묵을 밀어내며 리면상이 자신없이 입을 열었다.

《일선동무, 동무가 없으면 지금 형상중인 민족가극의 주인공역을 바꾸어야 한다는건데 생각해봐야 하지 않소?》

오일선은 리면상의 의견도 여지없이 부정해치웠다.

《노래부를 사람은 많습니다. 좋은 날에는 마주앉아 웃고 불행이 닥쳐들면 돌아앉는것도 부부겠습니까. 남편이 범한 과오자 저의 과오예요. 함께 로동계급속에 내려가 배우겠습니다.》

오래동안 예술활동을 같이해온 사람들이였지만 이 순간에는 서로 새 사람을 대하는 심정으로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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