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10

 

푸른 잎새들이 생기에 넘쳐 설레이는 우듬지쪽으로 구름 한점 없는 연청색하늘이 보인다. 그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빛이 그늘진 곳들마다 각이한 모양의 조명을 하고있다. 목에 하얀 수건을 두른 작은 새 한마리가 꽃나무가지에 앉아 고운 청을 뽑으며 꽁지를 달싹대더니 날아가버렸다.

리면상은 파고다공원 이 자리에서 강무현과 만나군 했다. 서울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군 하던 장소였다. 밋밋한 등성이를 가까이 하고 옛적 어떤 사람의 송덕비가 숲속에 묻혀 모로 기울어진 외진 곳이다. 여기서는 공원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볼수 있었다.

숲속의 풀판에 드러누워 잠을 늘어지게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책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돌을 깐 길로 게다소리를 울리며 왜인들이 흔들걸음을 친다. 머리를 요란스레 얹은 녀자들이 교태를 부리며 아장아장 걷는게 아기가 걸음마를 떼는것 같다. 간드러진 웃음소리조차 바라면 언제든지 만족을 줄수 있다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이끼가 덮인 돌에 앉은 그는 강무현의 목소리가 찾기만 기다렸다. 장진감자바우를 데리고 갔는데 어데서 지냈는지 모른다. 난데없는 왜가리타령을 해대는통에 기겁하여 안고 딩굴던 모양이 떠올라 리면상은 홀로 웃었다. 술군에게 걸려들어 고역을 치렀을 술군이 보이는것만 같다. 장진감자바우라도 함경도사람이니 소힘줄보다 더 질겨 오죽이나 성화를 먹였겠는가. 그 단련에 지쳐 늦어지는지도 모른다. 역시 강무현이 친구라고 하는 그 벗을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가를 알게 되였다. 강무현을 만난 다음부터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든든하다. 주걱턱에 반해버린것만 같았다.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친구를 아는가보다.

두서없는 생각을 이어가던 그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다 놀란 소리를 냈다.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여기에 계셨군요. 상면장소도 참…》

인사말치고는 의혹이 엉킨것이여서 리면상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흰 라사천으로 만든 채양이 넓은 모자를 쓴 진옥련이 숲을 살펴보면서 제편에서 한숨까지 쉬며 책망조로 말했다. 누굴 찾아다녔다는 말이 아닌가. 이 자리에서는 강무현과 만나군 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왔으며 무슨 말을 하자는것인가.

《정말 좋군요. 얼마나 신선해요. 숲속을 돌아보지 않겠어요?》

사뭇 상냥한 어조로 말하지만 어조에 풍기는 쓸쓸한 감정은 감추지 못했다.

《난 누구를 기다리는중이요.》

작은 가방을 겨드랑이에 낀 진옥련은 안개가 서려도는 눈가에 서글픈 마음을 드러낸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오지 못해요.》

《내가 누구를 기다리기에 그렇게 말하는거요?》

《무현씨를 기다리겠지요?》

어찌된 일인지 이 녀자만 나타나면 무슨 일이든 뒤죽박죽이 된다는 생각이 들자 은근히 기분이 상한 리면상은 언짢은 소리를 냈다.

《나한테 친구가 한사람이겠소.》

《이걸 보세요.》

진옥련이 내주는 편지를 받자 리면상은 서둘러 읽었다.

《면상, 새벽차로 급히 떠나니 후일 만나세. 무현》

국한문으로 휘갈긴 필체가 강무현의 얼굴같이 보였다. 어데로 떠난단 말인가. 이런 소식이 하필이면 진옥련의 손을 거쳐야 하는지 리해하기 어려웠다. 이름만 불러도 천둥같이 성을 내던 사람이 제발로 찾아갔기에 편지가 이 녀자의 손으로 전달되는게 아닌가.

《왜 묻지 않으세요?》

《난 탓하고싶지 않소.》

《부산에 내려갔어요.》

동생일로 속이 얼마나 탈가 생각하며 한숨을 길게 내쉰 리면상은 그의 돈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가시 걸린듯 아파났다. 지금 생각하니 맡겨둘 때부터 찾을 궁리는 안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고학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려는 마음을 남겼으리라.

《거친 사람같지만 의리가 있는 사람이요. 불행하긴 하지만.》

《다감하고 동정심이 많은 남자지요.》

내심의 깃을 살며시 들추어보이는 진옥련이다. 리면상은 이 기회에 그들의 사이를 알고싶은 충동으로 물었다.

《인연이 깊은 모양인데… 왜 그러오?》

눈길은 내리깐채 턱은 약간 쳐들어올리며 놀라는듯 한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대답을 피하려고 하는것이 알렸다. 지금같은 모습을 대할 때면 까닭없는 불쾌감을 받군 하는 리면상이다.

《인연이라고 했지요? 사람도 세상도 다 인연을 맺고 살며 존재하는게 아닌가요. 그속에서 선과 악이 이어지고 사멸되여가는거예요. 그 다음은 다시 생겨나고 계속되지요. 이처럼 거대한 륜회속에 우리들의 인생은 반디불처럼 흐르다 꺼지는것이 아니겠어요.》

《숙명녀고생이 다르군. 난 인연설같은걸 듣자는게 아니요.》

《앉아도 되겠어요?》

눈빛으로 옆자리를 가리키며 물은 진옥련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치마폭으로 무릎을 가리우며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강무현에 대한 불만을 다시금 느끼며 리면상은 약간 옮겨앉았다.

《하나 물을가요?》

《내가 대답할 엄두도 못 낼 그런건 묻지 말아주오.》

엉너리치는 소리를 들으며 마치도 준비나 한듯 물었다.

《무엇을 하지요? 지금같이 살지야 않겠지요?》

심중을 찔리운 리면상은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쳐들었다. 나무잎사귀들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아득히 먼 그 허공이 자기의 앞날처럼 여겨졌다. 이와 비슷한 물음을 한 처녀가 또 한명 있다는 생각이 갈마들자 저으기 울적해났다. 그는 김형숙에게 하였던 말을 다시 외우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있었다.

《뜻을 두지 않은 남자는 없을거예요. 있다면 소잔등에 앉아 파리나 쫓을 졸부들이예요. 하지만 졸부가 현명할 때도 있어요. 뜻이 크다고 다 이루는건 아니니 졸부의 뒤를 따라서는 어느적 군자를 보게 되니까요.》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는것을 누가 모르랴. 인생의 시간은 랑비해서는 안되는것이다. 자기를 모르는 무모한 행위는 인생을 돈대신 대고 하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내가 과연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사는지도 모른다. 지금같이 서울바닥에 앉아뭉갠다면 이 녀자의 말이 예언으로만 끝나지는 않을것이다. 떠나야 한다. 가다 쓰러질지언정 고학길을 걸어야 한다.

《사람은 어느 한 기회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것을 오늘 알았소.》

진옥련은 리면상의 갈린 목소리를 듣자 새처럼 놀랐다. 공연한 말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던것이다. 그의 심리는 매우 불안정하였다. 녀자라면 달리될수 없는 리기가 넋을 틀어잡고있었으며 가정에서 생기는 아버지와의 마찰로 끝없이 동요하고있었던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현재의 부유한 생활은 보금자리였으며 떠나서는 살수 없는 유일한 의지였던것이다. 자기가 어떻게 되여 백운남의 극단이라는데를 찾아갔으며 리면상과 함께 출연까지 하였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마음은 강무현에게 가있지만 자기에게로 되돌려세울수 없는 사내라는것을 알았고 그로 하여 마음은 한시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옥련아, 꼭 너를 찾아가마. 기다려.》 하는 목소리가 때없이 찾아들군 하였다.

《면상씬 음악으로 성공할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옥련은 드디여 품었던 마음속 한 귀퉁이를 살며시 내보였다.

《실패를 인정할 때까지는 가야지요.》

《음악이란 뭔가요? 사람들이 불고 부르고 두드리고 켜대는 소리일뿐이예요. 남에게 주는 위안이고 아부일뿐 다른것은 아니예요. 한생 굴욕으로 살며 박수소리로 배고픔을 달래야 할거예요. 전 그걸 너무도 잘 알아요. 생존은 농부에겐 땅이, 녀인에게는 베틀이 있어야 한다고 배워주고있어요. 음악이 땅인가요, 베틀인가요?》

진옥련은 저도 모르게 고이는 눈물을 훔치고나서 흐느낌같은 한숨을 내쉬였다.

《미안해요. 제가 그만…》

더이상 앉아있고싶지 않아 리면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가겠소.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소.》

리면상은 자기의 목소리가 지금처럼 날카롭게 울린 때는 없었기에 저으기 놀라웠다. 진옥련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따라걸으며 말했다.

《오늘새벽 먼 친척을 바래느라고 역에 나갔어요. 거기서 무현씨를 만났어요. 웬 사람과 함께 있더군요. 그전같이 매몰스럽게 굴지는 않았어요. 편지를 주면서 무슨 말인가 하려다 그만두더군요. 하지 않은 말이지만 난 들었어요.》

강무현이 어데로 갔는가는 묻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술이 깬 장진친구한테서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진옥련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을것이며 부산에서 날아온 전보를 받았을수 있다. 급하게 떠난것을 보면 녀동생의 소식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강무현이 다하지 않은 말을 들었다고 하는 진옥련의 표현이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묻게 되지 않았다.

《은현인 13살인데 잘 생겼고 활달한 쳐녀애였어요. 오빠가 일본에 갔을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는 꼭 찾겠다고 하더군요.》

《무현군이 급히 떠난 리유를 알겠소.》

허공에 눈길을 보낸채 생각에 잠겼던 진옥련은 쓸쓸한 어조에 실망같은 내심을 담았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예요. … 만약 그렇게 된다면… 허전해요. 마음이 텅 비여버린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비로소 알게 되는가봐요. …》

리면상은 자기의 마음조차 서글퍼나는것을 주체할수 없었다. 렴필재는 두달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치과의사가 되여야 한다는 운명의 사슬에 묶이운 그가 어떤 길을 걷게 될것인가. 오늘은 강무현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인생의 벗들을 홀지에 다 잃은듯 한 허전감에 휩싸인 그는 마음을 진정 못하며 말했다.

《난 갈 곳이 있소.》

《저 다방이 생각나지요?》

길 건너편에 낯익은 집이 보였다. 점방들과 처마를 잇댄 기와집 출입문 기둥에 내건 《보라매》라는 간판이 어서 오라고 부르는것 같았다.

《어쩐지 저기에 가보고싶은데요.》

《…》

《동무해주고싶은 생각이 없으세요?》

《바이올린을 가져오지 않았소.》

《그건 거절하는 리유가 안되지요.》

《다방에 앉을 겨를이 없는 사람이요.》

《이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않겠어요?》

문득 다방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싶은 충동이 머리를 쳐들었다. 설사 서글픈 감정을 안아온대도 선률과 함께 느껴보고싶었다. 아직은 선명하지 않은 자기의 초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진옥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명가수와 연주가선생을 환영합니다.》

다방주인은 두손을 활짝 벌리고 맞아주었다. 오늘 다시 보니 마흔고개를 갓 넘긴듯 한 장정이였다. 은테안경속에서 웃고있는 눈동자는 무척 선량한 인상을 주지만 마음속 의혹이 머리를 쳐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주인님, 오늘 커피값은 물지 않아도 되지 않을가요?》

미묘한 암시를 하며 진옥련이 살짝 웃자 다방주인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날은 참 인상깊었지요. 진아가씨의 노래가 사람들의 넋을 되살려냈거던요. 음악이란 매력있습니다. 다시한번 불러주신다면 나 역시 새로운 기교를 보여줄수도 있지요. 어떤가요?》

《비상한데요. 선생은 놀랄만큼 대담한분이였군요.》

《아무렴요. 극단적이 아닌 행위는 없다지 않습니까.》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진옥련은 손가방을 상우에 놓으며 접대부를 눈짓으로 불렀다. 리면상은 그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없이 마주보이는 벽에 걸린 산수도를 바라보았다. 수묵화인데 단붓질법으로 바위벼랑과 쏟아져내리는 폭포수를 생동하게 형상하고있다. 장쾌한 물소리가 들려오는듯싶었다. 축음기에서는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 울려나왔다.

《화려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장엄한것 같기는 해요. 무엇이? 저 사람들의 감정은 리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결혼행진곡>이라고 한것은 마음에 들어요. 사랑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탄생의 행진은 결혼식에서 시작되지 않나요.》

상우에 눈길을 떨군 진옥련이 이따금 고개를 저으며 감상에 잠겨 말했다.

《민족마다 자기의 고유한 감정정서가 있는게 아니겠소.》

《혼례집에 광대들이 찾아드는걸 보셨어요? 못 보셨다구요? 그럴거예요. 그 광대들은 안 다니는 곳이 없었지요. 우리 어머니가 광대였어요. …》

마치도 자랑이라도 하듯 마주잡았던 두손을 벌리며 진옥련은 턱을 쳐들고 생긋이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리면상은 내심 놀라면서 물었다.

《거짓말도 할줄 아오?》

《그렇게 생각되세요? 좋을대로… 하지만 들어는 보세요. 전 광대무리속에서 태여났어요. 어머닌 노래를 잘 불렀대요. 성량이 풍부했고 소리가 맑으면서도 거셌다던지요. 굿타령을 멋지게 불러서 인기가 있었다더군요. 눈물겨운 운명이였어요. … 제가 세살 나던 해 노래를 부르다 피를 토하고 숨졌어요. …》

믿어지지 않지만 믿지 않을수 없는 진실이였다. 진옥련의 천성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것이 분명했다. 기생도 돌아앉는다는 광대의 후손이 부자집 딸로 되였다는것은 풀기 어려운 의문이였다. 보다는 진옥련과 강무현의 사이를 짐작할수 있었다. 그렇다면 얼마전 한강옆의 길에서 강무현이 만난 사람은 진옥련의 아버지일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이 그래선지 모색이 비슷하기도 한것 같았다.

접대부가 커피를 가져오자 진옥련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나서 리면상을 유심히 뜯어보았다. 포기와 방심이 뒤섞인 눈빛에는 서글픈 안개가 서려돌고있었다.

《드세요.》

《고맙소.》

입술이나 적시게 한모금 마신 진옥련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동자가 가운데로 기울어들며 괴로운 한숨을 내쉬였다.

《무슨 이야기든 해야 하지 않아요.》

《나라는 사람은 농사군자식이고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는것밖에는 해줄 말이 없구만.》

《들려줘요, 뭐든.》

추억은 명상처럼 찾아든다고만 생각해온 리면상이다. 지금같은 자리에서 말하게 될줄은 몰랐기에 그는 한참이나 갑잘랐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고 가난이라는 멍에를 벗어버린 사람은 하나도 없소. 내가 유독 뛰쳐나왔지만 보다싶이 음악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신세요. 하지만 나는 음악을 사랑하며 음악으로 일생을 살 생각이요. 바라는것이 있다면 이게 전부인데 소원성취를 하겠는지 모르겠소. …》

그의 눈앞으로 가난이 거미줄을 친 초가집이 안겨왔다. 동산마루에서 솟아오르던 둥근달, 돌돌 흐르던 시내물, 향촌의 두엄내 풍기던 밤이면 집마당 멍석자리에 둘러앉아 어린 면상의 노래를 들으며 기특해하던 마을사람들, 학교길 풀섶에 감춰두었다가 점심참이면 남몰래 씹어삼키던 눈물의 겨떡…

《면상씨의 추억에는 향수가 있어요. 전 어린시절이 악몽처럼 느껴지군 해요. 세살때부터 노래를 불렀어요. 매까지 맞아가며… 다시는 굴욕과 가난으로 울고싶지 않아요.》

《가난을 바라는 사람이 어데 있겠소.》

입술을 꼭 깨문 진옥련의 속눈섭이 파들 떨었다.

《아버진 미곡상이예요. 10여년전에는 어머니와 다를바없는 광대였구요.…》

리면상의 의문을 어렵지 않게 풀어주려는것인지도 몰랐다. 비천한 광대부부의 딸인 진옥련이다. 이들이 강무현네 마을에 나타났던 광대들속에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의혹의 실머리를 푼것 같기도 했다.

《그래요. 믿기 어려운 우리 집안이예요. … 요즘은 매일이다싶이 아버지와 다퉈요. 타산이 밝고 린색해야 장사를 하는가봐요. 불행한 아버지죠. 이 딸보고 고니를 안아오라는거예요. 뒤늦은 후회를 내가 무슨 재간에 보상한다는건가요. 다 아버지의 잘못이예요. 그리고 제가 미련하기때문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우리 부녀는 지금 생활을 지켜야 해요. 그걸 떠나서는 살수 없거던요.》

심중의 하소 같지만 진옥련은 자기만 알수 있는 말을 하고있었다. 모순된 심리만은 엿볼수 있었다.

《너무 오래 앉아있는게 아니요?》

《지루한가요?》

《더 할 말이 없다면.》

《무현씨를 언제부터 알았는가요?》

진옥련의 입에서 강무현의 이름이 나오자 마음속의 의문이 고개를 쳐들지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원산에서지요. 우린 류치장안에서 사귀였소.》

《그랬군요.》

무거운 긍정이 잦아들자 침묵이 찾아들었다. 리면상이 헤여지는 인사말을 찾고있는데 누군가 그들곁으로 다가왔다.

《면상선생!》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쳐들던 리면상은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형숙이였다. 기쁨에 겨워 웃고있는 눈동자에 이슬이 반짝거렸다.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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