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대결의 종점

5

 

동틀무렵이였다.

때없이 이른새벽에 옥문이 열렸다.

최운하가 살기등등해서 들어왔다. 그 뒤로 헌병표식을 두르고 철갑모를 눌러쓴 장교놈과 병졸들이 엠완총을 메고 줄레줄레 들어왔다.

《당신은 륙군형무소로 넘어가게 되였습니다.》

최운하가 정시명의 앞에 다가와서 술내를 풍기며 알렸다.

맹호가 정시명의 앞을 막아서며 항의했다.

《왜 정선생님을 군대감옥에 보내는거요?》

《이 자식이, 뭘 중뿔나게 나서서 참견이야.》

최운하가 살기가 뻗쳐서 제놈들을 무섭게 노려보는 맹호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맹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뿐 꺼떡하지 않고 재차 날아드는 주먹을 아귀센 손으로 떡 받아쥐며 맵짜게 재차 따지였다.

《이분은 군인신분이 아니잖소?》

《이 자식이 너도 함께 황천길에 오르고싶은가?》

한놈이 그의 등을 총탁으로 후려쳤다.

비칠거리던 맹호는 그놈에게 다가가 그의 목덜미를 탈아쥐고 《황천길이라구?… 다시 말해봐! 그게 무슨 소리냐?》하고 들이대다가 정시명의 앞으로 와서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선생님! 못가십니다!》

《맹호!… 자, 눈물을 그쳐. 이놈들앞에서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되지.》

《선생님!》

헌병놈들이 몸부림치는 맹호를 떼여놓으며 정시명의 앞에 담가를 내놓았다.

《이놈들아, 나도 함께 가겠다.》

맹호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며 부르짖었다.

《자식, 죽는다는게 뭐인지 알기나 하고 지랄발광이냐?》

그의 어깨에 다시 총탁이 날아들고 맹호가 옆으로 쓰러졌다.

《맹호, 진정해.… 난 걸어가겠소.》

정시명은 아래입술을 지그시 내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고개를 거연히 쳐들었으나 힘겹게 첫발자국을 옮겼다.

정시명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느라고 안깐힘을 쓰면서 감방을 자기 발로 나섰다. 그러느라니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송송 맺혀 전등빛에 작은 진주알갱이처럼 반짝이였다.

맹호는 쓰러졌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기운을 다 짜내여 감옥이 떠들썩하게 다급하게 울부짖었다.

《동지들! 정시명동지를, 회장동지를!… 정시명동지가 사형장에 나갑니다! 동지들! 정시명동지가 떠나갑니다!》

이른새벽에 다급하게 울려퍼진 통곡과도 같은 처절한 웨침에 10호동의 전체 수인들이 일제히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감옥이 순식간에 온통 분노와 슬픔으로 끓어번졌다.

《정시명동지!》

《회장동지!》

《정선생님!》

전우들이 철창새로 손을 내밀고 목메여 불렀다.

최남수가 부러진 다리를 끌고 철창으로 다가와 눈을 지릅뜨고 그 우뢰같은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이놈들아, 누구를 재판도 없이 죽이겠다는거냐. 재판을 해라! 재판을 해라!》

안지생의 눈물에 젖은 칼칼한 목소리가 쟁쟁 들렸다.

《이 개놈들아, 재판을 하라! 재판을 하라!》

그들의 절통한 울부짖음을 전체 감방이 받았다.

《재판을 하라!》

《재판을 하라!》

헌병놈들과 간수들이 불맞은 승냥이들처럼 달려들어 분노에 치를 떨며 함성을 지르는 수인들을 총탁으로 까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것은 붙는 불에 키질이 되였다. 수인들의 분노의 웨침은 점점 조직화되면서 더욱 커갔다.

문득 녀성감방에서 비명같은 부르짖음이 들려오고 통곡이 뒤따랐다.

《가지 마십시오! 가지 마십시오! 선생님! 가지 마십시오!》

소리임자는 김승원의 처 윤미향이였다. 그 뒤에 김명호의 처가 뭐라고 두손을 휘두르며 소리지른다.

녀성감방앞에 이른 정시명은 애통하게 소리치며 눈물로 볼을 적시는 윤미향과 녀동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오른주먹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감옥을 흔들던 함성소리가 일제히 잦아들었다.

《동지들! 저 포성을 듣는가?》

정시명은 포성처럼 장엄하게 부르짖었다.

쿵 쿵― 포성이였다.

그것은 분명 포성이였다. 지금 감옥안의 구내방송은 서울방송국의 방송원이 요요한 목소리로 《국군》이 해주로 진격한다는 《전과보도》를 중계방송하고있었지만 포성은 분명 가까운데서 들리고있었다.

정시명은 어제 점심무렵부터 예측했던대로 도발자들이 쫓기우고있다는것을 륙감으로 느꼈다. 감옥안의 놈들의 당황망조한 움직임을 보아도 패주할 준비를 하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어제 저녁무렵에는 감옥의 여기저기에 기관총을 설치하는가 하면 자동차들이 분주탕을 피우며 상자들을 날라갔다.

정시명은 자기를 이른새벽에 사형장에 끌어내가는것도 전선이 가까이 접근하고 서울함락이 눈앞에 박두한 증거라고 판단하였다.

사실 서울이 무너지게 되자 오성도와 최운하에게 정시명을 없애치우라는 무쵸의 위협전화가 련이어 내려왔다.

전쟁형세가 역전되는것을 보면서 불안해하던 오성도는 패망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 와서까지 애국세력앞에 죄를 더 짓지 말아야 되겠다는 약삭바른 생각에서 정시명에게 군사관계범죄를 련관시켜 헌병대에 넘기라고 최운하에게 명령하였다. 이 교활무쌍한 형리는 뒤날에라도 통일애국자 정시명이 자기의 손에서 죽었다는 소리를 피하고싶었던것이다.

이때로부터 몇해 지나간 후 오성도는 덧쌓이는 죄의식과 번민끝에 체제의 파수병으로부터 권력의 도전자들을 변호하는 자리로 옮겨앉았다.

그는 일생토록 변호사로 살았다. 물론 반공이라는 리념만은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권력의 시녀로부터 도전자로 탈바꿈을 한 인생전환의 기저에는 정시명과 그의 전우들과 벌린 정신적대결의 후유증이 크게 작용된것이 아니겠는지…

정시명은 깊은 애정과 신뢰가 담긴 정겨운 눈길로 전우들의 비애에 젖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일별하였다.

문득 안지생의 눈길과 반짝 교차되였다.

《회장동지! 포성이 들립니다.! 들립니다! 그런데 포성이 저리도 가까이 왔는데 회장동지는 어데로 가신다는겁니까! 못가십니다! 아- 이놈들아!》하며 안지생이 철창을 꽉 틀어쥔채 너무 애통해서 몸부림치며 눈물을 왈칵 쏟아놓았다.

최남수가 그 소리를 받아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아! 회장동지를 다치면 네놈들을 천벌을 받는다!》

윤미향의 새된 부르짖음도 들렸다.

《이놈들아!-》

여기저기서 다시 비통한 통곡이 터져나왔다. 분노한 넋들이 몸부림쳤다.

원쑤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부르짖음이 비발치듯 쏟아져나왔다.

비분에 떨며 오열을 터뜨리는 전우들의 처절한 모습에 가슴이 꺽 메여있던 정시명은 다시 성한 손을 머리우에 불끈 쳐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동지들! 눈물을 걷소! 우리의 훌륭한 법도대로 작별합시다.》

정시명의 절절한 부탁에 폭풍우를 맞은 갈숲처럼 분노와 슬픔으로 와실렁거리던 감방이 금시에 얼어붙은듯 조용해졌다.

정적… 정적… 정적…

피어린 감방에 서리발같은 정적이, 튕기면 부서져버릴듯 한 숨가쁜 정적이 드리웠다.

그러나 그것은 몇순간이였다.

뜻밖에 2층의 한 감방에서 맑고도 비장한 노래가 압축된 공기가 터져나듯 감방을 쩌릿이 울렸다.

 

            천둥번개 태를 친다고

            송죽의 곧음 굽힐수 있고

            천지풍파 거칠다고

            바다의 푸름 지울수 없나니

            억사철사 칭칭 감겨도

            투사의 넋이야 얽맬수 있으리

 

그것은 분명 안지생의 목소리였다.

하나, 둘 목소리들이 합쳐졌다.

안지생의 감방수인들이 목청껏 부르고 10호동의 아래웃층에로 노래가 우렁차게 번져갔다. 끝까지 통일애국의 한길에서 싸워나가려는 투사들의 무쇠같은 의지와 결사의 언약이 장엄한 선률속에 다시 울려퍼진다.

수인들은 사형장으로 나아가는 자기의 사랑하는 동지를 영결하여 가슴을 지지는 오열과 피눈물을 씹어삼키며 저저마다 온 심혈을 퍼올려 결사의 노래를 부른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로동자도 지식인도 처녀도 부인들도 그리고 윤미향의 다섯살잡이 아이도 하나의 선률, 하나의 가사를 심장으로 노래한다.

새벽빛이 어린 감방을 쩡쩡 울리는 뢰성같은 노래는 이 나라의 상처입은 대지에 뿌려던진 지사들의 고귀한 피방울이요, 결사의 언덕에로 부르는 통일성전의 북소리다.

노래는 누기찬 철창과 담벽에 부딪쳐 서늘한 새벽대기를 찢고 6월의 검푸른 하늘에로 솟구쳐오른다. …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손으로는 철창을 그악스레 감아쥐고 또 한주먹은 돌덩이처럼 옹쳐 머리우에 불끈 쳐들고 온몸의 여력을 끌어올리며 가슴을 들먹거리는 전우들을 일별하는 정시명의 얼굴에 아침노을처럼 밝고 깨끗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생사를 함께 하고저 했던 전우들에 대한 다함없는 믿음과 사랑이 그 선하디선한 미소에 함뿍 어리여 모두의 눈굽을 지지고 가슴들을 더더욱 격동시켰다.

지휘관과 대원들이 하나의 열기로 융합되고 심장과 심장들이 하나의 의지와 숨결로 뛰고있는 그 숭엄하고도 신비로운 광경에 방금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풍기던 헌병들도 완전히 압도되여 멱따는 고함소리를 감히 그 신성하고 거룩한 넋들의 장엄한 대합창에 뒤섞지 못하고 사지를 떨며 갑자를뿐이였다.

 

            용사에게 전장터가 따로 있더냐

            단두대도 우리에겐 판가리싸움

            고별의 노래는 결사의 언약

            너와 나 나와 너 통일에 살 때

            눈부신 태양은 억만의 빛발로

            녹쓸은 철창도 태워버리리

 

노래가 울린다! 노래가 울린다! 노래가 울린다!

그 노래에 떠받들린듯 정시명은 조국의 맑은 하늘에 밝은 미소를 보내며 처억- 처억- 마지막 전투장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떠나갔다.

필자와 더불어 우리의 주인공과 그의 전우들의 성스러운 발자취를 더듬어온 사랑하는 독자들이여!

우리 잠시 옷깃 여미고 인생의 마지막 언덕에 오른 주인공과 삼가 영결하자.

묻노니, 피로써 엮어진 통일애국의 길에서 분렬된 수난의 강토에 열혈의 넋을 휘뿌리며 산화한 애국렬사들 그 몇천몇만이더냐.

자욱자욱 고여있는 그네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밑거름 되여 마침내 통일의 려명은 밝아오고있거늘 그 눈부신 미래를 믿어마지 않기에 우리의 주인공은 조국의 푸른 하늘에 한떨기의 웃음을 꽃보라처럼 날리며 초연히 죽음을 마주향해 나아간것이 아니더냐.

우리 그대들의 당부를 다시금 새기자. 그리고 기필코 찾아올 통일조국의 후손들에게 전해가자.

《이 땅을 깨치는자 리유여하 불문하고 천하역적이노라.》…

 

그 시각 서울에서 북쪽으로 40리가량 떨어진 미아리고개에서는 서울을 해방하는것과 함께 신속히 서대문감옥을 들부셔 정시명과 애국자들을 구원할데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특별명령을 받은 보병 선발부대와 105땅크사단의 무쇠철마들이 서울을 향하여, 서대문감옥을 향하여 진격속도를 높이고있었다.

서울 남쪽 관악산기슭에서는 마동열과 례영이 인솔한 리점분빨찌산의 한개 중대가 서대문형무소를 목표로 급보로 달려오고있었다.

대렬의 전방과 후방에 위치한 마동열과 례영이 안타깝게 웨치군 하였다.

《빨리! 동무들, 더 빨리!》

1950년 6월 27일.

전쟁이 시작된지 사흘째 되는 날이 밝아오고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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