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좌 절 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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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남창영이 방대광의 편지를 가지고 나타났다.

방대광의 편지는 이러하였다.

 

귀하께 인사를 올리면서

오늘 오전에 리범석총리를 만났던 일과 한가지 고견을 받아야 할 일을 전합니다.

리범석은 나의 불의적인 방문에 대하여 매우 뜨아한 표정이였습니다.

내가 귀하의 부탁으로 찾아왔다고 하자 자기는 그런 사람을 모르노라고 아닌보살이였습니다.

나는 제 별명처럼 우직하게 들이댔습니다.

《총리각하, 각하도 한생을 군복입고 살아온 무인이올시다. 이방에서 이태 사시더니 정치인들의 요사스러운 체질을 닮아가는게 아닙니까?》 나는 민족상쟁은 결사반대다, 북과의 화평담판에 대한 총리의 주장을 지지한다, 외세의 간섭을 배격한다, 불원장래에 이를 만인에게 공개할것이다 하고 엄숙히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사단관할구역을 평화지대, 중립지대, 남북협상무대로 선포할것인바 이에 대한 총리의 지지와 격려와 련대성이 필요하다고 력설하였습니다.

그제야 리범석은 정대표를 만나 협의했다는 나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자기를 찾아준데 대하여 감사를 표시하였습니다.

총리는 나의 주장과 립장에서 커다란 용기와 고무를 받는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자기의 립장을 밝혔습니다.

《첫째, 다음주에 비상국무회의가 열린다. 이 모임에서는 화평통일을 위해 북에 사절단을 파견하자는 종래의 나의 립장을 다시 거론할것이며 뒤따라 기자회견을 통하여 세상에 공개하겠다.

둘째, 당신이 만일 자기의 립장을 공개한다면 지체함이 없이 총리명의로 지지성명을 발표하겠다.

셋째, 이상의 문제들에 대하여 리승만에게 사전통보하는것이 바람직한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군사적준비가 있어야 한다.

정사장에게는 따로 이런 문제를 통보하겠다.》

총리는 내앞에서 화평통일의 필요성에 대하여 장시간 력설하면서 서로 드팀이 없을것을 확약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군부와 행정권의 반리승만련합전선이 결성되는 경우 정대표를 정식련합전선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추대하고 여러가지 현안문제를 풀어나갈것을 합의하였습니다.

나도 열배의 힘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군부와 행정권이 손벽을 마주치면 그 진폭이 벼락도 휘여잡을만큼 커질것이며 전쟁도발분쇄는 물론 통일대업실현에도 크게 이바지될것이라 믿어마지 않습니다.

저에게 민족적대업에 참가시켜 이런 영광과 경사로운 환생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김일성장군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동봉하는 건의서는 리승만《대통령》에게 보내고저 하는데 고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리범석총리의 의견대로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건의서를 들이대면 확실히 이북과의 교섭도 용이하게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만약 탄압을 가해오면 부대를 궐기시켜 서울로 쳐들어가 리승만을 권좌에서 들어내겠습니다.

협의할 문제가 시시각각으로 제기될수 있으므로 련락루트(통로)를 개설하면 좋을상 싶습니다.

 

리승만에게 준다는 건의서는 이렇게 되여있었다.

 

건   의   서

 

반만년 단일국으로 동방일각에 위용떨쳐온 배달의 강토가 두쪽으로 량분된것은 외세가 저질러놓은 일입니다.

지금 나라의 분렬은 남과 북에 다같이 막대한 정치, 경제, 군사적손실을 주고있으며 그로 인해 민족의 불행은 더는 수수방관해서는 안되는 막바지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서는 남과 북의 군, 민이 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고 평화롭게 마주앉아 차이점을 극소화하고 공통점을 극대화하여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고 통일의 장을 열어나가야 할것입니다.

우리 사단은 이러한 건국대업의 앞장에 설것을 맹약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포합니다.

1. 우리 사단관할지역을 평화지대, 완충지대, 통일협상지대로 선포하고 남과 북의 래왕과 교류를 보장한다.

2. 사단관할지역에서 북에 대한 군사분야를 비롯한 각종분야의 공격과 비방을 중지한다.

3. 사단은 상대측 이북사단과의 군사회담을 즉시 열고 38°선지역의 철조망과 지뢰, 각종 군사시설들을 해체하고 이 지역에서 공동군사연습을 진행하며 통일국가의 단일무력의 본보기를 마련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단장 방대광이 이미 해당 관계자들과 합의하였으므로 《한국》의 륭성과 번영을 위해 곧 적합한 인물을 평양에 파견하며 뒤이어 사단장이 평양에 들어가 이 문제에 대한 최종합의를 본다.

 

서기 ××××년 ×월 ×일

 

정시명은 방대광의 박진력있는 일솜씨에 크게 탄복하였다.

우직한 그의 성미가 정의로운 뜻을 받들어 참답게 빛을 내기 시작한듯싶었다.

편지에 비쳐진 리범석과 방대광의 초상이 방불히 그려졌다.

정시명은 일사천리로 일을 꾸며나가는 방대광이 퍽 대견하게 생각되고 그에 공명해나선 리범석의 동향도 반가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겁을 먹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일을 치자고보니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 후과가 두려워난것이다. 그래 배수진을 치자는것일가, 아니면 여차하면 몸을 사릴 뒤문을 만들자는것인가.

분명 먼저 리승만에게 량해각서를 띄워놓고 일이 잘못되면 사전에 협의했노라 빠져나갈 개구멍을 만들어놓으려는것이다.

리승만이 이 문서장을 받으면 어떻게 나올가? 분명 리승만은 자기의 《북벌》의지에 역행하는 그들을 《보안법》에 걸어 목을 자르고말것이다.

북남당국간에 평화회담을 열려는 제의를 지금도 북에서는 쉬임없이 내놓고있다. 평화회담에 대한 북의 신호가 없어서 리승만이 돌아앉아있는것이 아니다.)

그들의 의도와 그것이 내포하고있는 량면성이 명백해지자 덮어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시명은 즉석에서 방대광에게 회답을 썼다.

리승만에게 사전통고하는것은 대단히 무모하며 의거를 사전에 그르치게 할것입니다.

구태여 당신들이 권고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에게 평화통일, 자주통일의사만 있다면 북과의 회담을 당장에라도 할수 있습니다.

 

정시명의 대답을 받은 방대광은 즉시에 남창영의 앞에서 자기가 작성한 건의서를 찢어버리고 목격한 그대로 정대표에게 전하라고 하였다.

며칠후에는 방대광의 위임을 받은 남창영이 38°선을 넘었다.

반가운 소식들이 련이어 날아왔다.

리범석의 말대로 비상국무회의가 열렸는데 회의속기록이 문진국을 통하여 보고되여왔다.

정시명은 매우 흡족한 심정으로 보고문을 읽었다.

 

비상국무회의 발언자료:

 

리범석―이번 비상국무회의는 유엔특사 조병옥씨가 긴급귀국하여 우리 정부에 보고한 문제와 관련하여 소집되였다.

        조병옥씨가 보고한데 의하면 최근 영국이 장개석정부를 포기하고 모택동정권을 승인한바 앞으로 트루맨행정부가

      《한국》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미국회가 우리에 대한 경제원조액 1억 2천만딸라를 부결하였다고 한다.

        보시다싶이 사태는 매우 절망적이다. 영국이 베이징정부를 승인한것은 북조선정부를 승인한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영국의 뒤를 따를것이다. 미국이 우리에 대한 원조금까지 자르면 우리 경제는 숨구멍이 막히고 군대의 무장도 렬세

      한채로 남아있게 된다.

       이젠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왔다. 미국을 더 믿어야 되겠는가. 미국의 손에 의연히 우리 국민의 생사여탈권

     을 맡겨두고있어야겠는가.

       출로는 우리모두의 생각이 한곬으로 트이면 생긴다.

       광범한 남북통일전선을 결성하는것이 최선의 대책이 아니겠는가.

       《북벌》은 안된다. 그러니 화평통일로 나가야 한다. 48년 4월에 남북정치인들이 좌, 우를 막론하고 모여앉았는데

     전례를 따라가느라면 통일이 될것이고 통일이 되면 국난이 타개될것이다.

리윤영(사회장관)― 통일전선이나 최후일전이나 국민의 협력이 제일 조건인데 좌익과의 합의없이 국민협력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원조유무를 막론하고 먼저 국민의 의지와 협력을 도모할 조치부터 실시하자.

림병릭(외무장관)― 나는 남북통일전선같은 큰 초당파기구를 조직할데 대한 총리의 제의에 찬성한다. 그런데 《한국》의 주

                  장으로써는 성사될수 없다. 때문에 미국과의 교섭을 추진시켜 국난을 타개한 다음 통일전선을 주장하자.

                  미국은 어쨌든 우리의 우방국이다.

                   북과의 화평회담을 성과적으로 벌리자면 적어도 북과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효석(내무장관)― 미국과 생사를 같이하자는건 우리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미국이 우리를 저들의 동료로 생각이나 하는가.

                 그러므로 군대와 경찰을 강화하여 북과의 최후일전으로 국난을 풀어나가자.

신성모(국방장관)― 최후일전이 승산이 있는가. 면밀한 타산을 해야 한다. 구호는 구호다. 장관들은 선동구호에 현혹되지 말

                  아야 한다.

리승만― 미쏘관계에 따라 정세가 악화되거나 안정될수 있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매우 불리하다. 지금 우리 형편에서 화평통일을 하자면 수세에 빠지고만다. 당신들은 화평담판

       을 통하여 북의 통치집단을 정치적으로 압도할수 있다고 보는가? 사태를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안된다.

         앞으로 미국은 영국을 따라 대만을 포기하고 동유럽도 포기할수 있다. 미국이 남조선을 포기하기전에 최후일전으로

       우리 반도에서 공산당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당신들에게 다시 밝히고저 하는것은 미국은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왔다는것이다. 그러나 불꽃은 우리가 튕겨야 한다.

리범석―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투기이며 군사적모험이다.

         우리의 국력과 북의 국력에 대하여 대통령이 옳은 평가를 가지고있어야 한다. 매 장관들도 이 문제에서는 심사숙고

       하고 책임적인 립장표명을 해야 한다.

 

리범석은 그 뒤날에는 화평통일과 관련한 공개기자회견은 금후 방대광사단장의 의거와 동시에 벌려놓겠다고 전해왔다.

그래야 정계에 던지는 파문이 커진다는것이였다.

정시명은 리범석의 립장을 지지하였다.

정시명은 여러달 암중모색하여온 일들이 무리없이 진척되여가자 길철이나 전우들에게 탕개를 풀지 말고 긴장하게 사업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한구석이라도 튀지 않게 각성을 높이라고 자주 강조하군 하였다.

평양으로 떠난 방대광의 특사일행이 초조하게 기다려졌다.

그들이 도착하면 방대광이 평양에 들어갈것이며 그 뒤를 이어 그의 사단이 평화통일의 기치를 들고 궐기할것이다. 다른 두개 사단도 따라나설것이다.

생각만 해도 팔다리에 사뭇 기운이 쭉쭉 뻗친다. 몰려드는 전쟁구름도 당장에 걷어낼수 있고 통일의 축전장도 눈앞에 성큼 다가서는것만 같았다. 모두가 꿈같은 현실을 앞둔 앙양된 환희속에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기다리는 특사는 나타나지 않고 안내원만이 돌아왔다. 그가 전해준 소식이 너무도 뜻밖이였다. 방대광의 특사 남창영이 북의 관계기관에 억류되였다는것이다.

리유는 그가 가지고 간 협의사항이 모략적이므로 특사는 분명 정탐기관의 첩자라는것이였다.

정시명은 너무도 예상밖의 장애에 부닥치자 눈앞이 아뜩해왔다.

특사의 도착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있던 방대광도 시일이 열흘을 넘기자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정시명은 방대광에게 너무 급해말고 기다리자고 위로의 편지를 매일같이 보냈다. 위태위태한 심정을 금할길 없었다.

모처럼 크게 목표를 세우고 서둘렀던 일이 마지막 종장에 와서 기울어질것만 같았다.

일이 어째서 이렇게 돼가는가.

정시명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가슴이 마냥 초들초들 말라드는것 같았다.

마침내 정시명은 다시 38°선을 넘을것을 결심하였다.

사태를 수습하자면 그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을것 같았다.

길철도 림인석도 사태의 엄중성을 인식하고 선뜻 지지해나섰다.

그만큼 정황은 심각하고 급해졌던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예상밖의 사건들이 그의 평양걸음을 포기하게 하였다.

방대광이 경무대에 불리워갔는데 경무대경찰들이 호송해갔다는것이였다.

그리고 감방에 갇혀있던 김명호가 보석으로 풀려나와 정시명에게 즉시 통보해야 할 중대문제가 있다면서 긴급상면을 요구하여온것이다. 정시명은 눈앞이 새까매졌다. 어찌된 일인가?…

좌절인가?… 그럴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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