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좌 절 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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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범석의 비서 문진국이 보고하여온 자료:

 

지난 일요일에 무쵸가 리범석을 찾아왔다.

노불이 동행하여 왔다.

비서실에서는 누구도 참가하지 않았다.

리범석은 그들이 돌아간 후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양놈들의 꿍꿍이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쵸는 《북벌》에 대한 나의 립장을 듣고저 하였다. 나는 《북벌》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은 모험이므로 조속한 《북벌》은 반대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무쵸는 공감을 표시한다고 하면서 올해의 《국회》선거를 기어이 헌법대로 한다는 미국의 립장을 천명하였다.

나는 이에 대하여 그러면 당신들은 리승만을 대통령직으로부터 소환할 의도가 있느냐고 물었다.

무쵸는 그 문제는 선거자들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구태여 미국의 립장을 밝힌다면 리승만은 미국의 우인이므로 그가 대통령직을 견지할것을 바란다고 하였다.

도대체 이놈들의 수작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국회》는 반리승만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있다.

이제 또 의원선거가 치러지면 《국회》는 완전히 반리승만세력의 독무대가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2년후에 있게 될 대통령선출에서 리승만의 락선은 불가피하다.

리승만이 벌써부터 대통령직선제(대통령을 선거자들이 직접 선거하는 제도)를 제창하는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 내가 까밝히자 무쵸는 다시금 《헌법대로 해야 한다.》고 그루를 박았다.

오후에 민주국민당 당수를 불러 《국회》에서 개헌안을 가지고 론의하게 된다.

당면하여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면 리승만의 전횡을 견제할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에서 정황이 달라질수 있다.

미국은 개헌문제에 대하여 최근에는 보류적인 립장을 표시하고있다.

 

문진국이 보고하여온 자료:

 

어제 국무원 회의가 리승만의 주재밑에 있었다.

여기서는 헌법개정문제가 토의되였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리승만 ― 개헌문제는 법적수속상 《국회》의원 3분의 1의 요청이 있어야 하므로 국무회의에 상정시킨다. 나의 립장으로 말할진대 반대이다.

리범석 ― 대통령책임제를 내각중심제로 바꾸는것을 이제는 미루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서도 생각해야 한다.

리윤영(사회장관) ― 나는 가부를 내놓지 않겠다. 그러나 현행헌법은 국가의 장래에는 부적당하므로 고치되 다만 시기상조라고 간주한다.

권승렬(법무장관) ― 개헌은 반대한다. 현하정세에서 그래도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야 국가안보와 같은 중대문제를 책임있게 끌고나갈수 있다.

신성모(국방장관) ― 불원장래에 38°선이 깨여지려는 때에 헌법개정은 고려되여야 한다.

                    ※ 최근 신성모는 리승만에게 가까이 접근하고있음.

김효석(내무장관) ― 개헌은 일리일해가 있다. 그러나 나도 대통령을 배반할수 없으니 개헌은 절대반대한다.

안호상(문교장관) ― 대통령중심제문제를 놓고 다 개인견해가 다를지라도 대통령교서에 복종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장관들의 발언에서 알수 있는것처럼 최근 리범석은 국무원에서 몰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측근인물인 안호상도 거리감을 보여주고있다.

권승렬도 개헌을 주장해왔으나 지난해말에 법무부가 《국회》의 국정검사를 거부한탓으로 파면문제가 상정되자 리승만에게로 돌아섰다.

리범석의 말에 의하면 지금 리승만은 공산당이 개헌을 지령하였다는 괴문서를 작성하여놓고 개헌파의원들을 탄압할 흉계를 꾸미고있다고 한다.

 

림인석이 보고하여온 자료: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농후하게 되자 리승만은 내무장관을 시켜 만일 개헌안이 통과되면 찬성투표한 의원들을 제2차 《국회》프락찌야로 처형할것이라 위협하고있다.

이런 속에서 동요, 기권자가 66명이나 생겨 《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되였다.

이에 기세등등해진 리승만은 예정된 《국회》선거를 11월로 연기할 의사를 다시 표명하였다. 여기에 리승만의 계교가 따로 있다. 선거가 연기되면 현 《국회》의원은 5월 9일까지 임기가 끝나므로 11월까지 《국회》가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제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국회》1당인 민주국민당과 리범석은 이에 대하여 결사반대하고있다.

 

문진국이 보고하여온 자료:

 

국무회의가 열렸다.

리승만은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쏘련군은 이미 자기 군력을 철수한지 오래다. 더는 〈북벌〉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5월선거는 연기하는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리범석은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쏘련이 손을 뗐다고 이북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북벌〉문제를 그렇게 경솔하게 떠들바가 아니다.》

장관들과 국무위원들은 리범석의 주장에 대하여 일정하게 공감을 표시하였다.

리범석은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한대로 《북벌》문제는 그만큼 거론하고 한번 이북에 사절단을 보내 남북협력과 화해문제를 협의하는것이 어떠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리범석의 의견은 리승만과 장관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더 상정되지 못하고 리범석은 자기 의견을 철회한다고 즉석에서 발언하였다.

 

정세발전을 담고있는 자료들을 주의깊게 더듬어가던 정시명은 여기에 이르러 잠시 시선을 묻고 생각에 잠기였다.

리범석의 동향에서 변화가 생긴것이 틀림없었다. 리범석이 리승만의 앞에서 사절단파견문제를 꺼내놓은것은 결국 화평통일론에로 한걸음 접근한것으로 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외부의 강한 자극에 직면하자 흔적없이 사라져버리고말았다.

정시명은 아쉬운 생각에 혀를 차면서 리범석의 동향이 반영된 또 하나의 자료를 들었다.

 

문진국이 보고하여온 자료:

 

오늘 리범석은 나에게 오성도를 불러 정향선생님에 대한 오성도본부의 내사자료를 넘겨줄것을 위임하였다.

리범석은 문건을 나에게 넘겨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건봉투에 봉인을 해서 오성도에게 직접 넘겨주게. 봉인하기 전에 자네도 한번 읽어보는것이 좋겠네. 극비자료이니 어데다 발설은 말고.》

내가 문건을 오성도에게 넘겨준 정형을 보고하니 이렇게 물었다.

《자네도 그 문건을 보았는가?》

《예.》

《우리가 예전에 정향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고 도중에 암살작전을 포기한것이 다행일세.》

내가 그 말에 의아쩍어하는 시늉을 하자 《됐네, 됐어. 그런 인물을 룡상에 앉혀놓아야 하는건데… 이 서울에 인물이 없어.》하며 개탄하였다.

 

리범석의 안경안에서 괴롭게 굴러가는 두눈이 금시 보이는것만 같았다.

리범석이 번민과 괴로움에 휘말려 무엇인가 의로운것을 지향하여 모색하고있다는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의 변화가 너무 굼뜨다. 이런 속도로 그 인간의 질을 바로잡아보려고 하다가는 별보기가 끝이 없을것 같다. 어떻게 리범석이 큰 걸음을 성큼 내밟게 밀어줄수 있을가.

정시명은 리범석과 다시 만나볼 생각을 하다가 남창영이 보내온 자료를 들춰보았다.

예견했던대로 방대광이 군대의 실권자리에 대한 리승만의 낚시에 깊숙이 코가 꿰인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신분이나 신뢰문제를 가지고 떠들었다는것은 어디까지나 그 동요를 가리우고 말미를 얻어보려는 요술인것만 같았다. 방대광이 다시 만날데 대한 남창영의 권고를 묵살한것은 분명 거기에서 출발하고있다.

정시명은 매우 거칠면서도 단순하고 솔직해보이던 그 인간의 무인다운 모습이 지워지고 교활하고 간특한 상으로 바뀌여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가볍게 번의하지 않을것이라 했는데 그게 며칠전의 일이라고 이리도 가벼이 립장을 바꾸는가.

《네놈도 눈치보기로 살아오는 놈이 여불없구나.》

정시명은 방대광의 인간됨이 너절하게 재인식되자 이렇게 혼자소리로 탄식하였다.

정시명은 리범석을 돌려세우기 위해서도 방대광과의 사업을 더는 한자리에서 맴돌게 할수 없다고 결심하였다. 리범석이 군부의 실력자이고 밉든곱든 미국과 리승만의 신임이 큰 방대광이 북과의 화평교섭에 나섰다는것을 확인하면 새로운 용기와 담력을 가지고 보폭이 큰 걸음을 내짚을것이다. 리범석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것은 해설이나 설복이 아니라 의지할만 한 지원세력이다. 국무원의 장관들을 꼽아봐야 리범석의 변화에 어깨를 겯고 나설만 한 위인은 없었다. 설사 어깨를 겯고 나선다 해도 방대광의 지원만큼은 유력할수 없을것이다.

정시명은 곧 길철과 림인석을 불러 자기의 생각을 꺼내놓았다.

방대광과 다시 만날데 대한 말에 길철은 잠시 입술을 감빨면서 대답을 인차 하지 않았다. 방대광과의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있는 길철은 그전처럼 뿔이 세게 반대론은 펴지 않았지만 불안이 짙은 기색이였다. 연고가 있었다.

최근 길철은 서대문감옥에 갇혀있는 동지들과의 선을 잇는데 성공하였다. 모진 고문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해지고있다 한다.

그런데 수사의 초점은 정향에게 모아진다고 한다.

정향을 아는가. 정향을 만난 일이 있는가. 정시명은 누구인가. 정시명의 거처를 알고있는가?…

《방대광도 수사본부의 통보를 받았다고 하는데 좀 더 동향을 지켜보고 움직이는게 좋지 않을가요? 차라리 제가 먼저 회장동지의 위임으로 그를 만나 불신을 풀어주고 제기된 문제를 놓고 한번 되게 다불리면 어떨가요?》

길철은 이렇게 제기하였다.

림인석도 현 단계에서는 회장이 직접 방대광을 찾아가는것은 그 인간을 돌려세우는데 오히려 역작용을 할수 있으니 한번 중간다리를 놓아보는것도 좋을듯싶다고 지지하여나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방대광앞에서 너무 허리를 숙이며 대표의 존엄과 자세에 허물이 가고 반면에 방대광의 코대를 필요이상 높여주게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시명은 그들의 론거가 옳다고 인정하고 동의하였다.

그날중으로 길철이 떠나갔다.

그러나 길철은 방대광의 대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쫒겨오고말았다.

찾아가니 대문간에 쌍보초가 서있었다고 한다. 일전에 없었던 일이였다. 보초가 하는 말이 이달말까지는 면허를 거절하라는 사단장의 엄명이 내렸다면서 남창영조차 들여놓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정시명이 나타날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문에 든든히 빗장을 지르게 한것이였다.

그가 빗장을 풀어놓을 때까지 기다릴수는 없었다. 여차직하면 자기에게 그의 대문은 영영 빗장을 질러놓을수 있다.

우선 방대광의 굳게 닫긴 성문을 뚫고 들어가야 하였다.

방법을 토의하던 끝에 《호국군》사령관 송호정을 앞세우기로 하였다. 송호정이 방대광과 터놓고 소통해온 사이는 아니더라도 그의 직속상관으로 이태나 있으면서 접촉이 잦았던 사이였다. 그리고 지금도 명색이 사령관자리에 있으니 대적이 될만도 하였다.

송호정은 요새 정시명앞에는 나타나지 않고 반리승만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분주하게 뛰고있었다.

송호정에게 제일 큰 애로는 무기였다. 인천방어려단과 수하의 《호국군》세력을 궐기시키면 수적으로는 서울을 타고앉을만 한 력량이 되지만 무기가 렬악하기 그지없었다. 서울을 타고앉아 리승만세력의 력량을 일거에 분쇄해버리자면 적어도 한개 려단정도는 정예무기로 무장시켜야 하였다.

생각던 끝에 송호정은 일본에서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자기의 심복부하를 일본에 보내 상주시키였다. 《호국군》의 무기를 사온다는 구실로 리승만의 결재도 받았다. 올해 여름안으로 한개의 련대병력을 무장시킬수 있는 무기를 사들이도록 하였다.

송호정과 류동명은 이미 78명의 고위인물들을 자기 주위에 집결시켜놓고 추진시키고있으므로 더는 후퇴할수 없다고 생각하고 정시명에게도 더이상 보고하거나 련계를 가지지 않았다.

정시명이 또 테로는 반대라고 강하게 나오고 나중에는 조직적인 명령을 떨구면 일은 난처해지고 끝장이 난다고 생각하였던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시명에게 한번 말을 비쳤다가 쓴맛을 본 후로 그를 피해다니였다. 그는 리승만을 권좌에서 몰아낸 후에는 즉시에 건국애국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수위에 정시명을 앉힐것을 류동명과 합의하였다. 그러면 나라의 통일도 순탄하게 풀려나갈것이라는것이 그들의 타산이였다.

정시명의 긴급호출을 받은 송호정은 거사문제에 대한 조직의 립장이 표명될수 있다는 걱정에 여간 조심스러운 빛이 아니였다.

그런데 정시명은 다행으로 그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고 그동안 건강이 어떠냐고 묻더니 《이보게 호정, 날 좀 도와줘야겠네.》하고 전후사연이 없이 이 말부터 꺼내놓았다.

《내 방대광과 이미 맞불질을 해봤네. 그런데 그 량반이 지금 오그랑수를 쓰는것 같거던.》

정시명은 그동안 방대광과 벌린 사업에 대하여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송호정은 방대광이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에 대뜸 희색이 만면하였다.

《음, 끝내 둘러메쳤군. 그 인간은 그렇게 돌아설 위인이지.》

《아니 그런것만 같지 않소. 문제는 방대광이 지금 두길보기 한다는데 있소. 나는 주변에서 그 인간을 <쟝글노부스>라고 하기에 정말 무인다운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리도 꼭 바른 평가는 아닌것 같소. 침모총장자리에 군침을 흘리기도 하고 민족앞에 죄를 더 짓지 않으려구도 하고…》

《그럼 내가 뭘 어떻게 도우면 좋겠소?》

《방대광의 대문열기가 조련찮구만. 좋기는 이번엔 방대광의 사단지휘부에 쳐들어가고싶은데 전직 총사령관의 얼굴이 필요하단 말이요.》

《그까짓 해봅시다. 그리고 내 인차 경무대에 알아보겠는데 참모총장직을 다른 놈한테 넘겨버리게 하면 방대광의 지팽이 하나는 분질러버리는것으로 되지 않을가? 악질친일분자로 소문난 인간을 그 자리에 올려놓으면 도대체 리승만의 체면은 어떻게 되겠는가고 들이대면 뭐 그 일도 어렵지 않을걸세.》

《아니. 그런 계교는 쓰지 말게. 문제는 일관해서 <북벌>반대론을 견지하고 그 방향에서 스스로 움직이도록 그 사람의 심장을 흔들어 주는거요.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방대광이 통일위업에 나서준다면 그에게도 력사앞에 속죄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셨네. 이게 어디 보통사람의 생각으로 엄두나 내볼 용단인가. 나는 그 량반이 우리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 인생재생의 기회를 정히 받아들여 애국의 대오에 나서줄것을 진심으로 희망하네.》

《정형, 정형의 그 정과 열에 나는 언제나 고개를 숙일뿐이요. 방대광이 하늘같은 우리 장군님의 뜻을 따라서지 못하고 그 바다같은 인정을 거역한다면 나는 리승만과 함께 그놈의 목도 치고야말테네. 자, 령을 내리게 내 앞서리다.》

송호정은 팔소매를 걷어올리며 제가 승이 나서 떠들었다.

그 모양새가 당장 일을 낼듯 싶어 정시명은 《허-허-》 하고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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