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피로써 이어지는 찬가

6

 

이날 김아성은 아침부터 철창앞에 곰처럼 웅크리고있었다.

저녁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해떨어질무렵에 부감옥장이 순회점검차로 사형수감방에 나타나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운동시간을 준다.》고 소리치면 거사를 어김없이 이날 8시에 시작한다는것으로 된다.

8시에 부감옥장이 호동간수조장들을 자기 방에 집결시켜놓으면 마동열이 곧 움직이게 되여있었다.

이날중으로는 어떻게 하든지 거사를 해야 한다. 래일 새벽이면 감아성은 교수대로 끌려나가게 된다.

김아성의 옆에서는 두명의 빨찌산대원들이 지시를 기다렸다.

《온다―》

한사람이 낮으나 흥분으로 떨리는 소리로 속삭이였다.

복도와 련결된 바깥문이 열리고 시커먼 제복을 입은 부감옥장이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오고있었다.

간수가 그를 따라오면서 점검보고를 하였다.

부감옥장은 사형수감방에 이르러 간수의 점검보고를 듣고나서 방안의 수감자들을 둘러보다가 철창옆에 틀고앉은 김아성과 눈이 마주치자 꽥 소리쳤다.

《768번! 자세를 바로 하지 못하겠는가?》

부감옥장은 김아성을 노려보다가 꽥 소리질렀다.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운동시간을 준다. 운동장소는 〈ㄷ〉감방뒤 마당, 알아들었는가? 768번?》

부감옥장이 김아성이 지령을 정확히 접수했는지 따져물었다.

《왜 꽥꽥거리시오! 운동장소는 〈ㄷ〉감방 뒤마당. 운동시간을 주어 고맙소.》김아성이 큰소리로 복창하였다.

그제야 부감옥장은 눈을 부라려보이며 철창앞을 지나갔다.

옆감방앞에서 죄수들을 점검하는 간수의 보고와 부감옥장의 훈시가 들려왔다.

김아성은 옆에서 명령을 기다리고있는 사형수에게 《정면돌파준비!》하고 나직하게 지시하였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있던 사형수들이 좌우로 갈라져 벽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김아성의 련락원으로 임명되였다.

김아성의 명령이 통방신호로 모든 감방들에 전해졌다.

정치범들이 수용되여있는 호동들에는 중대가 편성되고 층별로 소대가 조직되였으며 한개 호실이 분대로 되였다.

호동마다에서는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회의가 진행되였다.

《정면돌파》로 감옥을 들부시고 나갈데 대한 김아성의 명령이 통과되였다.

이날 오후에도 청주감옥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정상일과가 진행되였다.

저녁전 산보가 15분간 진행되고 이어 꽉 쥐면 한숟가락정도의 콩밥이 공급되였다.

전날 아침 김아성은 모든 호동들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말고 건사해놓을것을 명령하였다. 거사 당일 저녁에 힘을 낼수 있도록 배를 채우게 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김아성과 사형수들은 마지막 밥알 한알까지도 꽁꽁 씹어 맛나게 먹었다.

사위는 어둠에 휩싸였다. 청주감옥을 둘러싼 담장을 따라 촘촘히 걸려있는 전등이 희미한 빛을 뿌리고있었다. 담장 네 귀퉁이에 있는 감시소들에서 이따금 엇갈린 탐조등불빛이 비자루질하듯 감옥안을 핥았다.

정각 8시.

부감옥장의 방에 호동간수조장들이 다 모여왔다. 저녁점검보고를 하기 위하여서였다.

간수조장들이 점검보고를 시작했을 때 나들문이 벌컥 열리고 마동열이 간수복을 한벌 얻어입고 뛰여들었다.

《뭐냐?》

부감옥장이 소리질렀다.

순간 마동열이 권총을 꺼내들며 침착하게 소리쳤다.

《손들엇! 반항하면 쏜다! 머리는 숙엿!》

방안에 있던 간수놈들이 금방 불을 토할듯 한 마동열의 총구앞에서 와닥닥 놀라 매본 까투리처럼 책상다리사이에 골통을 틀어박았다.

《옷을 벗으라!》

부감옥장이 입을 쩝쩝 다시며 쓰거운 표정을 하고 《음― 하는수가 없지.》하고 옷을 벗자 다른 놈들도 옷을 벗었다.

《자, 이걸로 손을 묶고 입들을 틀어막으시오.》

마동열은 부감옥장에게 포승줄과 수건을 던져주며 호령하였다.

간수들은 저들끼리 서로 입을 처매고 손을 묶어주었다.

마동열은 간수조장들을 서류함이 가득찬 부감옥장의 뒤방에 몰아넣고 자물쇠를 덜컥 채워놓았다.

《곱게들 앉아있소. 소동을 부리는 놈은 즉시에 황천에 보내주겠소.》

엄포까지 놓은 마동열은 부감옥장의 책상빼람에서 여러정의 권총과 수류탄을 꺼내가지고 김아성의 호동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순찰중이던 간수를 어렵지 않게 제압하고는 김아성의 감방문을 열었다.

김아성의 감방에 인차 호동의 소대장들이 모여들었다.

《9시에 돌파해야 합니다. 내가 신호를 울리면 일제히 각개약진으로 담을 넘으시오. 담장밖에 도랑이 있으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담장을 벗어나면 중대별로 보은산으로 향해야 합니다. 지휘부는 래일 아침 7시에 보은산에서 중대들을 접수하겠소. 그다음 행군로정은 보은산에서 알려주겠소. 결사대성원들만 남고 돌아가서 대기하시오.

첫째로 은밀성, 둘째로 대담성, 셋째로 속도!… 죽을 각오를 하고 돌파합시다!》

김아성이 엄숙하고도 격동적으로 임무를 주고 간단명료하게 주의를 주었다.

소대장들은 물러가고 결사대에 선발된 젊고 날파람있는 수인들이 남았다. 그들은 마동열이 가져온 간수복과 무기를 받았다.

마동열은 그들중 몇명을 데리고 다른 호동들에 가서 호동의 순찰간수들을 제압하고 김아성의 지시를 전달하였다.

김아성은 나머지 결사대원들을 데리고 감옥무기고로 갔다.

그는 입구에서 꺼떡꺼떡 졸고있는 경비원을 체포하여 가두고 무기고문을 열었다. 무기고에는 38식보총 12정과 99식보총 26정이 있었고 탄알상자도 있었다.

탐조등불빛이 쉴새없이 감옥구내를 샅샅이 핥고있는 속에서 탈옥준비는 김아성의 지휘밑에 기민하고도 신속하게 끝나갔다.

저녁 9시!

김아성은 권총을 들고 호동앞의 망루에 있는 탐조등을 향해 발사하였다.

김아성의 총소리를 신호로 보총 서른여덟정이 네 귀퉁이에 있는 탐조등을 향해 첫 총탄을 날렸다.

일제 사격총성이 벼락치듯 울리자 탐조등들이 다 꺼지고 그 주변에 있던 경비병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와―》

뒤를 이어 1 400명이 웨치는 함성소리가 청주감옥을 들었다놓았다.

《1중대 날따라 앞으로!》

《2중대 날따라 앞으로!》

어둠속에서 대렬을 인솔하는 중대장들의 열기띤 구령소리가 들렸다. 수감자들은 앞을 다투어 서너길 되는 담벽을 넘어서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감옥대문을 지키고있던 경비초소에서 기관총사격이 시작되였다.

뒤를 이어 네 귀퉁이에 있는 망루들에서 기관총과 보총이 짖어대기 시작하였다.

총탄이 우박치듯 담장에 떨어져내렸다.

막사에 있던 경비중대 사병들이 총을 들고 뛰여나왔다.

순식간에 감옥구내는 여전히 기세충천한 폭동자들의 함성과 향방없이 마구 쏘아대는 기관총소리, 보총소리와 비명소리로 아비규환이 되였다.

폭동군은 쓰러지면서도 여전히 결사적으로 담벽을 넘어갔다.

마동열과 김아성은 각각 남쪽과 북쪽으로 헤여져 결사대원들을 인솔하고 경비병들의 화력을 제압하며 폭동군의 출로를 지켜주기 위하여 불벼락을 퍼부었다.

여기저기에서 탈옥죄수들의 시체가 나딩굴었다.

앞길을 막아 필사적으로 발악하던 놈들도 퍽퍽 쓰러졌다.

김아성과 마동열은 중대들을 이끌고 차령산줄기로 들어갔다.

김아성은 태백산으로, 마동열은 리점분유격대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이튿날 보은산에 도착한것은 1 400명의 탈옥자들속에서 353명이였다. 그밖의 수인들중에서 대체로 형벌이 가벼운자들은 감옥으로 되돌아갔다. 일후에 차례질 형벌이 두려웠기때문이였다. 나머지는 제 갈길로 뿔뿔이 흩어져갔다.

놈들이 주변지역의 경찰들과 군대를 동원하여가지고 추격하여왔다. 놈들은 탈옥자들의 주력이 빨찌산에 합류하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이고있다는것을 간파하고 그들이 산에 붙지 못하도록 비행기까지 띄워놓고 앞길을 차단하면서 날뛰였다.

탈옥자들은 먹을것도 없었고 탄알도 떨어졌다.

게다가 부상자들이 늘어나서 수백명의 인원이 함께 움직일수가 없었다.

끝내 김아성과 마동열은 태백산과 지리산으로 전체 탈옥자들을 이끌고가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는수밖에 없었다.

사흘동안 대렬을 끌고 산기슭에서 걸음을 다그치던 그들은 도중에서 분산탈출로 놈들의 포위환을 뚫고 지정된 유격전구로 나가도록 하였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갈림길에서 마동열과 아성은 굳게 포옹하였다.

《아성이, 통일의 날까지 죽지 말라구.》

《마형, 평산에서 만나자요.》

《그래, 그래, 평산에서!》

청주감옥에서 벌어진 탈옥투쟁에 대하여 남조선방송들과 신문들은 이렇게 보도하였다.

《1 400여명이 란동을 벌려 350여명이 완전히 탈옥에 성공한 남도의 사건. XX일 하오 9시경에 청주감옥에서 죄수들의 탈옥폭동이 있었다. 사건당일 수용인원은 1 500여명이였는데 탈옥에 나선 수감자는 정치범 1천여명이였다.

그러나 군, 경합동공격으로 500여명은 즉시 진압되고 353명이 완전히 성공하였다. 그들은 차령산줄기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들중에는 78명의 사형수들도 속하여있었다.

탈옥자들은 38식보총 12정, 99식보총 26정, 도합 38정을 가지고 탈옥하였는바 량쪽에서 120여명이 사살되고 차령산에서 체포한 탈옥자는 18명이다.

폭동은 누구도 모르게 은밀히 준비되였으므로 그 책임으로 감옥장이하 감옥 관리성원들 전원 해직되였다.》

청주감옥폭동소식에 접한 정시명은 350여명의 정치범들이 성과적으로 풀려나온것을 크게 기뻐하였으나 김아성과 마동열의 소식을 몰라 걱정하였다.

그들이 무사히 빨찌산대오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날아온것은 몇달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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