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죄여드는 그물

2

 

일은 서울역 개찰구에서 시작되였다.

정시명을 개성까지 동행하였던 김명호와 례영이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였다. 차표를 바치고 개찰구에서 몇걸음 옮기던 례영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비틀어잡는 놈이 있었다. 례영이 깜짝 놀라 《앗―》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벌써 두명의 사복경찰이 그의 앞뒤를 막아섰다.

《왜 이래요?》

그 소리를 여라문걸음뒤에서 주변을 경계하면서 따라오던 김명호가 듣고 달려왔다.

《무슨 무례한짓이요? 이 아가씬 내 조카며느리요. 손을 놓지 못하겠소?》

김명호는 례영의 손목을 비틀어잡고있는 경찰놈의 손목을 주먹으로 쳐갈기고는 그놈을 옆으로 밀쳐버렸다. 그놈이 비칠거리다가 뒤쪽에 밀려나 엉덩방아를 찧으며 호각을 불었다. 삽시에 여러명의 사복쟁이들이 송장냄새를 맡은 까마귀들처럼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때 그 까마귀들을 헤집고나서는 얼금뱅이가 있었다. 리창순이였다. 그놈은 례영이와 마주서자 히물떡거리며 뇌까렸다.

《오지랖이 넓은 계집애, 아직도 서울서 어정거리는구나. 피스톨을 내놔?》

리창순이 무작정 례영의 몸을 손으로 훑었다.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에 기차안에서 동행하여온 법무부판사 권재수에게 권총을 맡기고 내린것이 다행이였다.

《왜 이래요. 점잖지 못하게. 피스톨은 무슨 피스톨이야요?》

례영이는 첫 순간 당황망조하였으나 얼른 자신을 수습하고 자신만만하게 대들었다.

《아따, 이 계집애 시치밀 뻑 따는구나. 뉘를 잡느라고 내가 벌써 두달째 눈을 붙이지 못하고 지낸걸 뉘는 모를게다.》

리창순은 이렇게 느물거리였다.

이때 개찰구에서 나오다가 이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긴장해서 살피던 권재수가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 걸어왔다. 판이 너절해졌다고 판단이 갔던것이다. 그러나 일순간 김명호가 개입하지 말라고 엄하게 눈짓을 하는것을 알아챘다. 그는 주춤거리면서 택시를 기다리는것처럼 하면서 이쪽동정을 주시하였다.

《그래 어떻게 하자는거요? 당신은 우리 조카며느릴 어떻게 안다고 백주에 이 야단이요?》

김명호가 얼금뱅이와 례영이의 관계를 알지 못하고있는지라 그들의 사이에 끼여들며 큰 소리로 떠들었다.

례영이는 순간 김명호라도 빠져나가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김명호쪽을 바라보며 신호를 보냈다.

《별사람 다 봤네. 아니, 아저씨가 어떻게 내게 삼촌된다고 그래요? 기차칸에서부터 별스레 치근거리더니 흥! 삼촌이라면 날 잡고있는 이 리창순아저씨가 삼촌벌 되지요. 우리 아버님과 같이 심양에서 오더니 경찰관이 돼서 우쭐거리지요 뭘. 아저씬 제 걱정은 말고요 제 갈길이나 가세요. 조카며느리요 뭐요 싱거운 소린 그만 하고요.》

(리창순?)

김명호는 아차 실수했구나 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였다. 바로 이 얼금뱅이가 지난 봄철에 정시명과 례영의 꼬리를 잡을번 했던 그 변절자인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 례영이가 자기 일에 끼여들어야 좋은 일이 없을것이니 빨리 빠지라고 신호하고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헹 참, 절 생각해서 한마디 곁들어보았더니 제편에서 행악질이군. 그럼 난 갑네다. 아가씨도 뭐 별일이야 없겠지.》

김명호가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개성에서 구해넣었던 인삼보따리를 둘러메는데 한놈의 경찰이 수갑을 절렁거리며 앞을 막아섰다.

《당신도 가야겠소.》

《가다니, 어디로 말이요?》

《별일 없겠는지는 가보면 알거요.》

《뭘 그러오? 난 개성에 인삼을 구하러 갔던 길이요. 자, 보시오.》

김명호가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억울하다는듯 이마살을 찌프리고 낮추 붙었다. 김명호는 개성에 갔던 기회에 이런 경우에 써먹을겸 정시명의 몸보신에 좋을것 같아 수삼을 구해가지고 왔던것이다.

그러나 리창순이 꽁무니에 달고다니던 졸개들에게 눈짓을 하자 여러놈의 경찰들이 달려들어 그의 손목에 수갑을 덜컥 채웠다.

즉시 서울경찰청에 압송되였다.

례영은 처음 당해보는 일이여서 크게 놀랐지만 인차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는 빠져나가기가 힘들게 되였다는것을 인식하였다.

자기에게는 반심문투쟁에서 메울수 없는 빈구석이 너무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거처지와 직업을 따지고들면 어디에 확인할데가 없었다. 벌써 한해가까이 줄창 정시명과 함께 움직여왔으므로 자기를 위장할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것이다. 다음으로 리창순과 이미 맞다들어 권총까지 내들었고 그놈이 자기와 정시명과의 관계를 잘 알고있으니 그 역시 피해서기가 어렵다.

례영은 이제부터 놈들의 취조에 어떻게 응해야 되겠는가 하는것을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례영은 이전에 마동열과 정시명으로부터 법정투쟁과 관련한 여러가지 경험과 교훈들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현재 자기가 부닥친 환경에서 어떻게 하는것이 옳게 처신하는것일가 하고 따져보았다. 적당한 기회가 오면 재빨리 트집거리를 만들어가지고 묵비권을 행사하는것이 최선의 방도라고 결심하였다. 그것이 자기를 구원할수 있는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출로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정시명은 적들의 문초를 받을 때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새로운 트집거리가 자꾸 생겨 종당에는 걷잡을수 없게 되므로 입을 다물어버리는게 상수라고 하였었다.

례영이는 서울역에서 끌려올 때부터 권혜숙이며 순애를 생각하였다. 옥중투쟁에서 영웅적으로 생을 마친 김승원과 박영수도 그려보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지였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봄에 박영수가 체포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서울을 뜨라는 박정인의 간곡한 청을 끝내 들어주지 않고 끝까지 초소를 지키던 정시명과 여러 동지들의 의연한 모습도 그려보았다. 지금도 그들은 나를 굳이 믿고 자기 자리를 뜨지 않을것이다.

(나도 먼저 간 그들처럼 죽으리라.)

이렇게 속을 다지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으로 들어섰지만 구류장도 예상되는 고문도 그리 두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심문이 시작되였다. 사방이 콩크리트벽으로 된 심문장에는 수사관 한놈이 독뱀처럼 표독스럽게 틀고앉아 심문장에 들어서는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옆에는 리창순이 범잡은 포수처럼 우쭐해가지고 그를 맞았다.

수사관은 례영의 단아한 모양새에 꿋꿋하던 눈살이 개개 풀리여 한동안 흘린듯이 쳐다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이름?》

《례영이라고 해요.》

《성은?》

《김례영입니다.》

《똑바로 대라. 어째서 김가인가?》

그놈은 이미 리창순으로부터 정향의 딸이라는 소개말을 들은지라 꽥 소리를 질렀다. 정향의 딸이면 정례영이 아닌가 하는 역증이였다.

《왜 큰소리야요? 김가니깐 김가지요.》

례영이 곱지 않게 툭 내쏘자 수사관은 다시 형리다운 고약스러운 본능이 발동이 된듯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하, 이 계집애 봐라. 김가라면 어째서 여기로 끌려왔는가?》

《흥!》

례영이가 코방귀를 끼며 랭소를 짓는데 그제야 리창순이 수사관에게 설명하였다.

《아, 아, 그런 일이 있수다. 사실은 이 녀자의 애비는 김가요. 심양서 죽었소. 정향을 구원하고 죽었습죠. 그후로 정향이 이 녀잘 데리고 다녔다우.》

《그러니 친딸은 아니고 정향의 첩쯤 된다는거요?》

《거야…》

리창순이 금이발을 번쩍거리며 맞장구를 치려하다가 례영의 얼굴이 순간에 새파래지는것을 보자 얼른 입을 다물었다.

례영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서 분노가 빛발치는 눈으로 수사관과 얼금뱅이를 노려보다가 총알같이 내쏘았다.

《더러운 놈들! 비렬한 인간추물들! 사죄를 해. 당장!》

《뭐야?》

수사관놈은 뜻밖의 반발에 놀라 퀭해진 상이였으나 이내 불끈해져서 걸상을 뒤로 차던지며 일어났다. 그놈은 례영의 고운 얼굴에 서린 적의와 경멸을 단번에 짓이겨버리려고 근질거리던 손바닥으로 례영의 볼을 갈겼다.

형리들의 주먹은 사람치는 일로 썩살이 돋고 피에 절어있는 주먹이다.

매 한대 맞지 않고 곱게 자라난 례영의 맑은 볼에 그 더러운 형리의 손가락자리가 시뻘겋게 인즙을 묻혀 찍어놓은듯 구불구불 생겨났다.

그러나 례영은 한번 비칠거렸을뿐 분연히 부르짖었다.

《때리는군요. 어디 또 때려봐. 사죄를 하기 전에는 이제부터 난 한마디도 하지 않을테다. 네놈들이 날 죽여봐라. 한마디도 하지 않을테다.》

수사관놈이 햇보리싹처럼 연연하게만 생각되여 따귀 한대나 붙이고 살살 얼리면 쉽게 끝낼줄 알았는데 예상밖으로 다기차게 강한 반응을 보이자 악이 나서 이번에는 왼손으로 오른볼을 후려쳤다. 그쪽에도 지렁이같은 손가락자리가 가로질러갔다. 그러나 례영은 입술을 옥물고 그냥 찌르는듯 한 창끝같은 눈총으로 놈을 쏘아볼뿐이였다.

《입을 벌리지 않겠다?… 흥, 묵비권이라는 말 어데서 들은 모양이군. 내앞에서 그따위 수작이 통할상싶으냐.》

그놈의 주먹이 연방 날아들어 례영의 량쪽입귀로 빨간 피가 새여나왔다. 리창순놈은 례영의 고운 얼굴이 순간에 피자박이 되는것을 보자 그래도 뒤가 켕기는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비실비실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례영은 수사관놈의 주먹이 윙윙거릴 때마다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다해서 버티였으나 끝내 정신을 잃고 마루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 눈에 달이 오른 수사관놈은 쓰러진 례영이를 놓고도 구두발로 사정없이 차고 밟으며 마음껏 성풀이를 하였다.

김명호는 다른 심문장에서 취조를 받았다. 그는 놈들이 똑똑한 단서가 없이 우연히 잡아들인 조건에서 잘만 하면 빠져나갈수 있다고 판단하고 반심문투쟁방법과 전술을 재빨리 세웠다.

그는 놈들이 인차 전라도에 조회를 할것이며 그러면 광복전후의 조직관계가 다 드러나게 될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전라도지역에서의 조직관계는 그대로 말해주며 차후에 자발적으로 좌익권에서 리탈하여 서울에서 리발관과 식당일을 보면서 돈이 생기자 《흥국상사》에도 출자했다고 경력을 밝히면 다른게 없을것 같았다. 《명월리발관》과 여의도식당은 세무청에 김명호의 이름으로 등록되여 처가 관리하고있으니 조사를 해도 걸려들게 없다. 례영이와의 관계는 례영이가 암시한것처럼 기차칸에서 알게 되여 지분거려본것으로 꾸미면 될것 같다.

김명호는 자기의 처신은 맑스주의고전이나 몇권 읽고 공산주의운동에 나섰다가 크게 덕볼게 없게 되자 물러난 뜨내기반편 비슷한 인상을 주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였다.

걱정스러운것은 례영이였다. 그는 뜻밖의 정황에서도 동지의 안전부터 생각하며 얼른 위험신호를 보내고 피해설 길을 틔워준 례영이가 더없이 대견하였지만 그 나긋나긋한 녀인이 맹수들의 소굴에서 얼마나 지탱하겠는지 자못 걱정스러웠다. 얼금뱅이가 리창순놈이라니 례영이가 이미 그놈에게 총까지 내든 일이 있고 그자가 또 회장과 례영의 관계를 죄다 알고있으니 둘러칠수가 없을것이다. 그 착하고 얌전한 녀자가 처음으로 당해보는 놈들의 악행을 이겨낼수 있을가. 례영이의 몸에 감겨들 가죽채찍이 허공을 째는 아츠러운 소리가 금시 들리는것만 같아 김명호는 온몸이 오싹오싹 조여드는것 같았다.

《임마, 똑똑히 대. 얼간인체 하지 말고…》

김명호가 겁에 질린척 두눈을 꺼벅거리며 속으로는 례영의 걱정을 하고있는데 어느결에 책상맞은편에 앉아있던 수사관놈의 아귀센 주먹이 날아들었다. 순간 눈앞에서 불이 일고 별찌가 아물거리였다.

《왜 이러능기요? 죄없는 사람을 끌어다놓고… 아이고… 눈이 보이지 않능기로.》

김명호는 눈통이 아프기도 했지만 늘어지게 붙으며 눈통을 싸쥐고 무릎방아를 찧으며 엄살을 부렸다.

《죄가 없어? 여기 앉아서 〈빨갱이〉관계를 전부 써내, 전라도개똥쇠는 발가벗겨도 10리를 뛴다 하더니 어디서 이따위 멍청이를 홀쳐왔어. 임마, 전라도에서 괜히 네놈을 잡으라고 여기다가 회보를 보내왔겠는가. 한마디만 틀려도 10년 콩밥이야.》

그놈은 책상우에 있는 종이와 펜대를 그에게 밀어놓았다. 그러며 눈을 무섭게 부라려 엄포를 놓고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김명호는 종이장을 당겨다놓고 순식간에 퉁퉁 부어오르고 시퍼렇게 멍이 진 눈통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빨리 나가야 한다. 회장동지도 계시지 않을 때 내가 한가하게 감옥에 박혀있다니 말이 되는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례영이를 구출하기 위한 조직사업도 벌릴수 있다. 례영이를 저놈들에게 오래 맡겨둬서는 랑패다.

권재수를 비켜서게 한것은 잘한 일이다. 그 사람이 지금쯤은 대책을 세우느라고 뛰고있을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머저리흉내를 내면서 행세식공산주의자구실을 해보이면 저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날수 있다. 한번 심리전을 벌려보자.

김명호는 어떻게 과거사를 옮길가 하고 오래동안 궁리를 하다가 신통한 수가 생각났다. 광복후 공산당강습소에서 철학강의를 해주며 애먹던 일이 생각났다.

그는 첫장 웃머리에 《나의 고백서》라고 굵직하게 써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였다.

《…

내가 좌익에서 활동했다는것은 주로 철학강의를 광복후 공산당강습소에서 한것을 념두에 둔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고백이란 주로 유물사관이 진리라고 믿게 된 경위와 유물사관에 대한 나의 리해정도를 나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될수밖에 없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철학을 좋아하였는바 특히 도이췰란드의 관념론철학을 깊이 연구하였다. 칸트로부터 괴테, 쉘링, 헤겔에 이르는 도이췰란드관념론체계는 실로 거대한 건축이다. 그러나 그 체계도 벌써 괴테시기부터 기초가 없이 허공에 떠있다는것이 판명되였다. 헤겔자신이 유물론과 관념론을 대치시키고 량자중 어느것을 택하는가 하는 문제는 철학자들의 자유이지 어느것이 옳고 그르다는 리론체계가 아니라고 고백하였으며 자기가 관념론을 택한것은 그것이 인간의 자유정신에 합당하였기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괴테는 도이췰란드자본주의대변인이지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도 아무것도 아니라는것이 그후 그의 저서들에서 판명되였다.

유물론과 관념론을 정확히 대치시킨 괴테의 문명을 배운 사람치고 조물주가 만물을 창조하고 하느님이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유물론은 기계적이 아니고 변증법적이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유물변증법에 관하여 모르는 문제가 많다. 그것은 일본대학에서 맑스주의철학을 배우지 못하였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를 하면서도 내가 진짜로 옳게 말하는것인지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질문이 제기되면 끔찍하게만 생각되였다. 또 청강생들에게 미안하였다. 앞으로도 나는 철학강의만은 질색이다. 하지도 듣지도 않을것이다.

이렇게 되여 나는 마침내 정치강습소 강의를 포기하였다. 따라서 남조선공산당과의 관계도 이것으로 끝났다.…》

김명호는 이러한 내용을 도이췰란드어까지 섞어가면서 어렵게 표현하였다. 다 완성하여놓고보니 자신도 웃음집이 흔들흔들하였다. 제가 쓴 글이지만 어느 글귀하나 리해할수 없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자는것인지 대중할수 없었던것이다. 글도 반편이요 글에 그려진 자기 얼굴도 영낙없는 반편이다.

김명호가 써낸 《고백서》는 은을 내기 시작하였다. 수사관은 그가 고심하여 쓰고 지우고 하여 만들어낸 글을 해종일 읽어보았으나 그것을 놓고서는 도무지 그의 사상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릴수 없었다.

놈은 김명호를 불러내여 뭐라고 투덜거리다가 도이췰란드말은 왜 써놓았는가고 신경질을 부렸다.

《예?…철학을 론하면서 도이췰란드말을 쓰지 않고서야 그 의미가 통합니까? 쩌 쩌…》

김명호는 제사 답답하다는듯 늘어지게 반문하며 혀를 끌끌 찼다.

《난 도무지 죽으라는 소린지 살라는 소린지 모르겠소. 머리만 뻥뻥한게…》

《그러니 철학은 좀 수준이 있어야 리해할수 있단 말이요. 나도 처음 철학공부를 할 땐 머리가 뗑해지더구만.》

《에잇, 밥통같은 자식!》

수사관은 더 짜내야 신통한 소리가 나올것 같지 않아 최운하에게 김명호의 《고백서》를 들고갔다.

최운하는 몇번 읽어보고 처음에는 배를 그러쥐고 웃다가 나중에는 종이장을 줴던지며 성을 냈다.

《이따위 얼간이가 무슨 좌익이야. 공밥 먹여주지 말고 내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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