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죄여드는 그물

1

 

방안은 담배연기가 자욱하였다. 그 자욱한 연기속에서 이 방 주인은 그냥 담배대를 갈아댄다. 코구멍으로 두줄기의 희읍스름한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단단히 성깔이 돋쳐서 지독하게 담배를 빨고있는 사람은 특별합동수사본부 오성도였다. 법관치고는 주색에 흥미없어하고 물욕도 그리없는 희귀한 인물인 오성도가 줄담배로 화증을 달랠만큼 밸이 뒤집혀질 연고가 있었다.

방금전 그는 리범석의 사무실에 불리워가서 미국대사관 1등서기관 노불로부터 되게 다불리우고 돌아왔다. 《총리》면전에서 노불은 멍텅구리라는 모욕까지 주었다.

원체 조용하고 깨끗한것을 좋아하며 생활에서 절제가 있고 깔끔한 성미인 오성도는 이마가 넓고 관골이 두드러지고 입부리가 몽툭하게 삐여져나와 꼭 하마의 상통을 닮은데다가 지독하게 노린내가 풍기는것이 질색이여서 노불이 찾을 때마다 적당한 구실을 대고 몸을 사리군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리가 찾는다기에 갔더니 노불까지 앉아서 그 하마의 상통에 음험한 눈으로 맞아주었다.

《본부장.》

첫말을 뗀것은 리범석이였다. 밤을 설쳤는지 아니면 동맥경화증세로 아주 그렇게 돼버렸는지 눈잔등이 해면을 끼운듯 부석부석하고 이마와 관자노리에 로인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리범석은 자리를 권하기 전에 거치른 어조로 화제부터 꺼내놓았다.

《1등서기관선생이 정시명수사에 대한 활동정형을 청취하자고 해서 찾았소. 나도 알고있어야겠소. 보고해보시오. 그래 좀 전진이 있소?》

리범석은 자기가 국방장관직을 겸직하고있을 때 노불의 권고를 받아 군대와 경찰, 검찰관련자들을 한데 모아 합동수사본부를 조직하고 정시명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였다. 그러나 리승만과의 결말이 없는 정쟁에 쫓겨 지금껏 그닥 관심을 두지 않고있었다. 이 서울바닥에 그러루하게 미국과 리승만에게 반기를 들고나선 인물이나 조직이 한둘이랴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오늘 노불이 찾아와서 한시간이나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정시명이라는 미지의 인물의 위험성에 대하여 일장 훈시를 늘어놓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듣고보니 얼굴없는 그 거물이 서울에서 암약하고있다면 식객노릇을 하지는 않을것이다. 자기가 두번째인물로 되여있는 《한국》에 대한 타격도수를 점점 높여나갈것은 분명하였다. 그래서 리범석은 본부장인 오성도를 불러다놓고 노불의 앞에서 단단히 욕사발을 안길 잡도리를 했었다. 오성도를 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해놓고 대검찰청 부장검사로 벼락승진까지 시켜놓았는데 그동안 품값을 어떻게 치르었는지도 궁금하였다.

오성도는 호리호리한 몸꼴에 비해서는 상판이 큰데 얼굴에서도 귀바퀴가 류달리 커서 첫눈에 그 사람의 명줄이 길겠군 하는 소리부터 인사로 듣기가 일쑤다.

그러나 그 항아리같은 귀에서 말듣는 구멍은 비좁기로 유명하였다. 생활에서나 일에서 자기 주장을 세운 다음에는 그 누구의 말이라도 듣지 않았다. 일단 입밖에 내놓은 말에 대해서는 그것이 틀렸다는것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절대로 물러서거나 비켜서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흔히 가까운 동료들은 딱정벌레라는 별명으로 그의 퇴매한 성격을 특징짓기도 하고 혹은 고집이 센데다가 일단 결심한 문제는 드팀이 없이 냅다 밀고나가는 손탁 센 일처리능력을 땅크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대체로 자존심이 세기로 소힘줄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오성도의 《자존심》이야말로 소힘줄보다도 더 질기고 도고하기가 이를나위 없었다. 그런 인간이기에 리범석이 대하는 품이나 자기에게로 쏘아대는 노불의 노랑눈의 눈찌가 불쾌하기 그지없어 온곱지 않게 대꾸하였다.

《뭐 아직은 이렇다하게 보고할만 한것이 없습니다. 아직도 하늘의 구름잡기로 되여있습니다.》

뱉아던지는듯 한 오성도의 심술기있는 대답을 듣자 노불이 대뜸 능란한 조선말로 그를 정면에서 후려쳤다.

《합동수사본부가 생겨난지 여섯달이 가까와오고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늘의 구름잡기라니 맑은 날은 도대체 언제라는거요? 이런 일이야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되지 않겠소. 정시명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알려준것도 우리고 현상금을 붙이라고 한것도 우리요. 그래 그의 목에 붙어있는 500만원도 우리 미국사람들이 타먹어야 되겠는가? 당신들은 다들 멍텅구리들이요.》

오성도는 노불의 성난 말이 방망이처럼 사정없이 자기의 등심에 날아드는듯싶어 고개를 홱 돌리였다. 그는 눈꼬리가 매섭다는 말을 듣는데 그 매운 눈으로 노불의 면상을 맞받아 쏘아보았다. 멍텅구리라는 소리가 무엇보다도 그의 밸머리를 마구 휘저어놓았던것이다. 광복전에 도꾜에 가서 법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약 20대에 평안도판사로 임명되였던 그였다. 광복후 서울로 도망쳐나와 자기의 부모를 하루아침새에 가난뱅이로 추방해버린 《빨갱이》들과 피를 물고 싸울것을 맹약하고 미군정청의 법무계통의 말단관료직으로부터 자기의 실력과 수완으로 한단두단 끈질기게 기여올라 이젠 대검찰청 부장검사까지 되였다.

그 자리가 그리 요란스러운 자리는 아니였지만 오성도라는 이름은 서울 법조계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되고있다. 그 자신이 광복후 좌익계의 수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법조계의 일선에서 일약 일인자로 자처하여온다.

그의 인생의 목표는 불원한 장래에 남조선에서 반공세력의 대표인물로 되는것이다. 그를 위하여 최근에는 사무실에까지 맑스와 레닌의 저서들을 가져다놓고 읽군 하였다. 평양방송도 정상적으로 청취하면서 북의 주의주장을 격파할수 있는 리론적기초를 다지느라고 왼심을 쓰기도 하였다.

오성도는 정계에는 그닥 관심을 가지고있지 않았고 당파싸움에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서울집권세력이 확실히 북에 비해 철학적론리가 결여되고 미국놈들앞에서 무턱대고 굽신거리는데는 늘 불만이였다. 더구나 미국에서 동방력사나 전공한 노불이 일국의 사법계를 주무르며 삿대질하는것이 영 질색이였다. 그가 노불을 싫어하는 리유는 그 인간자체가 마주서면 역스러워지는것이 기본이다. 토끼꼬리만 한 지식을 가진 주제에 감히 법전문가인 자기까지 무시하는 망발을 탕탕 던지군 하는것이 어처구니없다.

(양놈이라는건가…)

노불에 대한 도전은 이 땅에서 주인노릇하는 미국인전체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오성도는 노불이 첫마디부터 역증을 내자 슬그머니 밸이 꼬이였다. 멋대가리없이 기고만장한 이 백인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목젖까지 치밀어올랐다.

(이 자식을 어떻게 길들인다?…)

그는 재빨리 노불의 말꼬리를 물고늘어졌다.

《멍텅구리인지 아닌지는 결과가 증명할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라는것이 있습니다. 1등서기관선생.》

오성도는 적의의 불꽃이 일고있는 매서운 눈과는 달리 한일자로 민틋하게 선이 질러간 얄팍한 입술에 실오리같은 미소를 담았다. 그리고는 손우의 잔소리 많은 누이를 가르치는 오랍동생처럼 유연하게 응대하는게 마치 너의 직함은 1등서기관이며 멍텅구리라는 모욕은 상대를 가리면서 해야 한다는것을 훈시하는듯 했다.

오성도의 입침에 어기가 질린 노불은 살진 볼따귀를 실룩거리며 하얗던 낯색이 수수떡처럼 벌개졌다. 그러나 오성도가 빈틈없이 신경을 도사리고있는것을 보자 입을 쩝쩝 다시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쉴뿐이였다. 괜히 옹골찬 상대를 건드리다가 총리앞에서 제 얼굴을 깎일것 같은 당혹감과 불안을 강하게 느꼈던것이다.

《앉소. 앉으시오.》

리범석은 그제야 오성도의 거센 자존심과 만만치 않은 인격을 비로소 느꼈던지 걸상을 가리키며 너누룩한 어조로 권하였다.

(젊은 녀석이 밸통이 보통이 아닌걸. 나이가 부럽군. 저런게 사내고 법관이야. 이놈아, 이 나라 사람을 허술하게 여겼다간 그 매부리코 꺾어진다.)

리범석은 양놈을 상대로 주저없이 기를 돋구는 오성도와 허세를 허물고 사족을 못펴는 양놈의 꼴을 보는게 자못 통쾌해서 오성도의 잔등이라도 자근자근 두드려주고싶은 심정이였다. 리범석은 노랑눈의 미군중위앞에서 오금이 저려하는 대령들과 무쵸앞에서 발바닥이라도 핥아줄듯 머리를 조아리는 장관들을 매일처럼 보아오는터라 이 황구렝이같은 양놈앞에서 새까만 눈알을 반들거리는 오성도가 여간 대견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 말투부터 바꾸었다.

《본부장, 하늘의 구름잡기라면 그래도 무엇인가 움직였고 그게 또 움직인 뒤끝에 내린 결론이 아니겠나. 중간총화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본부장의 공작정형을 이야기해주게.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인거랑 〈흥국상사〉에서 정향의 자취를 찾아낸거랑 내귀에도 특별수사본부가 졸지 않고있다는 소리가 드문히 들려오는데…》

《총리각하, 그건 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1급기밀에 속한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국가기밀사항을 외국대사관의 서기관앞에서 루설할수 없는 공인의 몸입니다.》

오성도도 짐짓 어조를 바꾸어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이야말로 그의 매서운 눈초리보다도 더 독기가 서리고 되알진 주먹찜질이였다.

그 주먹찜질을 당한 노불은 《노…노…》하고 혀짧은 소리를 비명처럼 연방 내지르다가 리범석과 오성도를 번갈아 쏘아보았다. 노불은 여전히 낯빛이 한점도 변하지 않는 상대의 도전을 받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어미역증에 개배때기 차듯 애매한 리범석에게 사납게 눈을 흘겨보이고는 인사도 없이 방에서 나가버리였다. 리범석은 아연해진듯 안경을 벗어들고 입을 쓰겁게 다시였다.

(이런 방약무인이 어데 있는가?)

오성도는 쫓겨나가는 양놈의 꼬락서니에 직성이 풀리는지 히죽이 웃으며 걸상에 앉았다. 그는 자제력을 잃지 않고 리범석의 멍청해진 꼴에는 개의치 않은채 가방에서 여러개의 봉투들을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그 봉투들에서 문건들을 꺼내 하나씩 넘겨주며 차겁고 메마른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건 중립계의 외피를 쓰고 우익권에 대한 언론공세를 벌려온 〈광명일보〉, 〈우리 신문〉, 〈중앙신문〉에 대한 〈흥국상사〉사장 정향의 관련설을 립증하는 자료입니다. 이건 좌익관계자들의 자백자료입니다. 그에 의하면 쏘미협상때 미국측을 패배에로 몰아간 배후인물도 정향으로 평하고있습니다.》

리범석은 자료를 받아들고 시답잖은듯 몇장 벌컥벌컥 뒤지더니 계속하라고 턱질을 하였다.

《이것은 13정당협의회와 4월남북련석회의와 관련된 인물의 자백자료입니다. 이 자료에는 13정당협의회와 4월남북련석회의를 성사시키는데서 〈흥국상사〉사장 정향이 맹렬하게 움직였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이 문건은 려운형과 김구밑에서 지낸바가 있는 우리 첩자들이 보고하여온것입니다. 여기에는 정향이 이들과 자주 만났으며 그들의 활동에 직접, 간접으로 깊이 관여했다는것이 증명되여있습니다. 정향은 하지와 리승만과도 만난바가 있다고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있소. 방금전에 노불서기관도 말했는데 자기가 하지의 지시를 받고 직접 중경에 가서 그에 대한 평정을 받아왔다고 했소. 계속하시오.》

《이건 유엔조선위원단과 정향을 련결시키고있는 자료입니다. 유엔조선위원단에 김승원이라는 정향의 사람이 통역과 안내로 동원되여 장기간 사업하였습니다. 이 자료는 최근에 벌어진 〈국회〉안의 소장파활동에 대한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정향이라는 인물이 깊숙이 개입되여있습니다.》

《가만… 정향은 서안에서 심양을 거쳐 곧바로 서울에 온 사람이요. 나는 그 인물을 잘 아오. 나는 그를 잠재적인 우리의 상대측 거물로 인정하였기에 여러번 그에 대한 테로를 조직한바가 있었소. 그러면 당신은 지금 정향과 정시명을 하나의 얼굴을 가진 두 인물로 본다는거요?》

《각하, 아직 그렇게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아직까지는 저의 예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까 하늘의 구름잡기라고 찍어놓은것입니다.》

《그렇다면 정향과 그 주변인물들의 활동을 원천봉쇄해야 될것이 아닌가. 뭣때문에 작전을 질질 끌고있소? 그래 정향이 〈빨갱이〉운동전체를 흔들고있다는거요?》

《아니,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주로 정계의 배후에서 로회한 방법과 수단으로 자기의 독특한 운동을 지휘하고있습니다. 포위환을 좁히고있는데 조직체가 고도로 째이고 규률성이 강하여 비밀한정이 엄격히 준수되고있습니다.

숙군때 우린 조직관계가 투명하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상대측 인물로 간주되는 인물들을 수십명 제거하였는데 유감스러운것은 그들모두가 정향이나 정시명에 대하여 모르고있는것입니다. 검거된 〈국회〉의원들과 배후조종자로 지목되는 김승원을 비롯하여 모든 인물들이 정향이나 정시명의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모르고있습니다.

그러나 시간문제입니다. 몇달전에 우리의 한 경찰관이 정향의 딸과 조우한적이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흥국상사〉에 두명의 수사경찰관을 들이미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뭘, 그만하면 상당한 실적이군. 좋소. 다그치시오. 정시명을 놔두면 국체가 흔들린다는것이 경무대와 무쵸쪽의 립장이요. 나로 말하면 같은 견해요. 정향을 정시명과 한인물로 주목하는것이 사건진척에 도움이 될수 있소. 그는 중국공산당지도부가 상당하게 기대하던 거물이였소. 그가 광복이 되여 큰 벼슬자리가 기다리는 평양이 아니라 이 서울로 자기의 활동무대를 옮긴것만 봐도 그 인물의 범상치 않은바를 더욱 생각하게 한단 말이요.

가만, 내 당신에게 한가지 통보할게 있소. 륙군정보국 5과장을 하다가 최근에 대통령직속의 대북공작기관으로 떨어져나온 〈정탐사〉사장 신치호가 생각나오?》

《예, 이름은 몇번 들은바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대통령과 동향이라고 했소. 헌데 대통령과 정향이 다 같은 평산태생이요. 정향의 아버지가 원체 평산서 의병대장하던 사람이라 신치호를 그쪽에 보내면 정향과 정시명이라는 인물을 확증할수 있지 않을가? 자네 김구의 진짜 이름이 뭔지 아나?》

《?…》

《허허… 김창수라고 했소. 정향과 정시명이라… 뭐가 시사되는게 없소?》

《예.》

《됐네. 이젠 가보게. 그 문건을 며칠 내가 보고 돌려주겠으니 놓고 가게.》

리범석은 오성도가 꺼내놓은 문건들을 도루 봉투속에 집어넣기 시작하자 손을 흔들었다. 오성도가 허리를 굽석거리고 물러가는데 리범석이 다시 불러세웠다.

《이보게 본부장, 노불과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게 아니야. 이리 가까이 오게.》

오성도가 또다시 눈꼬리가 매섭게 쳐들리자 리범석이 뒤발질하는 손주를 달래듯 자못 곰상스럽게 귀속말로 타일렀다.

《자네 담통에 내속도 후련해지네. 하지만 노불은 리박사(리승만)의 신임받는 측근고문일세. 그리고 프란체스까와는 벗이상의 벗이구. 내 말뜻을 알겠나?》

하며 리범석은 의미있게 두눈을 끔벅해보이였다.

오성도는 상급의 말에 비낀 그의 번민과 자기에 대한 신뢰를 인식하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귀속말로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오성도는 총리사무실의 대기실에서 또다시 쏘파에 제빠듬히 앉아있는 노불과 마주쳤다. 노불이 여전히 표표한 눈길인데 어디 두고보자는 심통이 헨둥하다. 오성도는 한바탕 눈싸움을 벌릴가 하다가 리범석이 방금 타이르던 말이 생각나 욱 끓어오르는것을 삼키며 그앞을 성큼성큼 지나갔다. 그리고는 입속말로 두덜거리였다.

(발바리들밑에서 설설 기며 살 때도 소발자국물에 코박고 죽고싶은 때가 많았는데 이젠 양놈들이 더 희떱게 굴지 않나. 3류급 외교관나부랭이가 감히 대검찰청 검사부장더러 멍텅구리라고… 더럽군. 언제면 종된 신세 면해보겠는지…)

지금도 그 음충맞은 노불의 눈초리가 그냥 자기의 이마에 와박히는것 같아서 그의 상판에 맞받아 도전하듯 담배연기만 푸푸 쏘아댔다. 잠시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난 오성도는 굴속처럼 담배연기가 꽉 들어찬 방안의 공기갈이를 하기 위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리고는 전화통에 매달려 륙군정보국장방을 대라고 하였다.

인차 륙군정보국장이 나왔다.

《특별합동수사본부 본부장 오성도입니다. 신치호과장을 만났으면 합니다.》

《신치호과장은 보름전에 경무대쪽에 옮겨갔습니다.》

《알고있습니다. 공작상 련계가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특별합동수사본부에서 오성도가 찾는다는것을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오성도는 더 설명하지 않고 수화기를 놓았다. 륙군정보국장도 명색이지만 특별합동수사본부에 이름을 걸어놓고있었다. 특별합동수사본부의 권능에는 제한이 없었다. 리승만은 오성도에게 경무대에서 직접 만든 명함장을 수교하면서 필요하면 대통령도 소환하여 조사할수 있다, 당신들의 수사권에서 군대나 경찰이나 그 어떤 특수집단도 성역이 될수 없다고 선포하였다.

오성도는 수사본부에서 자기의 대리인으로 되여있는 서울경찰청 부청장 최운하를 찾았다.

《아, 본부장이시군. 총리관저로 가셨다던데 또 승진인가요?》

맨드라미같이 매끄러우면서도 조폭하기 그지없는 최운하는 그 광포한 기질과는 달리 계집애들처럼 앵앵거리는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일이 굼뜨다고 노불이 당신더러 멍텅구리라고 하더구만.》

《뭐요, 멍텅구리?!》

최운하가 밸이 뒤집혀진듯 악청으로 고아댔다.

《멍텅구리요. 하하… 그까짓 뭐 들어둡시다. 그 친구들에게 된장국 먹고 사는 멍텅구리들이 비게덩이 씹고 사는 그 〈똑똑이〉들보다 낫다는걸 보여주면 될게 아니요.》

《허, 그말 듣기 좋시다. 때가 왔소. 그〈똑똑이〉들이 혀를 빼물 때가 말이요.》

빈정거리듯 늘어붙는 말투가 전에없이 들떠있다.

오성도는 피뜩 예감이 들었다.

《무슨 감이 잡혔소?》

오성도는 귀가 번쩍 틔는것 같아 큰소리로 웨쳤다.

《잡혔소. 우리 곰보가 끝내 일을 쳤소.》

《곰보가?… 곰보가 무슨 일을 쳤다는거요? 곰보는 또 누구고?》

《놓쳤다던 계집애말이요. 거 일전에 리창순이라는 곰보가 강릉에 숨어있는걸 잡아왔다는 이야길 한적이 있지 않소. 지금까지 여라문놈 달려서 서울역전에 비끄러매두고있었는데 며칠전에 역개찰구에서 그 계집앨 끌어왔소. 계집애와 함께 분명히 정향의 주변인물로 추측되는 사람도 한놈 같이 끌어왔소. 그는 이미 전라도쪽에서 8. 15직후 공산당계 거물급인물로서 강습소 소장노릇하다가 사라진 인물인데 지난해에 우리에게 수사의뢰를 해왔던자요.》

《그렇다?… 공산당인가?》

《그렇다면 헛방이지요. 헌데 그자는 아무리 봐야 팔부짜리요. 그래서 쫓아보내자고 하오.》

《가만, 내 좀 만나보고… 거물급인물이라는게 팔부짜리라니… 좋소. 곧 그리로 가겠소. 까나리그물에 왕새우가 걸려들 때가 있단 말이요. 그 곰보에게 50만원을 표창하시오. 그 팔부도 대기시키시오.》

《알았습니다.》

오성도의 눈부리가 매섭게 번뜩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의기양양해서 사무실을 나섰다. 운전사를 찾다가 인차 나타나지 않자 제가 자동차를 몰고 종로에 있는 서울경찰청에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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