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아동단원 전기옥소년

  

참된 아동단원 전기옥소년

리 국 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1932년 여름 어느날, 우리 중대에 밀강경찰서에 근무하던 2명의 경찰이 찾아왔다.

당시 중대장이였던 나는 그들을 만나게 되였다.

나는 그들에게 유격대에 찾아오게 된 사유를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경찰들은 나의 묻는 말에는 대답할 생각도 하지 않고 땀이 배여 얼룩이 진 한장의 편지를 품속에서 꺼내놓는것이였다.

편지는 훈춘현 아동단원이였던 14살의 전기옥소년이 써보내온것이였다.

연필로 짤막하게 쓴 편지에는 2명의 경찰이 자기의 생명을 구원해주었다는것과 자세한 내용은 그들은 통하여 알아보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난 나는 전기옥소년이 어떻게 되여 경찰서에 체포되였다가 그들에 의하여 구원되였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고싶어서 그들에게 다가앉으며 사건의 전말을 묻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러한 내용을 알게 되였다.

훈춘현위에서는 왕청현위에 보내야 할 중요한 통신쪽지를 놓고 여러가지 토론이 진행되였다.

어떤 동무들은 훈춘에서 왕청까지는 200여리나 되는 먼길이므로 청년들이 가지고가야 한다고 하였고 또 어떤 동무들은 의심을 덜 받기 위해서는 나이가 많은 축들이 가는게 좋겠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먼길에 로인들을 보낼수도 없었고 더구나 청년들은 떠나기 곤난하였다.

당시 적들은 길로 다니는 청년들을 보기만 하면 붙잡아다 고문하고 조금만 의심되면 닥치는대로 학살하군 하였다.

오랜 토론끝에 조직에서는 아동단원중에서 전기옥소년을 선발하여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이 임무를 받은 전기옥소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통신쪽지를 나무회초리에 넣어가지고 길을 떠났다.

기옥소년은 앞뒤를 조심히 살피면서 길을 걷다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사람이나 군대들이 지나갈 때면 나무회초리로 풀잎도 치고 멀리 쥐여뿌리고는 쫓아가서 다시 잡아가지고 가군 하였다.

걸음을 다그쳐 밀강에 도착한 기옥소년은 시내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밀강시가의 앞으로는 푸른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흐르고있었고 뒤에는 깎아지른듯 한 절벽이 소년의 앞길을 막아나섰다. 기옥소년은 부득이 경찰서가 자리잡고있는 거리복판을 통과하여야만 하였다.

그는 회초리를 꽁무니에 차고 시내근처에 높이 솟은 나무에 톺아올라 마을동정을 살폈다.

그가 떠나기 전에 현위에서 말하던대로 놈들의 경계가 여간 심하지 않았다. 시내입구에는 총을 멘 경찰놈이 서슬이 퍼래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검색하고있었다.

(어떻게 하면 무사히 빠질수 있을가.)

이런 생각에 잠겼던 기옥소년은 산옆에서 풀을 뜯고있는 돼지떼를 발견하였다.

(옳지, 돼지를 몰고 지나가자. 그러면 경찰놈은 나를 이 동네에 사는 아이로 알거야...)

기옥소년은 얼른 나무회초리에 끈을 매여 《돼지몰이군》아이로 가장하고 돼지 1마리를 몰고 거리에 들어섰다.

경찰놈이 있는 곳에 가까이 접근한 기옥소년은 점점 더 목청을 돋구어 《뚸. 뚸》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그놈은 기옥소년을 마을에 사는 《돼지몰이군》아이로 알았던지 하품을 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됐구나.)

보초소를 통과한 기옥소년이 이마의 땀을 문지르며 가벼운 숨을 내쉬고있을 때였다.

돼지를 몰고가는 기옥소년을 유심히 바라보고있던 한 로파가 다급히 그의 뒤를 따르는것이였다.

일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짐작한 기옥소년은 태연해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걸음을 다그쳤다.

그러자 이 로파는 《거기 서라. 왜 남의 돼지를 몰고가. 응, 이놈.》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것이였다.

이 소리를 듣고 반쯤 졸고있던 경찰놈이 달려와 기옥소년의 뒤덜미를 움켜잡았다.

기옥소년은 그놈의 손아귀에서 빠져 뛰고싶은 생각이 불쑥 치밀었으나 언제 어데서나 어떤 일에 부닥쳐도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당부하던 현위책임자의 말이 떠올라 마음을 고쳐먹고 우정 땅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내여 우는체 하였다.

《이 도적놈의 자식아, 일어섯.》

기옥소년은 예견했던대로 경찰놈이 자기를 순수 《도적놈》으로 인정하는것을 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생각하면서 경찰서에 끌려갔다.

기옥소년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음침한 방안에 반나절이상 갇혀있을 때였다.

그가 있는 방으로 중국인 위만경찰 2명이 걸어오고있었다.

그들은 서로 일본놈인 경찰서장에 대한 불만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걸어오더니 방안에 들어와서 긴 한숨을 몰아쉬는것이였다. 그들의 행동은 얼핏 보기에도 그 어떤 불만이 가득차있는것이 분명하였다.

그들은 기옥소년에게 어데서 왔으며 나이는 몇살인가, 부모는 있는가 하는것을 묻고 왜 남의 돼지를 훔치려 했는가고 하면서 한참동안 소리도 치고 위협도 하더니 나가버렸다.

다른 방에 도사리고앉아 심문결과를 기다리고있던 서장놈은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는 이들의 보고를 듣자 《그애가 그래 돼지<도적놈>으로만 보여. 이 바보같은 녀석들아.》하고 호통을 치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어안이 벙벙해 서있는 경찰들을 쏘아보면서 기옥소년에게서 반드시 사소한 단서라도 잡아내라는것이였다.

경찰들은 다시 기옥소년이 갇혀있는 방에 와서 그를 심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화김에 기옥소년을 때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후에도 수차 다른 경찰놈들이 교대하여 들어와 기옥소년을 얼려도 보고 고문도 하였으나 그들도 역시 모두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그날밤, 기옥소년은 지친 몸을 끌며 철창을 잡고 일어섰다.

철창에 비낀 달을 바라보며 기옥소년은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일이 있든지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놈들을 감쪽같이 속여넘기고 빠져나갈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있던 기옥소년은 갑자기 들려오는 요란한 구두발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서장놈은 경찰들이 기옥소년에게서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게 되자 자기가 직접 그를 심문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있는 방으로 찾아왔던것이다.

방에 들어선 서장놈은 기옥소년의 상처를 만져보면서 몹시 아프겠다고 《걱정》하는체 하였다. 그리고는 기옥소년을 앞세우고 자기 방으로 갔다.

서장놈은 기옥소년을 마주하고 앉더니 책상우에 덮어놓은 종이장을 벗기는것이였다.

책상우에는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들과 과자가 놓여있었다.

벌써 여러 끼니를 굶으면서 모진 고문을 받아온 기옥소년은 음식을 보는 순간 창자가 뒤집히는것만 같았다.

《자, 먹으면서 잘 생각해봐라. 솔직하게 대답만 하면 좋은 옷도 해주고 학교에도 보내주겠다. 그러나 바른대로 대답하지 않을 때에는 용서치 않고 총살할테다.》

이것이 놈들의 속임수라는것을 잘 알고있는 기옥소년은 입을 꽉 다문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며칠간 이렇게 기옥소년을 달래도 보고 위협도 하여보았으나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서장놈은 화가 치밀어 기옥소년을 사정없이 때리고 구두발로 차면서 비밀을 대라고 으르렁거렸다.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미리부터 각오하였던 기옥소년은 오직 《모른다.》는 한마디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기옥소년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고 퍼렇게 멍이 졌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의 신음소리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기옥소년이 쓰러진채 꼼짝도 안하자 등이 달아오른 서장놈은 우리안에 든 승냥이처럼 방안을 뺑뺑 돌아가더니 갑자기 무엇을 생각했는지 책상우에 놓여있는 두릅나무회초리를 집어들고 유심히 보는것이였다.

그러다가 손칼을 꺼내여 절반을 쪼개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여 두릅나무회초리속에 든 통신쪽지가 발견되였다. 서장놈은 기옥소년을 비밀통신원이라 확정하고 어데서 누가 주어서 가지고 왔으며 어데로 가져가는것인가고 하면서 더욱 악착하게 고문을 들이댔다.

그러나 기옥소년은 길가에서 얻은것이라고 하면서 조직의 비밀을 끝까지 고수하리라는 굳은 마음으로 이 모든 고통을 꿋꿋이 참고 견디였다.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모진 고문을 3일간 계속한 서장놈은 기옥소년을 총살할것을 명령하였다.

기옥소년은 2명의 위만경찰에게 끌리여 사형장에 나가게 되였다.

기옥소년은 갈기갈기 찢어진 옷에 피투성이가 된 몸이였지만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히 걸어나갔다.

포승줄에 묶이여 사형장으로 가면서 너무나 태연하고 떳떳한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은 원쑤들에 대한 증오로 하여 치를 떨며 눈물을 흘렸다.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구나.)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 기옥소년의 가슴은 터질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조국땅을 빼앗고 지금은 머나먼 이국땅에까지 쫓아와 부모형제들을 마소처럼 학대하고 마음대로 학살하는 철천지원쑤 일제놈들을 자기의 손으로 족치지 못하고 죽는것이 분하고 억울하였다.

기옥소년을 산중턱에까지 끌고 올라간 중국인경찰들은 그를 나무밑에 세웠다. 그리고 멀찍이 마주서더니 철컥 하고 탄알을 재웠다.

기옥소년은 증오에 찬 눈으로 경찰들의 거동을 쏘아보며 서있었다.

기옥소년에게는 자기들의 원쑤가 일제놈들이라는것을 모르고 악독한 일제의 앞잡이가 되여 인민들에게 용서 못할 죄를 짓고있는 이 젊은 2명의 중국인경찰이 한없이 가증스러웠다.

경찰들은 천천히 총신을 올리더니 총구를 기옥소년에게로 향하여 겨누었다.

바로 이때였다.

지금까지 한마디의 말도 없이 굳게 닫혀있던 기옥소년의 입에서 불같이 뜨거운 웨침이 튕겨나왔다.

《가만, 할 말이 있다.》

2명의 경찰은 무슨 비밀이나 말할줄 알았던지 기옥소년의 앞으로 다가섰다.

《뭐... 뭐냐?... 어서 말해.》

《나를 죽이는데 총을 쏘지 말고 총창으로 찔러달라.》

어떤 비밀이나 말할줄 알고 다가섰던 경찰들은 기옥소년의 이 말에 의아쩍다는듯이 한참이나 서로 마주보았다. 경찰들을 뚫어지게 쏘아보고 섰던 기옥소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죽는다. 만약 당신들이 나를 단방에 쏘아눕힌다 해도 탄알 2알이 없어진다.

그러나 우리 유격대에서는 탄알이 부족해서 일제놈들을 더 많이 잡지 못하고있다.

그러니 나를 총창으로 죽이고 그 탄알을 우리 유격대에 보내달라. 일제놈들은 우리 조선사람의 원쑤이고 당신들, 중국사람의 원쑤다. 할 말을 이것뿐이다.》

기옥소년의 이 불같은 말을 듣고있던 경찰들은 아무말없이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얼굴만 지켜볼뿐이였다.

이 용감한 소년의 행동, 비록 어린 몸이지만 나라를 찾기 위해 끝까지 혁명에 충실한 소년의 불타는 애국심, 마침내 어린 아동단원의 불굴의 투지앞에 그만 경찰들은 고개를 숙이고말았다.

비록 살아가기 위해 일제놈들앞에서 굽신거리기는 하지만 그들의 가슴속 한구석에는 민족적량심이 남아있었던것이다.

그들은 와락 달려들어 기옥소년을 그러안았다.

《너를 죽이자는 우리가 어리석었다.》

그들은 목메인 소리로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들도 원쑤 일제놈들과 싸우기 위해 유격대에 같이 갈것을 간절히 요구해나섰다. 그러면서 빨리 몸을 피하자고 서둘렀다.

그러나 기옥소년은 조직이 준 중요한 혁명임무를 수행하지 못한채 그냥 돌아갈수 없었다.

《당신들은 유격대에 가세요. 나는 지금 이대로 여기서 떠날수 없어요. 난 통신쪽지를 전달해야 해요.》

구사일생으로 죽음을 모면한 순간에도 자기 몸을 빨리 피할 대신에 혁명임무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끝까지 수행하려는 기옥소년의 높고 뜨거운 의지앞에 그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가 가지고가던 통신쪽지를 서장놈의 손에서 빼내오겠는가를 의논하였다.

심중한 토론끝에 그들은 사형장에서 2방의 총소리를 내고 그중 한사람이 급히 서장실에 뛰여들어갔다. 숨이 턱에 닿아 뛰여들어오는 경찰을 바라보던 서장놈을 기옥소년을 총살했는가고 물었다.

《예, 총살했습니다. 그런데 서장님, 큰일났습니다. ...

경찰은 계속 가쁜숨을 몰아쉬며 사형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자동차에 치워 중상을 당한 서장의 아들을 의원에게 맡기고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쯤은 숨이 졌을것 같다고 덧붙여 꾸며댔다.

서장놈은 경찰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 전에 모자도 쓰지 않고 병원쪽으로 뛰여나갔다.

그틈에 경찰은 서장놈의 서랍에서 통신쪽지를 꺼내가지고 기옥소년이 있는 산속으로 뛰여왔다.

통신쪽지를 품속깊이 간직한 기옥소년은 자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련락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유격대에 보내는 편지를 써주고 길을 대주었다.

그리하여 기옥소년은 삼엄한 밀강을 빠져 왕청으로 떠나갔고 경찰들은 총을 가지고 당시 내가 있던 유격대에 찾아왔던것이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기옥소년의 혁명임무에 대한 충실성과 용감한 행동에 대하여 몇번이고 감탄하여 말하였다.

련락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기옥소년은 그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끄시는 항일유격대에 입대하여 원쑤들과 용감히 싸우다가 1934년에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품속에서 자라난 참된 아동단원 전기옥소년을 회상하는 이 시각에도 나의 귀에는 총창으로 나를 찌르고 나를 쏠 탄알을 우리 유격대에 보내달라고 한 그의 불보다 뜨거운 심장의 웨침소리가 쟁쟁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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