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지켜

 

 

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지켜

(최춘국동지를 회상하여)

 

                                                     김  병  식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이 구호는 우리 인민과 인민군장병들의 심장의 구호이다. 이 글발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간고하였던 항일무장투쟁시기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보위한 수많은 혁명동지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그때 련대지휘관이였던 최춘국동지가 늘 대원들에게 이야기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김일성장군님께서 계시는 사령부는 조선혁명의 심장이요. 우리 인민의 념원을 실현하려면 이 심장을 목숨으로 보위해야 하오.》

굶주린 배를 그러안고 힘겹게 쳐든 망치를 내리치는 로동자들의 념원, 한평생을 일제와 지주놈들에게 얽매여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신음하는 농민들의 념원, 민족적멸시와 굴욕속에서 각성한 지식인들의 념원, 근로하는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념원을 한몸에 지니신 위대한 수령님의 령도를 떠나서야 항일무장투쟁과 조선혁명을 어찌 생각할수 있었겠는가. 그러기에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이루어진 우리 당의 혁명전통가운데서 가장 중요한것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보위한 혁명정신인것이다.

사령관동지를 내가 처음 만나뵈옵게 된것은 1938년 11월 그이께서 소집하신 력사적인 남패자회의때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남패자회의에서 당시 조성된 혁명정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시고 조선혁명을 계속 앙양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전술적방침을 제시하시였다.

그때 최춘국동지의 련락병이였던 나는 회의에서 토의된 구체적인 내용은 알수 없었다. 우리 련락병들은 회의장밖에서 서로 낯을 익히며 경비임무와 련락임무를 수행하였던것이다.

회의가 끝나자 사령관동지께서 친솔하신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조국으로 향하여 떠났고 다른 각 부대들도 그이께서 제시하신 방침에 따라 주력부대의 활동지대를 중심으로 각기 해당 지역을 향하여 행군을 시작하였다.

그때 내가 속한 부대 동무들은 사령관동지의 친솔하에 조국으로 향한 동무들을 얼마나 부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우리 부대는 화전쪽으로 강행군을 하게 되였다.

나는 어려운 행군을 계속하면서도 줄곧 사령관동지를 생각하였다.

어떤 때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사령관동지와 주력부대동무들에 대한 생각에 잠기군 하였다.

앞에서 걷던 최춘국동지가 이따금 나를 돌아다보고는 말없이 혼자 웃군 한것으로 보아 그도 나의 이 마음을 알아차린것 같았다.

그는 나의 배낭을 벗으라고 하여 한쪽 어깨에 걸치더니 《병식동무, 사령관동지를 생각하는것 같구만.》라고 말하였다.

나는 그렇다고 인차 대답하려다 말고 머리를 숙인채 걸어갔다.

최춘국동지는 내가 남패자에서 사령관동지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쓴 사실을 알고있었기때문에 내가 아직도 그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최춘국동지는 나를 정겨운 눈길로 바라보고나서 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병식동무, 나도 사령관동지를 따라 조국으로 진군하고싶은 마음이 간절하오.

그렇다고 모든 동무들이 다 사령관동지께서 가신 곳으로만 간다면 사령부가 어렵게 될것이요. 그렇지 않아도 일제놈들은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노리고 날뛰는데 모든 부대들이 다 사령관동지만 따라간다면 그때에는 수십만에 달하는 적들이 몽땅 한곳으로 쏠리게 될게 아니요. 그러면 사령부가 얼마나 위험한 형편에 놓이게 되겠소.

그래서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의 각 부대들이 사방에서 사령부를 튼튼히 보위하기 위해 이렇게 각기 분담된 지역으로 떠나게 된거요. 그러니 우리의 임무가 얼마나 무겁소.

우리 부대는 사령관동지의 명령에 따라 화전일대에서 적을 막게 되오.》

나는 이때에야 우리 부대가 얼마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가를 알게 되였으며 사령관동지를 따라가지 못한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새로운 결심을 다지게 되였다.

우리 부대는 화전현의 송화강일대로 행군하다가 희성천시가에 300여명의 《토벌대》놈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이 정보를 받은 최춘국동지는 정찰병들을 파견하여 적들의 배치정형과 무력상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한 다음 놈들을 소멸할것을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화전일대에 있는 적들이 사령부쪽으로 쏠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일대 섬멸전을 벌리게 된것은 남패자회의가 있은지 보름밖에 안되는 1938년 12월 10일이였다.

최춘국동지는 밀림속에서 전투준비를 갖추고있는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처럼 나이어린 한 대원에게 물었다.

《동무는 이번 전투가 어떤 의의를 가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하오?》

《사령부의 안전을 보위하며 〈대섬멸전〉을 기도하는 적에게 대섬멸전으로 대답하라는 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옳소. 그럼 오늘밤 전투에서 동무가 명심하고 행동하려는 문제는 무엇이요?》

그는 자기의 상급인 분대장동무의 명령이라고 대답하였다.

《옳소, 상급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오. 명령을 떠나서는 대원들의 전투행동을 생각할수 없소.》

최춘국동지는 우리가 주동적인 싸움을 벌리게 될 때면 언제나 이렇게 대원들의 전투준비와 정신상태를 알아본 다음에야 명령을 내리군 하였다. 그러기에 대원들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전투정황속에서도 확신성있게 행동하였으며 대담성과 희생성을 발휘하여 맡겨진 전투임무를 훌륭히 집행하군 하였던것이다.

희성천전투도 이와 같이 대원들의 준비가 철저히 갖추어진 다음에 시작되였다. 그러므로 전투의 승리는 싸움이 벌어지는 첫 순간에 벌써 결정된것이나 다름없었다.

밤 11시경 최춘국동지의 공격명령과 함께 사다리를 놓고 성을 넘어들어간 습격조원들은 우리의 기본주력이 성문에 이르기 전에 보초를 감쪽같이 처단하고 문을 열어제꼈다. 그리하여 우리의 주력은 거침없이 성안에 돌입하여 순식간에 100여명의 적을 쓸어눕히고 100여명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되자 뒤문쪽에 나가있던 적들은 북쪽 산등으로 꽁무니를 빼며 발악하려고 하였으나 그놈들마저 방어대동무들에 의해 전멸되고말았다.

이 싸움에서 우리는 한사람의 부상자도 내지 않고 3정의 경기관총을 비롯하여 수백정의 무기를 빼앗았다.

이것은 큰 승리였다.

이 전투는 적들이 사령부쪽으로 쏠리지 못하게 하며 사령관동지의 전략적방침에 의하여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적들의 소위 《대섬멸전》을 놈들에 대한 아군의 대소탕전으로 전환시킨 전투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컸다.

전투후 부대가 철수할 때 대원들의 기세는 대단히 높았다.

최춘국동지는 우리에게 포로한 위만군장교를 맡기며 숙영지까지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여간 심각하지 않았다.

최춘국동지와 함께 오래동안 싸운 대원들도 그가 이처럼 심각한 얼굴표정을 지은 때는 없었다고들 말하였다.

그날 밤 우리는 약 20리쯤 행군하여 밀림속에 자리를 잡고 숙영하게 되였다.

밀림속의 어둠을 가시며 여기저기서 우등불이 타올랐다.

그 우등불두리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원들의 얼굴은 더욱 환해보였다.

그러나 련대지휘부의 우등불곁에서 위만군장교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최춘국동지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였다.

내가 다른 곳에 우등불을 또 피워놓자 그는 나에게 중대장들과 정치지도원들을 속히 불러오라는 지시를 주었다.

련락을 받은 각 중대의 중대장들과 정치지도원들이 이미 그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것을 알아차렸던지 급히 지휘부로 달려왔다.

회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되였다.

모든 지휘관들이 숨을 죽이고 최춘국동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얼굴에도 긴장한 빛이 어려있었다.

《동무들, 적들은 벌써 사령부가 조국으로 진군한다는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놈들은 관동군 주력사단들과 15개의 위만군 려단들을 동원하였습니다.

지금 정보에 의하면 적들의 이 대병력이 사령관동지께서 주력부대를 거느리시고 조국으로 향한 백두산일대로 쏠리고있습니다. 우리가 어제밤에 소멸한 희성천의 적들도 수일후이면 장백으로 떠나게 되여있었다고 합니다.

동무들, 목숨을 걸고 사령부를 보위합시다.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조선혁명의 사령부는 우리 인민의 심장이며 모든 희망의 등대입니다.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에게 있어서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하는것보다 더 중요한 임무는 없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위기를 겪고있는 조선혁명을 계속 앙양시키며 인민들에게 반일투쟁의 불씨를 더 세차게 안겨주시기 위해 조국으로 떠나셨습니다.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령부로 쏠리는 적을 족쳐버립시다.》

최춘국동지를 비롯한 련대지휘관들의 얼굴은 새로운 결의에 충만되여있었다.

이리하여 조국진군의 길에 오른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노리고 장춘, 길림 등지에서 모여드는 일제관동군과 위만군들을 백두산서북지대에서 소멸하기 위한 결사전이 벌어지게 되였다.

날이 밝자 우리 부대의 전체 대원들과 지휘관들은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보위하자는 오직 그 하나의 결의를 안고 적에 대한 섬멸전의 길에 나섰다.

눈은 허리를 넘어 가슴을 쳤으나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였다. 우리는 위험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전진하고 또 전진하였다.

우리는 이르는 곳마다에서 일대 섬멸전을 벌리군 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어떤 강적과 맞서서 싸운다해도 무서울것이 없었다.

사령부의 안전만 보장될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대의 전체 대원들과 지휘관들은 몸이 그대로 육탄이 되여 무자비하게 적진을 들이쳤다.

때로는 대낮에도 적들의 소굴로 육박해들어갔다. 한번은 다른 부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200여명의 적들이 있는 푸르허를 들이친 일까지 있었다.

한총령, 정안툰, 훙쓰라즈 등 우리는 적들이 있는 곳이면 그 어디건 공격하여 적들을 쳐부셨다.

그리하여 남패자회의후 첫 두달동안에 우리 부대에서만도 3,000여명의 적을 소멸하고 10여정의 경기관총과 수천정의 보병총을 로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하기 위한 결사전은 계속되였다.

엄혹한 추위가 조금 풀리고 양지쪽의 눈이 녹을무렵 어느날 우리 부대는 나루훈쪽에서 달려오는 1,500여명의 적들과 매우 불리한 지형에서 맞다들게 되였다.

적들은 력량도 우리보다 엄청나게 많은데다 유리한 지형을 차지했기때문에 싸움은 첫 순간부터 매우 격렬해졌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싸움을 지휘하던 최춘국동지가 그만 중상을 당하게 되였다.

적탄이 그의 다리뼈를 부스러뜨려놓았던것이다.

우리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후송하려고 담가에 눕혔다.

그렇지만 그는 전투장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정황은 점점 더 우리에게 불리해졌다.

수적우세를 믿고 덤벼드는 적들은 있는 화력을 다 퍼부으며 악착스럽게 달려들었던것이다.

우리는 담가를 들려고 했으나 그의 엄한 꾸짖음으로 하여 인차 담가를 놓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나와 다른 한 동무에게 중대들에 전할 긴급한 전투명령을 주었다.

그리고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우리들을 꾸짖으며 독촉하였다.

《빨리 가오. 시간이 없소. 동무들이 꾸물거리면 적들을 놓쳐버리고마오.》

《정치위원동지, 출혈이 심합니다.》

《일없소. 내 심장은 멎지 않소.》

빨리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최춘국동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옆에서 싸우는 중대로 나는듯이 달려갔다.

적탄이 나의 앞뒤에서 우박치듯 하였지만 나는 그런것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정황이 더욱 불리해질뿐만아니라 최춘국동지의 생명도 위험할수 있었던것이다.

나는 적을 우회하여 옆으로 치라는 명령을 중대장에게 전달하기 바쁘게 되돌아섰다. 물론 최춘국동지가 중상을 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최춘국동지도 자기가 부상당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런 말을 하면 대원들에게 큰 정신적타격을 줄것 같았던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최춘국동지가 누워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련대지휘관들이 그에게서 책망을 듣고있었다. 나는 전말을 듣지 않고도 그들이 최춘국동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다 꾸지람을 듣는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최춘국동지는 담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고 전투장을 살피며 그들을 설복하였다.

《동무들, 나를 후송할 생각을 하지 말고 적을 칠 생각을 하오. 만일 우리가 이 적을 치지 않는다면 놈들은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쏠리게 되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사령부는 수많은 적과 혈전을 벌리며 전진하고있을거요.

그런데 부상을 당했다고 어떻게 싸움터를 떠나겠소.

모두 혁명의 사령부를 생각합시다. 우리 련대가 모두 희생되는 한이 있어도 적들을 놓쳐서는 안되오. 빨리 자기 위치로 가오.》

련대지휘관들은 자리를 뜨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 련락병들도 더는 최춘국동지를 후송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는 우리가 담가를 들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련락임무를 주었던것이다.

더구나 딱한것은 전투가 차츰 더 격렬해짐에 따라 그를 담가우에도 눕혀놓을수 없게 된 그것이였다. 그는 우리 련락병들이 중대에 련락을 갔다가 돌아오기 바쁘게 또 새로운 임무를 주고는 담가에서 내려 뼈가 부서진 다리를 끌고 결사전이 벌어지는 싸움터로 한치한치 기여나오군 하였다.

그러니 중상당한 최춘국동지를 담가우에도 눕혀놓지 못하고 중대들에 련락다녀야만 하였던 우리 련락병들의 마음이야 어떠하였겠는가. 나중에는 너무 안타깝던 나머지 우리의 목소리마저 잦아들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기에 내가 2~3번 달려간 중대의 지휘성원들은 련대지휘부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것을 눈치채고 지꿎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더는 속일수 없어 중상을 당한 최춘국동지가 담가우에도 누워있지 않고 계속 전투를 지휘한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이 사실은 순식간에 대원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였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락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 어떠한 희생을 내더라도 적을 모조리 족치고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해야만 사령관동지의 충직한 전사인 최춘국동지의 생명도 구원할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적개심으로 불타는 대원들은 보다 과감한 반격전을 벌리였다. 이미 최춘국동지의 능숙한 전투지휘로 어려운 정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있던 때이므로 우리들은 불리한 전투정황을 더욱 유리하게 전변시켰다.

바로 이러한 때 옆으로 은밀히 우회하여 들어간 중대에서 불의에 적지휘부를 족쳐대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전투의 승리는 결정된셈이였다.

우리 련락병들은 이제야 최춘국동지를 병원에 후송할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급히 달려가 담가를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도 그를 후송하지 못하였다.

《담가를 돌리오.

잘못하면 우리 동무들이 피를 흘리며 잡아놓은 적들을 다 놓쳐버릴수 있소.

빨리 담가를 돌리오.》

우리는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격렬한 추격전이 벌어지는 전투장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최춘국동지는 흔들거리는 담가에 누워서 우리들이 벗어 덮어준 외투를 등에 고이고 전투장을 살폈다.

그의 상처에서는 지혈을 잘못시켰는지 계속 피가 흘러 우리들이 걸어가는 발자국우에 점점이 떨어졌다.

나는 그 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나의 몸에서 살점이 떨어지는듯 한 아픔과 고통을 느꼈다.

최춘국동지는 우리들의 이 심정을 알아차렸던지 전투마당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등판에 담가를 내려놓으라고 하더니 또 련락임무를 주었다.

《한놈도 살려보내지 말고 모조리 격멸하라고 전하오.》

마침 이때 련대지휘관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담가를 들고 탄알이 비발치는 전투장으로 나왔다고 우리 련락병 두사람을 몹시 책망하였다.

그렇지만 그 책망이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최춘국동지를 급히 후방병원으로 후송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였다.

허나 그들도 최춘국동지를 후송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나는 절대로 죽지 않소. 왜 다 잡아놓은 적을 앞에 두고 나한테로 왔소. 이런 행동이 어떤 후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봤소?》

최춘국동지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그들에게도 긴급한 전투명령을 주었다.

그들은 전투가 마감단계에 들어선 긴장한 때인지라 시간을 지체할수 없으므로 다만 우리 두 어린 련락병들을 노여움에 가까운 눈길로 바라보고는 추격전에 오른 대원들을 따라나갔다.

이날 전과는 대단하였다. 500여명에 달하는 적을 녹여냈던것이다.

우리는 이런 전과를 올리고도 최춘국동지를 후송하지 못하였다.

그는 부대를 떠나려고 하지 않았던것이다.

만일 그때 우리 부대가 사령관동지의 지휘밑에서 싸웠다면 그를 후송하는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였을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우리에게는 그가 부대책임자였던것만큼 그를 명령으로 움직일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 피 한방울이 남을 때까지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하려는 그의 의지를 그 누구도 꺾을수 없었던것이다.

이때부터 최춘국동지는 계속 담가를 타고다니며 부대의 전투를 지휘하게 되였다. 그러니 부서진 그의 다리뼈는 담가우에서, 전투속에서 붙게 되였다.

이런 간고한 결전의 나날에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를 노리고 악착스럽게 날뛰던 적들의 흉계는 여지없이 파탄되고말았다.

사령관동지의 충직한 전사인 최춘국동지를 단 며칠동안이라도 휴식시킬수 있은것은 사령관동지께서 어려운 고난의 행군을 끝마치시고 무산지구의 적을 들이쳤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그때 그 소식을 들은 최춘국동지는 얼마나 기뻤던지 나와 롱담을 하기까지 하였다.

참으로 무산지구전투소식은 우리에게 한없는 기쁨과 감격을 안겨주었다.

그 소식은 조선혁명의 사령부가 모진 시련의 풍파를 헤치고 조선인민을 새로운 투쟁에로 불러일으켰다는 환희의 종소리였으며 우리의 가슴속에서 혁명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심과 희망을 더욱 세차게 끓어번지게 한 승전의 북소리였다.

사실 무산지구전투승리는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전체 대원들과 지휘관들 그리고 국내의 혁명가들과 인민들의 가슴속에 무한한 기쁨과 용맹을 샘솟게 하였고 조국해방의 신념과 새로운 투쟁의욕을 북돋아주었다.

그후 우리 부대는 화전현 시베차도로매복전투, 송화강에서의 적화물선습격전투 등을 거쳐 안도쪽으로 이동하며 계속 적을 족쳤다.

최춘국동지는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기때문에 다리를 절면서 이 전투들을 지휘하였다.

더구나 시베차도로매복전투때 또 다리에 부상을 당했기때문에 걷기 여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얼굴에 주름살 한번 짓지 않았다.

나는 이 몇달동안의 전투들을 통해서도 최춘국동지가 발휘한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을 가슴깊이 느낄수 있었다.

나는 1938년 겨울부터 1939년 봄사이의 이 난국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탁월한 전략전술과 수령님에 대한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의 불같은 충실성에 의하여 타개되였다고 생각한다.

혁명에 몸바친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기 수령을 끝까지 믿고 따르려는 티없이 깨끗한 마음보다 더 억세고 무서운 힘이 어디 있겠는가.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고 한목숨 바친다해도 꺾이지 않는 힘 ㅡ 이것이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힘, 결사옹위정신인것이다.

우리 부대가 그후 안도현 오도양차부근에 이른것은 산과 골짜기가 록음으로 뒤덮인 1939년 여름이였다.

우리는 여기서 사령관동지를 또다시 만나뵈옵게 되였으니 그 기쁨과 감격을 그 무엇에 비길수 있었겠는가.

최춘국동지를 비롯하여 우리는 북받쳐오르는 감격을 이겨내지 못해 모두 눈물을 흘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최춘국동지의 손을 굳게 잡아주시며 어디 다친데는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최춘국동지는 그저 건강하다는 말만 하고는 더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온갖 고난을 다 겪으신 사령관동지께서 혁명의 충직한 전사인 최춘국동지가 헤치고 온 험난한 싸움의 길을 어찌 모르시며 그 길에서 겪은 정신육체적고통을 어찌 알지 못하시겠는가.

사령관동지께서는 우리가 헤쳐온 고난에 찬 로정을 헤아리시고 최춘국동지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면서 싸움을 많이 했다고, 나는 동무들이 몹시 힘겨운 전투와 행군을 이겨내리라고 믿었다고 말씀하시였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대원들을 믿음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사령관동지의 밝고 환하신 모습에는 전사들에 대한 한없이 깊고 뜨거운 사랑의 정이 어리여있었다.

몸소 대원들의 앞장에 서시여 사선을 뚫고 생눈길을 헤치시며 그 어려운 고난의 행군을 지휘하시면서도 남만과 동만, 멀리 북만일대에서 싸우는 대원들을 잊지 않으시고 믿음을 주신 사령관동지.

어린 대원들과 한홉의 미시가루를 나누어드시다가도 먼곳에서 싸우는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시여 끝내 종이숟가락을 놓으신 사령관동지.

우리 유격대원들에게 있어서 이처럼 따뜻이 사랑하여주시고 극진히 보살펴주시는 사령관동지를 어버이로 모시고있는것보다 더 큰 행복과 영예가 어디 있겠는가.

나뿐만아니라 모든 대원들의 마음은 억천만번 죽더라도 사령관동지께 한목숨바치며 그이께서 제시하신 조선혁명의 로선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결의로 불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곳에서 우리 부대의 대렬을 보충정비해주시고 부대를 조선인민혁명군 독립려단으로 재편성하여주시였다. 그리고 최춘국동지를 려단정치위원으로 임명하시였다.

조선인민혁명군 독립려단이 편성되던 뜻깊은 날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혁명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변되고있습니다. 일제가 제아무리 발악해도 망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계속 놈들을 족치면서 혁명적대사변을 맞이할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동무들은 모두 조국이 해방되면 국가사업을 떠메고나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학습을 해야 합니다.

혁명리론도 배우고 특히 조국광복회의 10대강령과 창립선언에 대한 학습을 잘해야 합니다. 거기에 조선혁명의 로선과 방침이 다 밝혀져있습니다.

동무들은 다 어려운 싸움에서 단련된 사람들이니 학습만 더 잘하면 무서울것이 없을것입니다. 전투를 하고 행군을 하면서도 배워야 합니다.

혁명적인 리론과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이 싸움도 더 잘합니다. 학습을 하는데 게으른 사람은 혁명투쟁에서도 게으른것입니다.

모두다 긴장하게 혁명적대사변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면서 계속 적과의 싸움에서 용감해야 합니다. 적을 찾아가서도 치고 끌어내다도 치면서 한놈의 적이라도 더 많이 잡기 위해 과감하고 기동령활하게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적들은 전률과 공포속에서 헤매다가 망하고맙니다.

그러나 절대로 모험주의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늘 말하지만 적을 백놈 잡고 우리 동무 한사람이 잘못되였다면 그것은 이긴 싸움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시오. 어떻게 혁명투쟁에서 단련된 우리 전우 한사람과 적 백놈을 바꿀수 있겠습니까! 적을 천놈 잡았다 해도 우리 동무들이 한사람도 다치지 않아야 그것이 진짜 이긴 싸움입니다. 언제나 적의 력량과 사상동태를 잘 따져보고 친다면 우리의 손실이 없이 많은 적을 잡을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로 소극성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혁명에 더 유해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여기저기서 더 적극적으로 일제를 쳐야 합니다. 큰것도 치고 작은것도 쳐서 일제놈들이 망할 때까지 계속 쳐야 합니다.

인민들의 투쟁기세도 일제놈들이 자꾸 녹아나는것을 보아야 더 높아집니다.

우리가 이렇게 투쟁을 계속 잘해야 혁명적대사변이 빨리 옵니다.

모두다 조국해방의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 용감하고 견결하게 싸웁시다.

사령관동지의 이 말씀을 들은 그날밤 우리는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벌써 앞으로 변화될 정세를 내다보시고 조국해방의 위대한 승리의 날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계시는것이였다.

대원들이 잠자는 시간을 잘 지키지 않을 때면 언제나 엄격히 타일러 자리에 눕히던 최춘국동지도 이날만은 대원들이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꾸짖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안도현 오도양차부근의 울창한 수림사이로 내다보이던 조국의 밤하늘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최춘국동지가 그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 말이 나의 기억속에 아직 그대로 남아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동무들도 오늘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들으며 조국개선의 날을 생각했을거요. 나도 그날을 생각했소.

우리가 그날을 위해 얼마나 험한 길을 걸어왔소. 참으로 눈보라속의 쪽잠마저 그리운 간고한 투쟁의 길이였소.

그런데 우리는 벌써 그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길에 들어서게 되였소.

생각해보오. 우리가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조국땅을 밟게 될 그날을 말이요. 우리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큰 희망과 영광이 어디 있겠소.

동무들, 오늘 사령관동지께서 하신 말씀을 명심하오. 우리가 이 말씀을 훌륭히 실천할 때만이 조국개선의 날을 앞당길수 있소.

날이 밝으면 우리는 새로운 투쟁의 길에 들어서게 되오. 그 투쟁과 함께 지금 저렇게 조국을 뒤덮은 어둠은 사라지고 우리 인민은 해방의 새 아침을 맞이할것이요.》

실로 최춘국동지는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조국으로 개선할 해방의 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우고 또 싸웠다.

최춘국동지가 지휘하는 우리 부대는 그후에도 헤아릴수 없이 많은 전투를 하였다. 린접부대들과 협동하여 한꺼번에 수백명의 적을 녹여낸 대장강전투와 요차전투를 비롯하여 우리 조국이 해방되던 그날까지의 전투들을 다 이야기하려면 끝이 없을것이다.

최춘국동지는 해방후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조국에 개선한 이후에도 그이의 높은 뜻을 받들고 민주조국건설과 특히 항일무장투쟁의 직접적계승자인 조선인민군건설에 자기의 모든 힘을 다 바쳤으며 미제의 무력침공을 격파하는 조국해방전쟁시기에는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워 빛나는 위훈을 세웠다.

실로 최춘국동지가 걸어온 혁명의 길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의 길이였으며 그이께서 밝혀주신 우리 조국의 오늘과 미래를 목숨으로 떠받들고 전진한 참된 혁명가의 자랑찬 투쟁의 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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