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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쇼뺑의 피아노곡연주에서
참고해야 할 몇가지 문제
백혜경
오늘 피아노연주가들이 연주하는 작품들중에서 도이췰란드 작곡가 베토벤과 뽈스까 작곡가 쇼뺑이 창작한 피아노곡들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할수 있다.
쇼뺑(1810-1849)의 창작활동의 기본분야가 피아노음악이였다면 베토벤(1770-1827)의 창작활동에서 피아노음악은 중요한 부분이였다.
그러나 고전주의음악의 마지막대표자인 베토벤과 랑만주의음악의 대표자인 쇼뺑의 피아노음악은 그야말로 대조적이다.
베토벤과 쇼뺑의 음악세계는 각각 유럽 피아노음악이 창조할수 있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대표한것이라고 할수 있는데 이들 이후시기의 유럽 피아노음악은 이 두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서로 결합시켜가는 가운데 발전하였다고 말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곡들중에서 후기의 작품(Op. 109, 110, 111)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 구조형식에서 일련의 특징을 가진다.
베토벤의 피아노곡들중에서 쏘나타형식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바 그 구조형식을 보면 기본조와 속조관계에 있는 두개의 대립적인 주제들이 출현하는 제시부, 그 주제들이 자유롭게 전개되는 발전부 그리고 재현부로 빈틈없이 째여져있는것이다. 이러한 구조형식을 떠난 베토벤음악이란 생각 할수 없다.
특히 발전부의 갈등과 긴장, 그 발전과 폭발, 해결로 이루어지는 재현부는 베토벤 피아노음악의 기본특징이라고 말할수 있다.
대립과 갈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음악형상의 예리하고 강한 극성은 베토벤자신의 성격적특질과 내면세계의 반영이기도 하다.
베토벤과 달리 쇼뺑은 피아노곡창작에서 구조형식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여러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그 부분들은 베토벤의 음악처럼 서로 대립과 긴장으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 대체로 수평관계에 있는 독립적인것이다.
베토벤이 조그마한 틈도 없는 완전한 설계도를 그린 다음 건축하듯이 작곡하는것과는 달리 쇼뺑은 모짜르트나 슈베르트와 같이 자기의 마음속에서 샘솟듯 솟아오르는 음악을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 《그려나가는》 작곡가였다.
언제인가 모짜르트가 자기는 《머리속에서 떠오르는것을 다만 종이우에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였듯이 쇼뺑의 음악도 그가 피아노앞에 앉기만 하면 손이 저절로 움직여져 만들어낸것 같이 보인다. 그만큼 쇼뺑의 음악은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그러므로 베토벤의 곡은 베토벤의 세계속에서, 쇼뺑의 곡은 쇼뺑의 세계속에서 해석하고 연주하여야 훌륭한 결과를 기대할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은 모든것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엄밀한 극적구성에 따라 계산되여있다고 말할수 있다.
어떤 한 부분이라고 하여도 그것은 이미 선행되였던 어느 한 부분에서 나온것이며 동시에 그것은 그 이후에 나오게 될 어느 한 부분의 선행부분으로 된다. 따라서 베토벤의 피아노음악을 연주할 때에는 반드시 매개 부분들의 련관관계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작곡가가 그려놓은 치밀한 음악적《설계도》를 잘 해석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쇼뺑의 피아노음악연주는 베토벤의 피아노음악연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쇼뺑의 피아노음악 그 자체가 작곡가의 감정정서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이루어져있는것으로 하여 베토벤의 피아노음악연주에서와 같이 부분과 부분과의 련관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나갈 필요가 없기때문이다. 쇼뺑이 의도적으로 타산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부분과 부분 사이의 련결과 종결부뿐일것이다. 이에 대해 잘 알고 쇼뺑의 피아노음악을 대하고 연주하여야 한다.
베토벤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타치를 비롯하여 다소 잘못 연주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하여도 항상 끝까지 연주하게 하고 곡 전체를 다 듣고난 다음에야 구체적인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이것은 베토벤에게 있어서 곡의 전체적인 구성이 세부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하였다는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치밀한 구성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나가는것이 베토벤이 의도한 바에서 벗어나지 않는 연주라고 할수 있으며 속도와 력도의 넓은 폭과 강렬한 리듬을 효과적으로 살려내면서 원전악보에 충실하는것이 베토벤의 피아노음악연주의 또 하나의 묘리라고 할수 있다.
한편 쇼뺑의 피아노곡들은 대부분이 시적이며 민속적인 정서가 차넘치는 작품들이다. 때문에 그의 피아노곡들을 잘 연주하기 위하여서는 다양한 음색변화나 력도적억양을 살리기 위한 섬세하고 표현적인 페달사용기법들을 능숙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템포 루바토는 쇼뺑의 피아노음악연주에서 나서는 중요한 연주수법의 하나이다. 쇼뺑의 피아노음악에서 템포 루바토가 자주 사용되고있는데 이것을 능동적으로 적용하지 못하면 그 매력을 살려냈다거나 감정효과를 충분히 불러일으켰다고 말할수 없다.
쇼뺑은 《선률이 템포 루바토로 연주될 때 반주리듬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바 있는데 이것은 지나치게 무절제한 표현은 깊이가 없는 천박성을 드러낼수 있다는 암시로 된다.
쇼뺑의 피아노작품은 비록 표제가 없다고 하여도 매우 표제적인 성격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그의 시적인 성격과도 결부시켜 볼수 있는데 쇼뺑특유의 음악세계가 바로 이에 기초하고있기때문이다.
베토벤과 쇼뺑의 피아노음악을 비교해보면 한가지 흥미있는것을 발견할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악기의 발전이 음악작품의 창작과 연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것이다. 두 작곡가의 피아노곡들을 통하여 그에 대하여 잘 알수 있다.
베토벤이 태여난지 40년후에 쇼뺑이 태여났는데 이 기간은 당시 《피아노》라는 악기의 발전과정에서 보면 피아노의 《초기형태》의 시기와 《완전히 발전된 형태》를 갖춘 시기라는 오랜 시간적차이를 가진다.
흔히 고전주의음악에서 커다란 역할을 논 모짜르트의 선률들이 과연 《피아노》라는 악기를 념두에 두고 작곡된것인가, 아닌가 하는것이 론의의 대상으로 되고있으나 베토벤은 명백히 피아노라는 악기를 알고있었고 실지로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이였다.
그러나 베토벤이 연주한 피아노는 쇼뺑이 연주한 피아노에 비해 볼 때 《초기형태》의 악기였다.
피아노의 발전력사를 놓고 보아도 명백하지만 피아노연주가들에게 있어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것은 베토벤의 피아노곡의 여기저기에서 충분한 련습으로도 잘 해결되지 않는 기교상의 문제들이 있는데 이것은 작곡가가 피아노의 발전이 아직 초기단계 즉 오늘과 같은 피아노로 되기 이전에 그러한 작품을 쓴것과 관련된다고 본다. 다시말하여 베토벤은 자기의 음악적감정을 나타내는 여러가지 악상들을 구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서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있다고 본 당시의 피아노를 리용한데 기인된다.
베토벤의 페달표시 역시 피아노의 발전과 련관되여있다.
베토벤의 원전악보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페달을 표시했는가를 알수 있다. 그는 당시 페달이 달린 피아노가 나오자 거기에 맞추어 꼼꼼히 페달표시를 붙였으며 자신의 음악이 피아노로 연주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페달처리를 하여야 하는가를 밝혀놓았다.
이와는 달리 쇼뺑은 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쇼뺑은 피아노가 완전히 발전하였을 때 작곡활동을 벌렸기때문에 피아노악기만으로도 작품창작을 할수 있었다. 그는 베토벤과 같이 엄격한 형식을 고수한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표현방식을 추구하였으며 왈쯔, 마주르까 등 다양한 무곡으로부터 뽈로네즈와 같은 행진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음악작품들을 피아노로 《노래》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피아노가 가지고있는 각이한 가능성들을 다 펼쳐보였으며 악기의 모든 기교를 개발리용하여 랑만주의피아노음악을 보다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였고 그 세계를 더욱 화려하고 풍만하게 장식하였다.
피아노연주가들은 쇼뺑의 피아노작품을 련습하는 과정에 그가 피아노를 얼마나 잘 알고 잘 다루었는가를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것은 쇼뺑의 곡에 아무리 어려운 기교가 내포되여있다고 하더라고 숙련만 잘한다면 그것을 자유롭게 터득할수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쇼뺑의 작품들을 보면 음악적지속의 수법으로 반복진행을 자주 쓰고있는데 이것은 베토벤의 피아노음악과 대조되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할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복진행은 크지 않은 규모의 선률적단편으로서 일정한 길이의 지속을 보장하는데 활용되며 이것은 이미 바로크시대의 기악곡들에서 많이 쓰인 수법이다. 감각적으로도 이것은 독특한 효과를 나타낸다는것을 부정할수 없다. 즉 반복하면서 기본소재에서 조금씩 벗어나기도 하여 자유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이 반복진행이 기본소재에서 어떻게 벗어나겠는가 하는 불안감도 준다.
쇼뺑의 음악작품들을 보면 반복진행으로 하여 대체로 그 연주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어보이지만 그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세계에 더 잘 심취되게 하려는 창작가의 의도적인 적용이라고 볼수 있다.
이러한 반복진행을 작곡가의 선률전개능력에 관한것이라고 본 하이든이나 모짜르트는 이러한 틀에 박힌 반복진행은 될수록 하지 않았다. 베토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쇼뺑이 모짜르트와 바흐는 존경하였지만 베토벤에 대하여서는 그다지 공감을 표시하지 않았다고는 하였지만 베토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볼수는 없다.
그러나 19세기의 작곡가들속에서 베토벤의 영향력은 상당하였다. 그의 음악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일부 작곡가들의 작품들에서도 베토벤의 수법들을 찾아볼수 있다.
한 음악리론가는 자기의 책에서 쇼뺑이 베토벤음악의 영향을 받은 실례로서 쇼뺑의 피아노련습곡 《혁명》의 종결부와 베토벤의 피아노쏘나타 Op .111의 제1악장 종결부를 들고있다. 또한 쇼뺑의 피아노련습곡 《혁명》과 베토벤의 피아노쏘나타 《열정》의 마지막악장과의 류사성도 지적하고있다. 아울러 그는 쇼뺑의 24개 전주곡에서 마지막 곡의 선률주제가 베토벤의 《열정》 제1악장의 주제와 류사하며 쇼뺑의 h-moll 스케르쪼의 주요주제의 전개부분에서 베토벤의 피아노쏘나타 cis-moll의 마지막 악장이 상기된다고도 하였다.
이렇게 놓고 보면 베토벤과 쇼뺑의 피아노음악은 음악형식이나 기법에 있어서 대조를 이루지만 그속에는 음악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에 의한 일정한 련관관계도 있다는것을 알수 있다.
피아노연주가들은 베토벤과 쇼뺑의 피아노음악에 대한 이러한 특성들을 잘 알고 연주실천에 적용해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수 있을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