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
교수 정봉석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에 관한 문제는 그의 음악에 대한 이여의 연구분야들과 함께 매우 중요한 문제점의 하나로 되고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를 옳게 해명하여야 윤이상음악의 음악사적지위와 역할을 옳게 밝혀낼수 있을뿐아니라 그 참다운 예술적가치를 정확히 파악할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를 옳게 해명하여야 참다운 인도주의, 높은 정치성문제까지도 훌륭히 표현할수 있게 한 윤이상음악언어의 독창성, 그 기법의 다양성 그리고 풍부한 형상적가능성을 보다 충분히 론증할수 있기때문이다.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에 관한 문제는 음악언어에 의한 해부학적분석을 비롯하여 여러 측면에서 연구될수 있으나 여기서는 주로 작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만 고찰하려고 한다.
인도주의는 본래 봉건사회가 붕괴되고 자본주의적관계가 발생하던 14~15세기에 봉건적인 신분적예속과 압박을 반대하며 개성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여 나온 사상조류로서 주로는 문화운동의 하나로 발생되고 형성되였다.
이딸리아에서 발생한 이 문화운동은 그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퍼져갔다. 운동자들은 중세기 교회-종교적세계관의 질곡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며 개성의 권리와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이 리념을 제창하였다. 18세기의 계몽기와 그 이후 인도주의는 크게 번성하였으나 《인간해방》, 《인격의 존중》은 참다운 의미에서의 사회적인 해결을 볼수 없었다.
원래 인도주의는 그 발생의 시초로부터 계급성을 띠고 나온것인것만큼 오늘날 인간이 인간됨을 지향하며 인간의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위한 투쟁은 제국주의와 독재자들을 반대하는 투쟁을 떠나서 실현될수 없으며 따라서 인도주의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인것과 결합되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이로부터 순수한 인도주의란 없으며 그것은 언제나 정치성과 밀접히 련관되여있다고 말하게 되는것이다. 윤이상의 창작과정과 그의 작품에 반영된 내용성은 이에 대한 뚜렷한 증거로 된다.
그러면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 정치성은 어떻게 표현되고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애국, 애족, 나라의 통일에 대한 열렬한 지향에서 표현되고있다.
작곡가 윤이상에게서 애국, 애족의 사상은 일찌기 유년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그것은 점차 그의 세계관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창작의 첫시기 국내에서 창작된 작품들은 제쳐놓고라도 유럽에서 새로운 《현대음악》기법으로 만든 1960년대초의 작품들만 보아도 관현악곡 《바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사》, 플류트와 피아노를 위한 《률》 등은 그 제목자체가 우리 나라의 고유한 말에서 온것으로서 거기에는 유구한 민족적전통, 민족정신을 표출하려는 작곡가의 숭고한 지향이 반영되여있다.
조국통일문제는 윤이상음악창작에서 언제나 중요한 주제의 하나로 되고있다. 조국통일주제야말로 윤이상음악창작에서의 높은 정치성의 발현분야이며 인도주의가 가장 격조높이 호소되는 주제령역이다.
갈라진 조국을 통일하는 문제는 자주와 예속, 민주와 반민주, 통일세력과 분렬세력사이의 투쟁이며 애국과 매국사이의 치렬한 정치투쟁이다. 민족의 분렬이 지속되고 겨레의 가슴속에서 분렬의 슬픔과 고통이 가셔지지 않는 한 민족의 자주권과 번영은 물론, 매개 사람들의 인권과 인간적가치, 그들의 자주적인 활동이 억제당할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인도주의도 실현될수 없다는것은 자명한 일이다.
통일주제는 이처럼 정치성과 인도주의가 밀접한 련관을 가지고 하나로 결합되여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 량자는 동등한 무게를 가지고 작용하는것이 아니라 통일주제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주제이며 그속에서 인도주의도 함께 구현되는것으로 보아야 할것이다.
오보에와 하프를 위한 2중협주곡(1977년)은 통일에로의 갈망과 외세에 의하여 강요된 분렬, 비인도주의적인 죄악에 대한 도덕적인 고발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이 2중협주곡은 그 시적, 환상적바탕을 우리 나라 민간설화 《견우직녀》에 두고있다. 견우의 도착을 알리는 금관악기군에서의 랑랑한 환화레, 애타게 기다리던 직녀의 흥분인듯 하프의 강렬한 아르페지오, 상봉의 기쁨을 속삭이는듯 한 사랑의 2중주와 헤여지지 않으면 안되는 슬픔을 노래한 리별의 2중주 등이 째인 구성속에서 설득력있게 서술된 이 작품을 어찌 단순히 설화에 기초한 환상적인 작품이라고만 볼수 있겠는가.
자연의 법칙조차도 한해에 한번은 헤여졌던 견우와 직녀의 상봉을 마련하여 주는데 어찌하여 우리 민족, 우리 겨레는 외세에 의하여 갈라진지 수십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가족, 친지들이 만나기는 고사하고 소식조차 모르며 지내고있단 말인가. 작곡가는 분명히 여기서 견우직녀의 설화를 통하여 민족분렬을 초래케 한 우둔하고 악의에 찬 제국주의적, 반인민적정치세력들을 비판하였던것이다.
통일주제작품은 1980년대 후반기에 와서 그 절정을 장식하였다.
1987년 10월에 평양에서 처음으로 연주된 교성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는 윤이상이 한 작곡가로서 자기 민족에게 바친 애국의 절절한 호소와 드팀없는 충정의 표시였다.
《이 땅은 나의 땅이며, 이 땅의 주인은 나의 민족이다. 이 땅은 아무도 침범할수 없고 이 땅에 사는 우리 민족은 갈라질수 없다. 우리 력사가 가르쳐준 쓰라린 교훈은 우리 민족에게 강렬한 자활의식을 준것이다.…
오직 통일을 이룩하여야만 민족의 단합, 자주와 평화, 행복과 슬기에 넘친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이룩할수 있다.》
이것이 교성곡의 기본사상이며 이 사상을 대합창과 독창, 중창, 관현악 등이 함께 어울려 강렬하게 절규하며 호소하고있는것이다.
실로 교성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는 윤이상작품에서 정치성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발현되고있는 작품으로서 거기에는 나라와 민족, 사회와 인간을 위하여 창작의 붓을 들어야 한다는 그의 세계관적 및 창작적신념이 뚜렷이 표시되고있다.
다음으로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 정치성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불행에 대한 동정, 비인간적인것에 대한 증오와 단죄, 고발 등에서 표현되고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이 인간됨을 긍정하고 그와 반대되는 비인간적인것을 증오하고 배제하는것은 인도주의 고유의 리념이며 본질적요구이다. 윤이상은 자신의 체험으로 이 리념을 더욱 굳게 간직하였으며 작품에 반영하였다.
오보에독주곡 《피리》(1971년)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남조선독재자의 마수에 걸려 옥중생활을 하던 자신의 지나온 체험세계를 그렸다. 몸은 비록 철창속에 갇히였어도 정신만은 그 누구도 가두어둘수 없으며 그 정신은 무한한 우주의 광활한 공간속에서 자유를 누릴수 있다는것이 작품의 기본사상적내용이다.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1981년)과 플류트, 하프,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노벨레테》, 오보에, 하프, 첼로를 위한 쏘나타 등 많은 작품들에서 작곡가는 슬픔과 절망속에서도 잃지 않는 앞날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표현하고있으며 아름답고 인간미에 찬 이야기속에서 행복과 평화를 념원하는 보통인간들의 꾸밈없는 정신세계를 펼쳐보이고있다.
나치스 히틀러에 의해 사형된 브레트 호쇼페르의 옥중수기에 기초하여 쓴 교성곡 《사선에서》(1975년) 그리고 196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넬리 작스의 3편의 시에 의한 쏘프라노와 실내합주를 위한 《밤이여 나뉘라》(1980년)는 그 원작이 작곡가 윤이상이 강요당한 지울수 없는 그 체험의 세계와 일치한것으로 하여 커다란 창작적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들은 나치스 히틀러의 폭정과 선량한 인간들의 희생에 대한 고통의 론고장이라고 할수 있다.
교향시곡 《광주여 영원히!》(1981년)는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이 가장 뚜렷하고 집중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다.
광주의 봉기자들에 대한 남조선통치배들의 대살륙만행은 력사에 그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최악의 인권유린이였으며 폭정과 부정의가 란무한 대참극이였다.
윤이상은 인간의 량심, 민족의 분노로 독재자들을 단죄하였으며 이 엄청난 동족대살륙만행을 세계의 량심에 고발하였다.
작곡가는 작품에서 인간의 고통과 희생에 대하여 인도주의적리념에서만 반영한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정치적의미가 더욱 뚜렷이 강조되고있는바 그것은 특히 셋째 부분 《재행진》에서 나타나고있다. 셋째 부분 《재행진》은 또다시 일떠선 봉기자들의 도도한 발걸음을 련상시키고있다. 독재자가 있는 한 제2, 제3의 광주가 다시 있을것이며 인민들은 단합된 힘으로 파쑈독재의 아성을 기어이 짓부시고야 말것이라는것을 음악적으로 명확히 보여주고있다. 이런 의미로 보아 교향시곡 《광주여 영원히!》는 높은 인도주의가 강렬한 정치성으로 승화되여 울리는 이른바 《정치적음악》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은 다음으로 반전, 반핵, 평화에 대한 지향에서 표현되고있다.
전쟁을 반대하고 핵참화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는것은 오늘날 잠시도 미룰수 없는 전 인류적인 과업이다. 작곡가 윤이상은 이 투쟁에서 현대 유럽음악계의 모든 창작가들의 선두에 서있다.
하프와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추상》(1979년)은 그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핵전쟁준비에 광분하는 현대제국주의 폭력세력들을 준렬히 공격하였으며 핵참화를 막고 인류사회를 파괴로부터 구원하기 위하여 모두가 일어나야 한다는것을 인류의 량심에 호소하였다.
작품에는 인류사회의 파괴에 대한 준엄한 경고와 파괴자들의 대두, 횡포자들앞에서 공포와 전률에 쌓여있는 인민들의 슬픔의 노래, 폭력자들의 파멸과 최후승리에 대한 희망 등이 높은 예술성으로 형상되여있다.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중에서 제2악장 《나비와 원자탄의 대화》(1983년) 역시 반핵, 평화에 대한 사상이 반영되여있다.
작품에서 인도주의리념은 나비와 원자폭탄의 대화를 통하여 나타나고있다. 여기서 나비는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상징하고있으며 폭탄은 오직 파괴만을 가져오는 핵무기를 의미하고있다. 나비를 상징한 바이올린은 받아안은 생을 즐겁고 천진하게 보내려하나 멀리서 다가온 원자폭탄의 위협에 놀래며, 애원하며 가엾은 노래를 부르며 멀리 날아간다. 원자폭탄을 상징하는 관현악은 무서운 폭발의 본성을 드러내며 바이올린과 경쟁하고있다. 멀리에서 다가오는 폭탄의 《발자욱소리》, 원자탄의 본성을 나타내는듯 한 관현악의 강한 음향들, 애원하는 나비에 대한 집요한 추적, 나비의 반항에 의하여 폭발되지 않은채 침묵하고있는 원자폭탄, 이 모든것을 바이올린과 관현악의 대화를 통하여 형상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윤이상음악에서 인도주의와 정치성은 그의 5개의 교향곡에서 원숙하고도 심오한 철학적깊이를 가지고 형상적으로 표현되고있다. 특히 교향곡 제1번은 지나온 그의 창작기법에 대한 총화일뿐아니라 예술성과 철학성의 깊이에서 선행한 창작의 총화라고도 할수 있을것이다.
윤이상은 교향곡 제1번에서 인류의 머리우에 들씌우려는 핵참화를 준엄하게 경고하고있으며 인류의 과거문화에 대한 추상에 오늘의 파괴자들의 란동을 대치시키면서 핵참화의 위험으로부터 인류의 구원을 예술형상적으로 강렬하게 호소하였다.
이상에서 윤이상음악에서 발현된 인도주의와 정치성문제를 몇편의 작품을 례들어 개괄하였다.
예로부터 이름있는 창작가들은 자기의 작품에 인간에 대한 사랑, 억압자들에 대한 증오, 자기 나라, 자기 민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구가한 시대의 선각자들이였다.
쇼뺑의 수많은 피아노소품들과 《혁명에츄드》, 리스트, 글린까, 림스끼-꼬르싸꼬브를 비롯한 수많은 이름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에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압제자들을 반대하는 창작가의 세계관적지향이 깊이 스며있다. 이와 함께 스메따나의 교향조곡 《나의 조국》, 시베리우스의 교향시곡 《횔란디아》와 같은 작품에서는 보다 더 정치적성격이 강하게 표출되고있다.
이것은 사회적존재로서의 인간은 정치와 무관계할수 없으며 따라서 작곡가는 이렇게나 저렇게나 자기의 도덕적 및 정치적견해를 작품에 반영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는것을 말해줄뿐아니라 고상한 사상성이 높은 예술성과 결합되였을 때만이 작품은 그 가치를 더욱 빛내인다는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다.
윤이상의 음악작품은 이 진리를 더욱 뚜렷이 증명하였다.
《작곡가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존엄있는 인간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세계 즉 인간의 고통, 압제, 빈궁과 부정의가 있는 세계에 순종하지 말아야 한다.
…
나는 고통과 아픔이 있는 곳, 부정의가 있는 곳에, 우리 시대 인간의 아픔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과 함께 생사를 나누고싶고 나의 음악을 통해 그들과 합류하고싶다.》
이 말은 작곡가 윤이상, 아니 인간 윤이상의 도덕적 및 사회정치적견해의 집중적표현이며 그의 창작의 전모를 파악하는데서 열쇠로 되는 격언적표현이다. (이 론문은 1988년 12월에 진행된 제 1 차 윤이상음악연구토론회에서 발표된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