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람스의 피아노곡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과 후가》Op. 24에 대하여
백혜경
도이췰란드 랑만주의음악의 대표적작곡가인 요한네스 브람스는 고전주의음악전통과 랑만주의음악의 표현적특성을 결합한 교향곡, 실내악, 피아노곡, 가곡 등 다양한 종류와 형식의 작품들을 수많이 창작한 재능있는 음악가이다.
어렸을 때부터 뛰여난 피아노연주기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브람스는 창작에서 고전음악의 전통적인 형식과 구성원리를 중시하면서 웅장함이나 화려함보다는 높은 기교와 활달한 정서, 내적인 음악적일관성을 지향하였다.
그의 이러한 창작태도와 구상이 잘 반영되여있는 작품의 하나로 1861년에 작곡된 피아노곡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과 후가》Op. 24를 들수 있다.
작품은 바흐의 《골드베르그변주곡》, 베토벤의 《디아벨리변주곡》과 함께 가장 우수한 피아노변주곡의 하나로 손꼽히고있다.
변주곡형식은 문예부흥시기에 지롤라모 프레스코발디, 클라우디오 몬떼베르디, 오를란드디 라쑤스에 의해 그 기본토대가 형성되였으며 바로크시기에는 바흐와 헨델에 의하여, 고전주의시기에는 모짜르트,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등에 의해 그 발전의 길을 이어나갔다. 랑만주의시기의 브람스, 멘델스존, 슈만, 리스트, 라흐마니노브와 20세기의 쇤베르그, 코플랜드, 웨베른에 의하여 변주곡형식은 한층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종류로 완성되였다.
《슈만주제에 기초한 변주곡》Op. 9, 《자작주제에 기초한 변주곡》Op. 21-3,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Op. 23,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Op.24, 《빠가니니주제에 기초한 변주곡》Op.35 등 여러편의 우수한 작품들을 남긴 브람스의 창작활동은 변주곡발전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그중에서도 피아노곡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과 후가》Op. 24는 높은 대위법적기법과 고전주의음악의 단선률가곡작곡기법이 잘 결합된 속에 랑만주의음악의 반음계적특징과 화성수법이 능란하게 적용된 규모가 큰 작품으로 되고있다.
개성적인 특징을 가진 변주들이 론리적으로 배렬되여 마치도 하나하나의 소품들로 이루어진듯 한 작품은 전체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관현악작품을 련상시키고있다.
작품을 간단히 해설하면 다음과 같다.
주제는 헨델의 쳄발로용 《조곡》(1733년)중에서 제1번의 제2악장에 나오는 선률이다.
조성은 B-Dur로서 8소절로 되여있으며 4소절간격으로 되풀이되고있다. 바로 이 주제에 기초한 25개의 변주와 후가가 작품을 이루고있다. 매개의 변주는 주제의 박자와 구조형식, 조성을 비교적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각각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있다.
제1변주: 새로운 리듬을 사용하여 속도를 높이고있으며 화성적으로나 선률적으로는 주제와 별로 차이가 없다.
제2변주: 3련음부의 음형들이 울리는 속에 화성적으로 새롭다.
제3변주: 모방수법과 함께 특색있는 화성들을 재치있게 적용하여 새롭고 경쾌한 정서를 나타낸다.
제4변주: 16분소리표의 옥타브진행을 위주로 하면서 힘있고 박력있는 정서를 나타내고있으며 F-Dur와 g-moll로 외조한다.
제5변주: 부드러운 선률이 동명조인 b-moll에서 울린다.
제6변주: 제5변주와 같은 조성의 카논이다.
제7변주: 시작조인 B-Dur로 돌아가 스타카토진행으로 호른의 울림을 형상한듯 한 변주이다.
제8변주: 제7변주의 마지막소절에서 2성부로 된 선률이 울린다.
제9변주: 좌우 량손으로 반음계선률을 반진행시키는 가운데 조성이 여러번 교체된다.
제10변주: 빠른 속도로 울리는 3련음부의 리듬이 정열적으로 흐른다.
제11변주: 약간 늦추어진 속도에서 클라리네트를 련상시키는 두개의 선률이 8분소리표와 16분소리표로 대립되여 울리는데 여기서는 마치도 졸졸 흐르는 시내물소리가 들려오는듯 한 형상을 나타낸다.
제12변주: 16분소리표로 된 선률이 소조식에서 울린다.
제13변주: 소조식으로 된 느린 속도의 변주가 마치 장송행진곡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제14변주: 대조식속에 소조식도 조금씩 섞여있는 변주이다.
제15변주: 보다 활달한 변주가 새로운 리듬상에서 이루어진다.
제16변주: 제15변주의 리듬을 그대로 리용한 카논이다.
제17변주: 신코페이션적리듬을 사용한 경쾌한 변주로서 후반부에서는 자유로운 전조가 이루어진다.
제18변주: 역시 신코페이션적인 16분소리표와 4분소리표가 대립되여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정서를 나타낸다.
제19변주: 12/8박자로 된 시칠리아풍의 목가적인 느낌이 짙은 변주이다.
제20변주: 속도는 늦어지고 반음계진행으로 이루어진다.
제21변주: 속도가 빨라지고 오른손의 3련음부리듬과 왼손의 16분소리표리듬을 대립시키고있다.
제22변주: 시작조로 되돌아가서 뮤제트풍의 온화한 느낌을 자아낸다.
제23변주: 12/4박자, 속도는 비바체로서 빠른 운동감을 나타낸다.
제24변주: 박자는 12/8로 되고 16분소리표의 상승진행으로 약동적인 정서를 나타낸다.
제25변주: 오른손 부점리듬에 의하여 음악적활력이 더욱 강조된다.
변주가 끝나면 곧 후가로 이어진다.
브람스는 후가의 주제 역시 변주의 주제를 사용하였다. 이밖에도 새로운 동기들을 삽입하였으며 피아노의 연주기술적효과를 더욱 뚜렷이 강조한 후가를 작곡하였다. 더우기 이 부분에서 반진행과 확대진행 등 여러가지 선률전개수법들을 능숙하게 활용하였다.
제시부와 5개의 간주부(8-10소절, 12-25소절, 29-30소절, 37-49소절, 59-75소절) 다음에 반복부가 따르고 끝으로 약간 긴 종결부로 곡은 마무리된다.
작품전체의 구성은 상당히 복잡한듯 하나 실지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의 제1변주에서 제12변주까지는 알레그로적인 성격이 강하여 마치 관현악곡의 제1악장과도 같이 되여있다.
다음의 제13변주에서 제20변주까지는 침착하면서 묘사적인것이 기본으로 되여 관현악곡에서 느린부분인 제2악장과 같다고 볼수 있다.
제21변주부터는 거칠고 강렬하여 스케르쪼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며 후가는 관현악곡의 마지막악장과도 같다.
뿐만아니라 이 큰 범위안에서도 개개 변주들간에는 미묘한 구성체계를 나타내고있는데 이를테면 제12변주까지의 제1부분을 놓고 볼 때 제1변주부터 제4변주까지는 빠른 정서로, 제5변주와 제6변주는 소조식으로서 느린악장의 성격을, 제7변주는 무곡적인 정서로, 제9변주는 간주부의 역할을, 제10변주에서 제12변주까지는 종결부처럼 되여있다.
제13변주부터 제20변주까지의 제2부분에서는 제13변주와 제20변주가 느린속도로 되여있고 그 사이의 제14변주에서 제16변주까지는 활기있는 정서로, 제17변주에서 제19변주까지는 목가적인 정서를 나타내고있다.
제3부분에서는 제21변주와 제23변주가 강렬한 정서를 나타내며 그 사이의 제22변주는 목가풍으로서 간주부의 역할을 한다. 변주곡을 이와 같이 론리적인 구조형식을 갖추어 구성한 례는 거의 없다고 할수 있다.
이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작곡가 브람스의 몇가지 창작적특징들을 찾아볼수 있다.
우선 작품에서는 도이췰란드음악의 발전을 추구한 작곡가의 창작적의도를 엿볼수 있다.
브람스는 창작에 앞서 슈만의 《교향악적련습곡》Op.13을 참고하였다. 슈만의 창작적영향은 제1, 4, 6변주를 제외한 모든 곡에서 주제선률을 작은 음형들로 잘게 나누어 표현한것과 제8, 9변주외의 모든 변주에서 동적2부분형식을 리용한데서 찾아볼수 있다.
또한 슈만의 작품에 적용된 화성수법이 제2, 3, 19, 20, 21, 23, 24변주와 후가에 재현되고있으며 슈만의 후가창작기법이 브람스의 후가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는데서 찾아볼수 있다.
이를 통하여 바흐에서 슈만으로 이어진 도이췰란드음악의 전통을 브람스가 계승하여 발전시켜나갔음을 알수 있다.
다음으로 이 작품을 통하여 바로크시기와 고전주의시기 변주곡형식의 발전면모를 알수 있다.
앞서 언급한 동적2부분형식은 바로크시기의 변주곡양식을 그대로 따른것이며 전반적인 조성선택에서도 브람스는 헨델주제의 조성인 B-Dur를 그대로 유지하는 속에서 동명조인 b-moll과 관계조인 g-moll을 사용하였다. 모든 변주가 첫번째 종지에서는 속화음에 의한 반종지로, 두번째 종지에서는 주화음으로 돌아오는 바로크시기와 고전주의시기의 전형적인 종지법을 그대로 썼다.
작품에서 찾아볼수 있는 바로크시기의 창작기법은 제6변주의 자연스러운 카논기법이다. 시칠리아풍의 제19변주, 프랑스 하프시코드연주가들이 사용한 뮤제트풍의 제22변주, 넷째 박에 장식음을 삽입한 장송행진곡풍의 제13변주 등은 바로크시기를 돌이켜보게 한다.
작품은 또한 대위법적작곡기법에 완전히 정통한 브람스의 후가창작에 대해서도 잘 드러내보이고있다.
제25변주에 이어 등장하는 후가는 바흐풍의 엄격함이나 근대적인 자유로움이 아닌 어디까지나 브람스 특유의 론리적이고 명쾌한 성격을 가지고있다.
브람스는 바로크시기 후가의 장식적인 형상요소들을 고전주의음악의 단선률기법과 결합시켜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쏘나타》와 《디아벨리변주곡》의 후가와 류사하게 작곡하였다.
또한 주제에서 주제의 확대나 반진행과 같은 대위법적기법과 다성음악수법들을 적극 활용하였다.
피아노만을 위한 변주곡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관현악곡처럼 구상한 브람스의 창작적의도는 작품의 여러곳에서 그대로 드러나보이고있다.
제2변주와 제21변주는 바이올린의 음색을 상상하여 씌여진듯 하며, 제5변주는 클라리네트를, 제7, 8변주는 트럼베트나 호른을, 제10, 13변주는 화고트 또는 콘드라화고트를 상상하며 작곡한것 같다.
제11, 12변주, 제18변주에서는 플류트소리가 귀가에 들려오는듯 하며 특히 제12, 18변주에서는 호른이 왼손의 대위선률을 연주하는것 같기도 하다. 또한 제9변주와 제20변주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의 울림, 시칠리아풍의 제19변주에서는 소안삼불적인 울림, 뮤제트풍의 제22변주에서는 플류트와 청아한 클라리네트의 울림이 떠오른다. 그리고 제4, 14, 15, 25변주 그리고 후가의 코다부분은 관현악의 튜티라고도 상상할수 있다.
피아노곡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과 후가》Op.24에 적용된 창작기법들과 정서적측면들을 통하여 랑만주의시기 많은 작곡가들이 전 시기인 바로크, 고전주의, 전기랑만주의의 영향아래 음악활동을 벌렸으나 브람스만큼 완벽하게 전 시대의 창작기법과 풍부한 도이췰란드음악유산을 자기의것으로 만든 음악가는 없었다는것을 알수 있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일이 별로 없었으며 브람스와는 심히 대립되여 활동하였던 와그너까지도 이 작품에 큰 감동을 받고 누군가 옛 양식들을 제대로 다룰줄 아는 음악가가 나타난다면 그 옛 양식을 가지고도 새로운것을 이루어낼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인 브람스의 공적은 실로 클것이라고 말하였다.
피아노기법적측면에서 볼 때에도 바흐, 베토벤, 슈만 그리고 브람스에 의해 작곡된 우수한 변주곡들가운데서 단연 첫자리에 놓인다고 할수 있는 이 작품은 높은 기량을 목표로 하는 피아노연주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작품에서 찾아볼수 있는 작곡가의 다양한 작곡기법과 곡구성은 피아노연주가들이 브람스의 우수한 다른 작품들, 례를 들면 간주곡, 카프리치오, 광상곡 등을 학습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피아노곡 《헨델주제에 기초한 변주곡과 후가》Op.24는 고전적형식과 기법을 계승발전시킨 브람스의 음악과 19세기 피아노변주곡작품들을 리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이에 대한 음악리론가들과 연주가들의 깊은 연구가 계속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