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의 측면에서 본


조선민요의 고유성과 단일성(1)
 

리정주

다양하고 유산이 풍부한 조선민요는 다른 나라 민요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며 하나의 양식적테두리에서 체계화된 단일한 민족적특질을 가진다.

우리 인민은 예로부터 하나의 피줄과 언어, 하나의 공통된 문화와 풍습을 가지고 한 강토에서 살아온 단일민족이다.

우리 인민의 이러한 민족적단일성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재부인 민요에도 그대로 반영되여 민요의 음악양상적특성에서나 음악언어적구조에서 고유성과 단일성을 나타내게 하였다.

우리 민족음악의 고유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존되여있는것은 민요이며 우리 음악의 민족적인 단일성도 민요를 통해 잘 유지되여왔다.

조선민요의 민족적고유성과 단일성은 그 선률과 리듬에서도 많이 나타나지만 조식(조 또는 선법)의 측면에서도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있다.

 

 

1. 조식형성원리의 고유성

 

조선민요의 선률은 평조와 계면조라는 5음계조식에 기초하고있다.

평조와 계면조는 우리 민족음악의 실천적과정을 통하여 15세기 중엽에 명명되고 정립된것이다.

평조와 계면조는 중세시기 우리 나라와 중국을 비롯하여 주로 동아시아나라들에 알려진 음계리론인 《5조론》으로 해석할수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조식이다.

5조에는 궁조, 상조, 각조, 치조, 우조가 속하는데 그것은 조식이라기보다 주음만이 지정된 음계형태라고 할수 있다. 조식에 속하는 매 음계음들은 호상 인성관계가 확정되여야 한다.

조선민요의 조식적인 고유성과 단일성은 평조, 계면조와 5조와의 대비를 통하여서도 잘 나타난다.

악보

 

 

《5조론》으로 조선민요들의 조식을 분석하면 매우 불합리하며 평조, 계면조로 해석해야 한다는것이 명확히 나타난다.

그것은 우선 5조의 음계구성형태만으로는 조선민요의 구체적인 조식기능적 및 색채성격적특성을 밝혀내지 못한다는것이다.

조선민요의 선률들에서는 궁조, 상조, 각조, 치조, 우조의 음계형태들이 다 나타난다.

그러나 같은 음계라고 하여도 그 성격을 따져보면 산만하다고 할 정도로 각양각색다.

례컨대 조선민요에서 가장 많이 볼수 있는 치조음계의 노래들, 례컨대 《도라지타령》, 《매화타령》등과 같은 노래를 보면 그 음계는 같지만 조식기능적, 색채적특성은 서로 다르다.

또한 《강원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은 다같이 각조음계로 되여있지만 노래의 조식적색갈은 전혀 다르며 《경드림제》(례 《베틀가》)와 《메나리제》(례 《경상도아리랑》), 《륙자배기제》는 다같이 우조음계이지만 역시 조식적, 색채적성격은 서로 다르다. 《난봉가제》와 《사발가》들도 다 같은 상조음계를 가지고있지만 그것 역시 색채적성격에서는 서로 다르다.

이와 달리 《사발가》, 《베틀가》와 어떤 《오돌독》은 같은 《경드림제》로서 색채와 성격에서 같으나 전자는 우조음계로 되여있고 후자는 상조음계로 되였있다. 마찬가지로 《창부타령》과 《노래가락》은 같은 《창부타령제》로서 색채와 성격에서 같으나 음계에서는 전자가 치조이고 후자는 궁조이다.

우리 민요에서 궁조음계로 된 노래들은 거의 모두가 변격조식으로 되여있다.

실례로 《노래가락》(궁조)과 《창부타령》(치조)의 대비적관계에서 보는바와 같이 《노래가락》은 치조에 가까운 색채와 성격을 가진다. 다시말하여 궁조는 변격조식으로 쓰이므로 그 음계뿐아니라 계단들의 기능적특성까지도 치조로 된 노래들과 꼭 같고 다만 주음 즉 종지음만이 4도음으로 되여있다. 이러한 실례는 우리 민요에서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선민요의 선률은 자기 고유의 조식적특성을 가지고있으며 따라서 조선민요의 조식을 《5조론》에 기초하여 분석하는것은 잘 맞지 않는다는것을 말하여준다.

15세기말의 음악리론도서인 《악학궤범》에 의하면 평조는 5조의 치조와 같고 계면조는 5조의 우조와 같다고 하였는데 사실상 그것은 평조와 계면조의 음계구성형태만을 밝힌것이다. 즉 평조, 계면조는 그 음계구성형태가 5조의 치조, 우조와 같다는것이다.

당시로서는 조식에서 음계음들의 인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였고 또한 음악리론분야에서 민족주체적인 립장이 미약하였던것만큼 평조와 계면조의 조식리론을 전면적으로 깊이 분석할수 없었다.

그러나 《악학궤범》과 그밖의 문헌들에 단편적으로 지적되여있는바와 같이 평조와 계면조가 우리 나라 민족음악에서 전통적으로 씌여져온 조식으로서 2개의 조식이 5조와 구별되게 하나의 조식체계를 이루고있으며《평조는 〈화(和)〉하고 계면조는 〈원(怨)〉하다.》고 하는 식의 성격적특성에 대하여서도 어느정도 인식하고있었다.

더우기 당시의 문헌들에서는 평조와 계면조의 호상관계를 색채성격적으로뿐아니라 조식조성면에서까지 밝힘으로써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조식의 고유한 특성을 원리적으로 해명하고 리론적으로 전개할수 있는 많은 내용을 시사해주고있다.

그것은 평조와 계면조의 음계구성에서 성격음에 대한 파악으로부터 출발하여 《계상》,《계우》라는 명칭을 사용한것을 통하여 설명할수 있다.

이에 따라 평조와 계면조의 음계구성과 기능을 분석하여보면 궁(Ⅰ), 각(Ⅲ), 치(Ⅳ)의 3개 고정계단은 조선민요에서 조식구성의 골격, 기둥으로 뚜렷하다. 조선민요들에서 이 기둥음들은 2도, 4도, 5도관계로 놓이는데 우리 나라의 유명한 민요 《달아달아》는 이 3개 기둥음으로만 되여있다.

악보

 

 

 

이러한 3개의 기둥음들은 조선민요에서 주로 4도 상승조약음조에서 나타나거나 선률에서 강박과 중박에서 강조되여 나타나기도 하며 선률적굴곡을 이루는 음조의 맨 웃음 또는 맨 아래음에서 뛰여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3개의 기둥음들에서 생기는 2개의 4도음정사이에서 밑음의 각각 대2도 우에 계단이 놓이면 평조의 음계로 되며 소3도 우에 계단이 놓이면 계면조의 음계로 된다.

악보

 

 

악보에서 보는바와 같이 민요에서의 평조와 계면조는 각각 2개의 3음렬로 구성되는데 평조의것은 평조3음렬, 계면조의것은 계면조3음렬이라고 말할수 있다. 여기서 2개의 3음렬은 대2도의 간격을 두고 배렬되고있다. 3음렬이 이렇게 배렬되는것은 분리배렬이다.

민요들에는 3음렬의 배렬순위가 바뀌여 3음렬의 끝에 놓이는 음들이 중복되여 배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3음렬의 련접배렬이다.

이러한 련접배렬로 되여있는 형태는 아래로부터 우로 련접배렬되는것들도 있고 우로부터 아래로 련접배렬되는것들도 있다. 아래로부터 우로 련접되는 형태를 그대로 련접배렬이라고 한다면 우로부터 아래로 련접되는 형태는 아래련접배렬이라고 할수 있다.

악보

 

 

이것은 곧 다음과 같은 음계이다.

악보

 

 

평조3음렬이 련접배렬로 나타나는 실례로는 《사발가》의 한 변종을 들수 있는데 그 음계구성은 5조의 상조와 같으며 계면조3음렬이 련접배렬로 나타나는 실례로는 《강원도아리랑》을 들수 있고 그 음계구성은 5조의 각조와 같다.

평조3음렬이 아래련접배렬로 나타나는 실례는 《노래가락》에서 볼수 있는데 그 음계구성은 궁조와 같으며 계면조3음렬 아래련접배렬로 나타나는 실례는 《난봉가제》의 민요들에서 찾아볼수 있고 그 음계구성은 상조와 같다.

조선민요에서 가장 많이 볼수 있는 조식형태는 역시 평조와 계면조이다.

그밖의 음계형태인 궁조, 상조, 각조의 음계를 가진것은 드물거나 지방적류형에 국한되여있는것들이며 거기에는 평조와 계면조의 변형형태들이 대단히 많다.

즉 궁조음계를 가진 곡들은 거의 모두가 변격형태로 씌여져 마치도 평조의 종지음이 4도우의 음으로 바뀐것처럼, 다시말하여 평조의 변형처럼 되여있다.

또한 상조음계를 가진 곡들은 주로 서도지방민요들에서 볼수 있는데 그것도 선률들이 상조의 자연음계에 의거하지 않고있다.

그밖의 지방들에서는 매우 드물게 그것도 우에서 언급한 궁조가 평조의 변형으로 나타나는것과 같이 계면조의 변형처럼 나타나고있다.

각조 역시 강원도를 중심으로 함경도, 경기도 등 주로 동해안지방의 민요들에 국한되여있을뿐아니라 역시 계면조의 4도 아래에 놓인 변형으로 나타나고있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하여 3음렬들의 분리배렬로 이루어지는 평조, 계면조는 그 원형으로 되며 3음렬들의 련접배렬로 이루어진 궁조, 상조, 각조의 음계로 된 곡들은 평조, 계면조의 변형으로 된다. 그 가운데에서 3음렬의 아래련접배렬로 이루어진 궁조, 상조는 각각 평조 제2변형, 계면조 제2변형으로 된다.

이상과 같이 조선민요의 조식은 자기의 고유한 이름과 원리를 가지고있다. 즉 조선민요선률의 음조적특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5조론》으로 해석할수 없는 자기의 고유한 조식체계에 기초하고있다.

이것은 조선민요가 조식의 측면에서도 자기의 민족적고유성과 단일성을 명백히 가지고있다는것을 웅변적으로 말하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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