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트의 제3교향시 《전주곡》에 대하여
리숙영
19세기 후반기부터 192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창작연주된 교향시(symphonic poem)는 마쟈르작곡가 프란쯔 리스트에 의하여 그 토대가 마련된 표제음악의 한 종류이다.
랑만주의시기의 많은 작곡가들이 다 그러하였지만 특히 리스트는 베토벤에 대한 남다른 존경을 품고 그의 음악을 깊이 연구하고 널리 연주하였다.
리스트는 베토벤의 창작에서 최절정을 이룬것이 교향곡분야였다고 확신하면서 교향곡을 시와의 밀접한 결합으로 갱신하면서도 그 양식은 그대로 보존한 새로운 음악종류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는 다악장으로 된 표제교향곡(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들과 서곡들, 특히 베토벤의 극적인 서곡들과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기의 구상을 무르익혀나갔다.
교향시에 대한 리스트의 구상에서 중요한것은 《음악은 하나의 언어로서 시문학의 가장 높은 표현형식》이라는 견해였다.
리스트는 교향시를 주로 문학과 미술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주제들로 창작한다는것은 결코 이름난 작품들을 분석하거나 이미 알고있는 내용을 재현한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그 리면에 놓여있는 《정신적분위기에 대한 사고》를 음악에 반영한다는것을 의미하며 음악구성에서 시문학이나 미술로써는 표현할수 없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것이 교향시의 목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리스트는 고전주의교향곡의 표준적인 형식은 무시하였지만 교향악적인 사고에 기초하여 교향시들을 창작하였다. 그의 교향시들에서 나타나고있는 주제와 동기들의 변화수법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있다고 말할수 있다.
리스트는 서로 대립되며 겉으로는 다른것처럼 보이는 주제와 동기들을 음정, 선률, 리듬적으로 같은 기본구조로부터 유도하여 만들어내고 이러한 선률동기들을 자유로운 화성진행과 조성을 고려하지 않는 전조 및 반음계적이동으로 처리하여 작품의 내용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데 적극 리용하였다. 이러한 수법을 가리켜 일명 리스트의 단일주제성이라고 한다.
리스트는 또한 각이한 성격의 악장형태들(빠른 악장, 느린 악장, 스케르쪼악장 등)을 하나의 악장속에 반영하여 교향곡의 형태상특징들이 추상적으로 파악되게 하였다. 내용과 형식에서의 이러한 면모들로 하여 리스트의 교향시는 19세기 교향곡의 진수를 이룬다고 평가되고있다.
리스트는 주로 빅또르 유고, 라마르띤(1790–1869, 프랑스의 랑만주의시인), 프리드리히 쉴러, 윌리암 쉑스피어 등의 문학작품들을 음악화하거나 당시의 미술작품들에서 받은 감동을 음시화한 12편의 교향시를 창작하였다.
그 가운데서 제3교향시 《전주곡》(Les Preludes)은 리스트의 교향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연주되고있는 작품이다.
교향시 《전주곡》은 리스트가 1845년부터 작곡에 착수하여 1848년경에 초고를 완성하고 그후 여러차례의 수정을 가하여 1854년 자신의 지휘로 도이췰란드의 와이마르에서 처음으로 연주한 작품이다.
처음에 리스트는 요제프 오르란(J.Autran)의 가사에 의한 남성4성부합창곡의 서주로 이 작품을 구상했었는데 그 합창곡이 실현되지 못하자 이 서곡을 독자적인 교향시로 발표하였다. 리스트는 작품에 맞는 표제를 찾기 위하여 라마르띤의 《시적사색》에 주의를 돌렸다.
그는 작품을 출판할 때 그 서문에 인생의 빛나는 아침같은 사랑, 잇달아 닥쳐드는 고뇌,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결연한 투쟁으로 가득찬 생활, 이 모든것은 종국적인 죽음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것을 노래한 라마르띤의 시 《전주곡》을 실었다. 이로부터 작품이 라마르띤의 시를 음시화하였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실지에 있어서 두 작품사이에는 계획적인 표제적련관성이 없다.
교향시 《전주곡》은 서주와 반사적반복부를 가진 쏘나타형식으로 씌여졌다.
제시부의 장엄한 주요주제는 자신의 힘과 창조력을 자각한 인간의 형상을, 부주제는 사랑의 형상을 담고있다.
발전부는 두개의 삽입구로 구성된다. 첫번째 삽입구는 인간의 행복을 파괴하는 폭동을 형상하고있으며 두번째 삽입구는 대자연속에서 행복을 찾는 주인공을 형상하고있다.
반복부에서 모든 주제들은 화려한 행진곡적성격을 가진다.
앞에서 언급된 라마르띤의 시는 인간의 생활은 죽음의 전주곡이라는 시인자신의 염세주의적생활관을 표현하고있으나 리스트는 작품에서 죽음의 형상을 보여준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활을 찬양하는 락관적인 사상감정을 표현하였다.
리스트는 작품에서 행복과 긍지를 갈망하던 인간이 마침내 자기의 위력과 아름다움을 확신하기까지의 형상의 변화과정을 진실하게 보여주고있다.
작품은 질문의 성격을 가진 하나의 짧은 음조에 기초하여 전개되고있다.
악보1

이 음조는 작품의 여러 부분들에서 새로운 형상적의의를 가지면서도 반대되는 정서적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여기서 리스트의 단일주제성의 수법이 적용되고있다.
서주에서는 작품의 주제적음조라고도 말할수 있는 질문의 성격을 가진 하나의 짧은 음조를 현악기들이 가볍게 연주하는것으로 시작한 다음 목관악기들이 그것을 되받는다. 마치도 지평선너머에 아침노을이 타오르면서 점차 장엄하게 솟는 아침해를 련상시킨다.
이어 음역이 확대되고 울림이 강화되는 가운데 주제적음조는 점차 발전하면서《도》대조의 기본주제에 이른다. 기본주제에서는 위력하고 긍지높은 인간의 모습을 형상해주고있다. 화고트와 저음현악기들의 중복된 울림 역시 장엄한 형상을 돋구어주고있다.
악보2
기본주제

악보에서 보는바와 같이 서주에서 발전해온 이 주제가 앞서 나왔던 주제적음조에 기초하여 형성되였음을 알수 있다.
사랑의 감정을 형상한 가창적이며 서정적인 련결부와 부주제는 주요주제와 명확한 대조를 이루고있다.
인간의 감정을 담은 부주제가 첼로의 따뜻하고 깨끗한 음색으로 울리는 동시에 저음악기들에서도 주요주제를 암시하는듯 한 선률이 울린다.
이처럼 련결부에서는 서로 다른 형상적내용을 가진 여러 주제들사이의 대조와 통일이 이루어지고있다. 계속하여 호른이 첼로로부터 련결부주제를 이어받아 가볍고 부드럽게 연주한다. 《도》대조에서 《미》대조에로의 전조는 음악의 색채를 밝게 해준다.
사랑의 형상을 담은 서정적인 부주제가 《미》대조상에서 울린다.
악보3

바이올린과 하프의 반주음향을 타고 울리는 호른의 4중주는 주제에 따뜻하고 친근한 감정정서와 가벼운 왈쯔형상을 부각시켜주고있다. 비록 부주제가 기본주제에서 직접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모든 음악진행은 주제적음조를 뚜렷하게 암시하고있다.
부주제는 매우 폭넓게 발전한다. 바이올린과 목관악기들의 울림은 강한 표현력을 가지고 크게 확대되다가 점차 사라진다.
이어 두개의 삽입구를 가진 발전부가 시작된다. 발전부의 첫번째 삽입구는 인간의 행복을 파괴하는 폭풍을 형상하고있다. 사납게 울부짖는 스산한 바람소리는 북받치는 흥분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관현악이 설레인다. 계속 치닫는 저음악기들의 빠른 반음계진행과 감7화음, 현악기들의 트레몰로, 조식적불안정성 등의 음악적짜임새는 갑자기 들이닥친 폭풍을 형상한다. 폭풍삽입구가 시작되는 첼로의 음진행은 주요주제와도 밀접한 련관을 가진다.
이 부분에서 주요주제의 완전4도와 본음계적진행은 감4도와 반음계적진행으로 바뀌여진다. 더욱 사나와지는 스산한 폭풍을 형상한 반음계적진행이 신호나팔소리와도 같이 강한 주제에 이른다. 이 주제는 처음에 트럼베트와 호른에서, 이어 바이올린에서 울린다. 폭풍이 점차 사라지고 정적이 깃든 속에서 오보에가 련결부에서 출현했던 주제를 부드럽게 연주한다.
이것은 마치 폭풍과 그로 인한 고통속에서 사랑을 추억하는듯 한 형상이다. 맑고 우아한 이 주제는 다시 하프의 반주를 배경으로 하여 바이올린에서 울린다.
첫번째 삽입구에 이어 발전부의 두번째 삽입구가 출현한다.
이 삽입구는 자연에서 안정을 찾는 주인공의 정신상태를 형상하고있으며 폭풍을 형상한 첫번째 삽입구와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주인공은 평온과 전원적인 명상에 잠기게 된다. 이 부분에서 호른과 오보에, 클라리네트, 플류트의 울림이 서로 화답하는 목동들의 피리소리를 형상하고있다.
이어 부주제가 피리소리를 모방한 반주와 혼합되여 전원적인 삽입구에 나타난다. 사랑이 자연속에서 활짝 피여난것을 형상하고있다. 이 사랑의 주제는 전체 음역에로 확대되여 관현악의 총연주로 강하게 울리며 반복부에까지 영향을 준다.
반복부는 제시부에 비해 많이 변화된다. 우선 주선률이 반사적으로 제시되며 또한 서정적인 련결부주제와 부주제의 형상적내용이 변화된다.
제시부에서 서정적인 성격으로 제시되였던 이 주제들은 화려한 행진곡적인 성격으로 변화되면서 주요주제의 웅장한 성격에 가까와 진다. 련결부주제와 부주제는 반복부에서도 변형되여 나타난다.
교향시는 주요주제의 강한 울림으로 장엄하게 끝난다.
이처럼 작품은 하나의 주제적음조인 질문의 성격을 가진 짧은 음조로 전개되고있다. 이것이 바로 리스트의 단일주제성이다.
리스트의 제3교향시 《전주곡》은 인간의 위력과 창조력을 긍정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진실하게 형상하였으며 고전주의의 틀에 구애되지 않고 음악형식과 표현수법들을 부단히 갱신함으로써 선명하면서도 함축된 음악형상을 창조하였다.
작품은 작곡가 리스트의 창작태도와 랑만주의음악의 면모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있는것으로 하여 유럽음악사의 한페지를 차지하고있다.

